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외국을 통해 본 기초질서 지키기
외국을 통해 본 기초질서 지키기
  • 김경택
  • 승인 2008.07.28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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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경택 서귀포경찰서 중서지구대 순경

싱가포르에는 "Everything is fine." 이라는 말이 있다. fine이라는 어휘가 '좋다'라는 뜻도 있지만 '벌금'이라는 뜻도 있다.

이런 문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싱가포르에는 모든 것이 벌금이다. 이렇게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질서 위반 시 벌금이 무겁게 부과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심지어는 용변 후 물을 안내려도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니 누군들 안 지키겠으며 이로 인해 싱가포르 곳곳에는 깨끗하지 않을 수 있겠나 싶다.

졸자는 2005년에 일본 오키나와현에 있는 메이오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1학기를 보낸 경험이 있다. 내가 본 일본인들의 기초질서는 가히 많은 일본을 방문한 방문객들을 감탄케 한다. 일례로, 담배꽁초를 버리기에는 도로가 너무 깨끗하다. 그러다 보니 길바닥에 꽁초 하나를 버리는 데도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무신경하게 꽁초를 길바닥에 버리는 우리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가 정지선을 지키는 모습이나 신호등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모습, 어딜 가나 보이는 질서정연한 행렬,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세심한 태도, 일본을 상징하는 이런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준법정신이 투철한 이유는 일본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1600년부터 1800년까지 엄중한 형벌을 과했다. 남의 것을 훔치거나 법을 어긴 자에게는 곤장 같은 형벌이 아니라, 죄가 가볍거나 무겁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사형이다. 사형은 극히 참혹해서 십자로 된 나무에다 사람을 묶어놓고 불로 지지기도 하고 혹은 창으로 찌르기도 한다.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거나 목숨을 해친 자는 창과 칼로 난자질하고, 까마귀나 솔개 밥이 되게 하고 뼈는 바람에 불려 날리게 했다. 살인죄는 말할 것도 없고, 가벼운 절도죄도 가혹한 사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일본의 풍속이었다. 이러한 엄격한 법이 고도로 팽창된 호기심을 억누르기 때문에,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정숙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형법학의 선구자인 베카리아(Beccaria)의 다음 글은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흔한 경범죄를 대중 앞에서 처벌한다면 가벼운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멀리하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큰 범죄에서도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올가미는 형벌의 가혹함 정도가 아니라, 형벌의 확실함 정도이다.” 베카리아의 글처럼 외국의 가혹한 형벌만이 능사가 아닌 것 같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듯이 가혹한 형벌보다 확실한 단속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도 경범죄처벌법등을 통해 1970년대 초부터 기초질서 위반행위를 단속해 왔다. 그리고 올해 2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60일동안 기초질서 지키기 홍보 및 계도 기간을 갖고 4월 21일부터는 앞으로 계속 집중단속기간을 갖게 된다. 앞으로 기초질서 위반자를 단속해야할 나 자신부터 기초질서를 잘 지키고 그리고 기초질서 단속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다른 어떠한 나라보다 앞서가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김경택 서귀포경찰서 중서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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