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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밥 한숨 잉걸'...김경훈 5번째 시집 발간
'눈물 밥 한숨 잉걸'...김경훈 5번째 시집 발간
  • 원성심 기자
  • 승인 2008.12.0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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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의 잔흔과 상처가 제주사람 김경훈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인 <눈물 밥 한숨 잉걸>을 통해  77편의 시로 아픔을 토해낸다.

이번 시집 역시 김경훈 작가가 천착해온 제주 4.3관련 시들로 그의 몸 안에서 녹여낸 육성들은 너무도 생생해 역사의 현장으로 스러져간 영혼들이 살아온 듯 뜨거운 눈물을 솟구치고 있어 무수한 4.3관련 시들 중 그의 시가 단연 돋보이는 연유이다.

시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두 번의 췌장염을 앓은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영령들과 살아남은 이들의 심방 역할을 자처하며 그 또한 몸과 마음이 배겨내지 못했으리라.

그러면서도 “제발 살려달라고, 그러면 ‘간세’하지 않고 죽어라 쓰겠노라”고 영령들게 빌었다 하니 어지간하다.

그를 말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진국’이다, ‘어눌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그러한 그가 누구보다도 과감하고 결연한 의지로 4ㆍ3의 이야기를 놓지 않고 있음은 그것이 바로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시집은 그 고통을 딛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뼈아픈 역사의 '눈물 밥 한숨 잉걸'지피며 그는 우리 삶에 새 생명을 부여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더 이상 4ㆍ3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러한 유토피아에 대한 꿈과 그리움이 전편에 녹아 있는 시집이다.

# 시인소개

1962년 제주에서 나서 제주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운동부족', '고운 아이 다 죽고',''한라산의 겨울', ''삼돌이네 집'이 있고, 마당극 대본집으로 '살짜기 옵서예'가 있다. ‘놀이패 한라산’과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4ㆍ3관련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자들’'을 공동 집필했으며, 제주4ㆍ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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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시인은 어눌하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시는 과감하고 깊은 통곡을 담는다. 그를 이루는 시의 바다는 그가 만났던, 그가 들었던 생생한 육성으로 솟구친다. 나는 이 시집을 스쳐가는 아픈 기억의 소리들을 들으며 전율했다. 차라리 귀 막고 싶었다. 그의 시 한편 한편은 하나의 극이며, 증언이며, 한 방울 한 방울 뜨거운 눈물이다.  허영선(제주민예총지회장ㆍ시인)

시인 김경훈은 시쳇말(時體-)로 ‘진국’이다. 지난 20여 년간 우직하게 ‘제주4.3사건’과 씨름해온 그가 또다시 시집을 냈다. 역시 모두 4.3관련 시다. 그런데 전작들과 달리 4.3‘을’ 말하기보다는 4.3‘이’ 스스로 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어(濟州語)의 맛을 살리고, 제주 노동요의 운율이 들어간 시들은 60년간 한 맺힌 삶을 살아온 ‘할망’과 ‘하르방’들의 육성이자 또한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김종민(제주4.3위원회 전문위원)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선배가 문득 윗옷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수첩에 뭔가를 끄적거린다. 취중에도 시감을 낚아챈 것이다. 어김없이 그 시감은 살과 영혼이 덧붙여진 ‘시’가 된다. 말로 쏟아내 버리면 사라져버렸을 그 시는 선배의 말투와 행동만큼이나 투박하고 정직하다. 결연함과 불의를 향한 분노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거는 이 시집은, 선배가 말을 잘 했으면 절대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미영(제주4.3연구소 연구원)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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