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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보다 끔찍한 '사장님', "차라리 폐업이라도..."
'백수' 보다 끔찍한 '사장님', "차라리 폐업이라도..."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3.1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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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자영업의 '악순환 구조', 그 탈출 통로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어렵다'(92.8%)
'앞으로도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84.2%)
'지금 즉시 폐업'을 하겠다'(2.3%)
'전업이나 폐업시점을 앞으로 경기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80.4%)
'현재 전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17.1%)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제주지역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날로 커지고 있다. 뚝 떨어진 매출, 엎친데 덮친격으로 불어닥친 사상 최악의 불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접고 당장 폐업하는 자영자는 극히 일부분이다.

당장 폐업을 하고 싶어도 그 타이밍을 잡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전반적으로 자영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제주지역 자영업의 현실과 위기극복방안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고부언 제주대 교수(경영학과)를 책임연구원으로 해 제주발전연구원(원장 허향진)이 18일 '제주지역 자영업의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자영업자 비중

이 연구결과를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제주지역 자영업자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체 취업자수에 자영업자 수를 대비한 자영업자 비율은 제주가 30.2%로, 전남(37.6%), 전북(34.4%), 경북(33.3%), 강원(31.9%), 충남(30.4%)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 27.0%와 비교해서는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산업구조상 농림어업과 관광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기인하고 있다.

특히 영세자영업체에 고용된 임금근로자까지 포함한 광의의 자영업 관련 고용비중은 61.6%로 추정돼 자영업이 제주지역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승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제주지역 자영업자 비중은 전국적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농림어업 등의 부분에서 구조조정 등으로 퇴출된 인력이 자영업으로 지속적인 유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영업 영업부진 '심화'

자영업자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매출은 극히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중 자엽업자의 1인당 영업잉여 증가율은 전년대비 마이너스 2.9%를 기록했다. 대기업이 있는 여타 지역과 비교할 때 제주지역의 자영업자 1인당 영업이영 증가율 하락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실제 1인당 영업잉여를 증감률 추이를 보면 2003년 전국적으로는 6.0%를 기록했으나 제주는 0.7%로 그 격차가 5.3%포인트에 달했다. 2004년 역시 전국적으로는 6.5%를 기록했으나 제주는 마이너스 0.6%로 오히려 곤두박질 쳤다.

반면 2005년의 경우에는 전국적으로 마이너스 3.4%를 기록했는데, 제주는 마이너스 1.0%에 그쳤다. 그러나 다시 2006년에는 전국적으로는 2.6%의 성장을 했으나 제주는 마이너스 3.0%로 다그 격차가 커졌다.

최근 수출 호조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한데다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영세한데 기인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금근로자들의 무계획적인 자영업 진입 쇄도

제주지역 자영업의 부진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국내경기 및 지역경기가 여전히 침체국면에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현상의 확대는 소비주도형,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체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제주지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주요산업이자 내수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집중돼 있는 관광 관련 업종의 회복정도가 기대에 못미친 것도 자영업 부진의 한 원인이다. 실질 관광수입은 2000년 이후 감소 혹은 정체를 거듭하고 있으나, 1인당 실질 관광수입은 박리다매식 관광서비스가 주류를 이루면서 더욱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 및 지역경기 회복 미약 등에 의한 관광업 부진은 내수경기에 민감한 제주지역 자영업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제주지역 자영업 비중은 경기가 부진하거나 실업률이 상승할 때 증가하는 경기역행적(counter-cyclical)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자영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자발적이거나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부진으로 임금근로자 계층 등에서 밀려난 비자발적 측면이 강한 것은 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부진이 심화됐던 외환위기 당시, 그리고 최근 몇년간 자영업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비자발적 자영업자는 대부분의 경우 사전적으로 사업수익 및 장래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무계획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되며, 또한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 대거 몰리게 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운수업, 사행업, 사교육업 등과 같이 진입이 다소 용이한 부문에서 개인사업체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비자발적이고 무계획적인 자영업 진출은 자영업의 부실화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제주지역 산업경쟁력 제고에 제약을 주는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상황 안좋으면, 여차하면 폐업 고려"

이번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제주동문시장, 서문시장, 중앙지하상가에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결과 최근 경기상황에 대해 '외환위기 당시보다 어렵다'(92.8%)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악화될 것이란 비관적 의견이 84.2%에 달했다.

더욱이 특이한 것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지금 즉시 폐업'을 하겠다는 사람은 2.3%에 그치고 있으나, 전업이나 폐업시점을 앞으로 경기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응답자가 80.4%에 달했다. 현재 전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자영업자는 17.1%로 나타났다.

즉,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으면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보다는 전업이나 폐업을 심각히 고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소상공인지원센터' 등 활용한 자영업 구조조정 유도 필요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마무리하면서 정책제언으로 제주도내 자영업 관련 기반산업이 서로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한편, 기업형 자영업자의 성장을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또 계획적인 자영업 지원을 위해서는 자영업 관련 기초통계의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 강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소상공인지원센터' 등 관련기관을 활용한 자영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유도해 나가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래시장이 대형할인점 등과 보완적,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문화.대형화 경영전략도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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