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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뿐인 공모에 헤딩을 했도다'
'허울 뿐인 공모에 헤딩을 했도다'
  • 오상준
  • 승인 2009.02.0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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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상준씨의 '주민자치위원 낙방기'

제5기 주민자치위원 선정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필자도 미력하나마 풀뿌리 자치와 마을 발전을 위해 동참하기 위해서 2008년 연말 주민자치위원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1월 중순 낙방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필자보단 훌륭하신 지역분들이 선정되었다고 믿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가 시끌했다. 주민자치위 구성에 잡음에 있다거나, 주민자치위원의 선정기준도 모르고, 자신이 왜 탈락했는지 그 이유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선정위원회는 누구였고, 심사과정상에서 어떤 선정기준으로 선정되었던 것일까? 이미 주민자치위원들이 대부분 결정된 상황에서 공모원서를 작성하고, 제출하고 결과를 초조해가면 혼자 기다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여기저기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자료를 모아 보았다. 언론도 스크랩하고, 조례도 뒤져보고,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운영지침도 찾아보고, 정보공개도 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내린 결론은 속된말로 ‘허울뿐인 공모에 헤딩’한 꼴이었다.

필자가 사는 지역의 경우 공모를 통해 22명을 모집하였다. 전체 29명이 주민자치위원이지만 이미 읍면동장이 위촉하는 6명과 1명의 당연직을 뺀 22명만 공모를 통해 모집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25명이 원서를 접수했고 공모절차에서 탈락한 3명중에 필자가 끼고 말았다.

하지만 속을 드러다보면 무늬만 공모일 뿐이었다는 의구심이 지울 수 없다. 전체 29명의 위원가운데 신임은 8명뿐이었다. 21명(72%)가 전임자였던 것이다. 서귀포시가 선정한 424명 가운데 신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7명(49%)인데 비하면 매우 낮은 비율이었다. 신임의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 송산동의 경우 2명이었고, 다음이 우리 지역이었다.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운영지침을 찾아보았다.

여기에는 “처음으로 주민자치위원회의 참여를 신청한자 우선 배려”라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필자의 지역인 경우 그와 같은 기준이 사라지고 없었다. 철저히 선임자 우선이었던 것이다. 듣자하니 지난 임기의 주민자치위원들이 이미 연임하는 조건이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아직도 행정은 선정위원회 위원들의 구성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필자의 잘못은 고작 몇명을 뽑기 위한 공모에 아무것도 모르고(?) 접수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모라는 형식만 띠었지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짜여진 각본에 조연도 아니고, 카메오도 아니고, 한낮 들러리로 주민자치위원의 경쟁률만 높였다고 생각하니 참 부끄럽다.

물론 심사과정상에서 기준에 한참 부족해 낙방한 필자가  주민자치위원 어쩌구 운운하는 것이 스스로를 먹칠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공모제의 여러 가지 장점을 이용하여 행정이 또 다른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더 이상 지역발전의 창조적 리더가 되어야 할 주민자치위원들이 행정에 예속되어서는 안된다. 아무쪼록 지역주민들은 이번에 선정된 주민자치위원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생활단위에서 구현하고 지역주민의 자치역량을 키워나가는 역할을 담당하고, 마을발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미디어제주>

<오상준 탐라자치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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