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1:33 (금)
[e-취재파일]"취업기회조차 없는건 문제가 있다"
[e-취재파일]"취업기회조차 없는건 문제가 있다"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9.04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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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정신지체장애인의 고용실태

사업주를 설득하고 설득해야 어쩌다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는 정신지체인들.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지내는 이들은 비장애인보다 시간이 다소 오래걸리긴 하지만 충분한 직업재활만 있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지난 2일 제주도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제주도내 정신지체장애인의 고용실태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이날 강연은 김근홍 한국장애인 고용촉진공단 제주지사 직업평가사가 제주도내의 정신지체장애인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근홍 직업평가사는 강연에서 제주지역에서 취업한 정신지체인들을 소개했다. 정신지체인은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다음으로 취업이 잘된다.

A씨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에서 일을 한다. 기계에서 떨어져 나오는 종이컵이나 다른 물건들을 담아서 포장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에 이곳을 보고는 충분히 정신지체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완강하게 반대했었다."

그는 처음에 사업주가 반대했을 때 얼만 속상했는지 토로했다.

처음 A씨는 부모님이 취업을 말렸다. A씨가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부모들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길 원했다. A씨의 부모는 재력가다.

그러나 A씨는 취업이 하고 싶었다. 다른 비장애인들처럼 일을 해보고 싶었다.

A씨는 열정적이었다. 자신의 일도 야무지게 잘하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그래서 김근홍 직업평가사는 사업주를 설득하고 또 설득시켰다. 결국 몇주간의 시범기간을 갖는데 합의했다.

시범기간동안 A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착실했으며 요령도 피우지 않았다. A씨는 시범기간을 무사히 마쳤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B씨는 시내의 음식점에서 일을 했다. B씨가 하는일은 불판을 갈고 음료수를 나르는 등이다.

그러나 B씨는 몇 달간 일을 하다가 도중하차 해야만 했다. 사업주가 더이상 안되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김근홍 직업평가사는 그외에도 세탁물을 정리하는 일이나 작은 소규모 공장에서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정신지체인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또 김근홍 직업평가사는 영화 '말아톤'에 나오는 초원이를 전문적인 마라토너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지며 "직업인이 되기 위해 초원이는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 취업한 정신지체인이 이정도 밖에 안돼서, 이런 일밖에 안돼서 실망스러울수도 있겠지만 희망은 있다. 2000년도만 해도 제주지역에서 정신지체인의 취업은 백지상태였다. 근데 지금은 이렇게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

정신지체인들은 직장에서 다른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인사성이 밝아 사랑받는다고 한다. 정신연령이 아직 유아기인 이들은 항상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단순한 직업일지라도 부지런하며 근무태도가 성실할 뿐만아니라 요령도 피우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임금수준도 낮을뿐더러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음에도 사업주들은 선뜻 승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지역은 낫다. 제주지역은 제조업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취업이 더 힘들수 밖에 없다.

김근홍 직업평가사는 "정신지체인들의 고용과 관련해서 지역사회의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제주지역은 제조업이 적기 때문에 다른 일을 찾아내는데 힘이든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김근홍 직업평가사는 "정신지체 장애인는 비장애인보다 복잡한 기술을 배우기가 힘들고 훨씬 오래걸린다"며 "그러나 교육만 잘 받으면 충분히 직업재활이 가능하다. 이들에게 취업의 기회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정신지체장애인에게 취업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우리 사회현실은 겉으로는 '장애인 우선'을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떨쳐버리지 못한 '편견'이 그대로 남아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까.

<김정민 기자/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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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05-09-05 08:57:33
김 기자님의 지적대로 하루빨리 정신지체장애인의 고용촉진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우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견을 버리는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