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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알오름 희생자 합동위령제 58년만에 봉행
섯알오름 희생자 합동위령제 58년만에 봉행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8.0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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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예비검속 집단학살 희생자 영령 위로

그동안 백조일손유족회, 만벵디유족회 등으로 나뉘어 봉행됐던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위령제가 음력 7월7일인 7일 합동위령제로 봉행됐다.

이날 백조일손유족회(회장 오명수)와 만벵디유족회(회장 오용승)가 공동으로 주관한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제1회 합동위령제'에는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김용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안병욱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이우철 행정자치부 4.3사건 처리지원단장, 유족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합동위령제는 추모비 제막식에 이어 한국전쟁 당시 억울하게 학살된 200여명의 영령들을 일일이 호명하는 '초혼'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유족회별로 제각각 위령제가 봉행돼 왔으나 지난 해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발생한 제주 예비검속 섯알오름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학살터 앞에 추모비를 세우고 합동위령제를 갖게 된 것이다.

합동위령제는 58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어서 그 의미를 깊게 했다.

과거사위원회가 확정, 발표한 제주 예비검속 희생자는 218명. 경찰의 공식 문서에는 249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날 초혼에서는 백조일손묘역의 132 신위와 만벵디묘역 62 신위 등 194위가 구체적으로 호명됐다. 이외 희생자의 경우 '섯알오름학살터에서 희생당한 모든 신위'로 일괄 호명돼 4.3진상규명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오명수 백조일손유족회장은 주제사에서 "이곳에 위령비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그저 잡초가 우거진 음산한 곳으로 방치해온 죄, 그 누구를 탓하겠느냐"며 "완전한 명예회복은 (과거사위의) 권고사항에 따라 법률적, 제도적 후속조치들이 이뤄져야 진정한 명예회복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폭력의 역사로 얼룩진 상처를 서로가 위로하고 치유해 제주를 평화와 인권이 살아 숨쉬는 명실상부한 평화의 섬, 풍요로운 국제자유도시로 만들어가는 대장정에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안병욱 과거사정리위원장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국가공권력에 의한 희생사건의 진실규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진실규명과 화해 실현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합동위령제에서는 김경훈 시인의 추모시 '섯알 오름길'도 낭독됐다.

섯알오름 예비검속 사건은 1950년 7∼8월 경찰이 요시찰인 및 불순분자로 분류한 민간인 200여명을 해병대 모슬포 부대 제5중대 제2소대원과 제3대대원이 섯알오름에 위치한 동굴에 끌고가 집단으로 총살한 뒤 암매장한 사건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를 '한국전쟁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으로 결정했다.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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