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주식회사 국제학교'에는 제주의 아이들은 없다
'주식회사 국제학교'에는 제주의 아이들은 없다
  • 강순문
  • 승인 2008.08.08 11: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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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순문 교래분교장

제주도가 다시 소용돌이 치고 있다.

허울 좋은 ‘제주특별자치도‘ 이 후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제주도는 실험의 무대가 되었다. 그 실험이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에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지 아니면 암울한 나락으로 빠질지 현재로써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실험이 설령 성공하더라도 그 성과가 온전히 제주도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험 대상으로써 제주도가 갖는 소위 ‘선점효과’나 ‘독자적 지위’가 그리 오래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성공은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해 각 지자체의 뒤따름으로 이어질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실험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해결해야할 많은 과제가 남았을 때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제주도민의 몫으로 떨어진다는 데 있다.

그래서 특히 사회 공공재인 교육과 의료분야의 실험은 도민의 합의와 충분한 검증을 통해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김태환 도정과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입법 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규제완화 조치 중 교육부분은 그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부분의 가장 큰 문제는 영리법인의 국제학교 설립과 잉여금 전출 허용, 영어몰입교육으로 진행되는 국제학교를 유치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실험이다.

영리학교법인이 무엇인가? 교육사업을 통해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현재 사설학원과 다르지 않다. 학교의 학원화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리법인 학교는 학비가 연간 수천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누가 이 학교에 가는가? 많이 양보해도 상위 10% 계층의 자녀들이 해당될 것이다. 이들이 그들 스스로 이런 기회를 갖는 것을 질시하거나 배 아파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부지 분담금도 안 내놓고, 예산의 이유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이야기 하면서 이런 곳에 막대한 예산을 쏟는 것이 잘못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왜 ‘주식회사 학교’에 국민의 세금이 나가야한단 말인가? 차라리 영리법인 국제학교가 아니라 사설 국제학원을 세우는 것이 맞다.

이름도 솔직하게 ‘국제학교’가 아니라 ‘외국대학 입학을 위한 국제학원’으로 정정해서 도민들의 그 정체를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그게 차라리 당당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제주도는 영리법인에게 법인세 감면이니 학교부지 장기 대여니 하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또한 이런 학교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을 때 우리 공교육은, 교육의 양극화는, 서민 자녀들의 교육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치원부터 영어몰입교육으로 진행하는 국제학교를 세운단다. 영어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이건 정말 아니다. 유·초등 시기에는 이보다 공동체의 중요성이나 국가 정체성, 우리 언어로 사고하는 행동 양식을 길러줘야 한다. 영어몰입교육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커서 설령 유능(?)한 인재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 공동체는 어떤 시민을 키워야 하는지 새삼 생각하게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분야 3단계 제도개선 조치에는 제주의 아이들은 없다.

따라서 입법 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교육부분 규제완화 조치는 보류되어야 한다. 이보다는 ‘제주특별자치도’란 특별한 지위를 갖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공교육 활성화 방안을 내 놓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교사의 질을 높이고 학교 환경개선을 통하여 공교육을 향상시킬 것인가를, 이런 일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먼저 고민하여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강순문 교래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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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zelxbt 2008-08-11 10:42:53
Hi webmaster!

영리국제학교반대 2008-08-09 23:27:22
영리 국제학교의 학비가 3000만원 이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행 자립형사립고의 학비를 본다면 충분히 신빙성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소수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라는 말입니다. 글 학교를 위해 제주도 전체가 올인해서 힘을 쏟고, 게다가 그 학교를 위해 부지와 운영비까지 지원해야 한다니 우리 제주도민들에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 영리 국제학교를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