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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만 잡는 장애인 편의시설, 차라리 없애라"
"폼만 잡는 장애인 편의시설, 차라리 없애라"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8.06 19:4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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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기 편의시설 도시탐험 학교' 6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서 개최

제주시내 시청 중심가에 있는  A 건물. 책을 사기 위해 이 건물안 서점을 향하는 시민들.

그러나 눈앞엔 60도 이상 경사진 보도시설이 숨막히게 뻗어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런 시설을 만들어 놓았을까. 장애인들을 위해? 아님 어린이아들 미끄럼틀 놀이하라고? 그것도 아니면 암벽등반을 위한 연습용 시설?

이러한 위험천만한 발상이 가득한 도시를 비장애아이들이 직접 도시탐험을 해보기로했다.

#제5기 편의시설 도시탐험학교 개최

사단법인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가 주최하고 6일과 7일 양일간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및 시내일원에서 진행되는 '2005년 제 5기 편의시설 도시탐험학교'가 바로 그것.

50여명의 참가 중.고.대학생들은 1박2일간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영상교육을 받기도 하고 직접 장애인이 돼 도시곳곳 편의시설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캠코더로 자신들의 활동을 찍을 예정이다.

첫날, 도시탐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장애체험을 하기 앞서 실시된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영상교육이 진행되는 자리를 찾아갔다.

#형식적으로 지켜지는 편의시설 관련법규

박근수 제주장애인편의시설 대표가 참가학생들을 상대로 영상강의를 하고 있었다.

영상강의가 진행되는 화면 속은 제주시내 중심가에 있는 낯익은 건물 모습(앞서 말한 A건물)이 보였다. 한 척추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보도시설을 오르고 있었다.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힘꽤나 쓸 것 같은 도우미도 화면에 같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둘은 60도이상 경사진 장애인 보도시설을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휠체어를 타고 올라갔다 쳐보자.  내려올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초강력 브레이크가 달린 휠체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이곳을 오르는데 힘이 드는 것은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임산부와 노약자,  높은 굽을 신은 여성, 신발 밑창이 달아서 마찰력이 떨어진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은 이 장애인 보도시설을 오를 재간이 없다.

영상강의중인 박대표는 장애인 편의시설들이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에 대해 엉뚱한 대답을 한다.

 1998년 시행된 장애인, 어린이, 노약자 등을 위한 편의시설 관련 법규때문이라는 것이다. 좀더 좋은 사회환경을 위해 고심끝에 마련된 법안 때문이라니 수긍이 안된다.

"폼만 장애인 편의시설이기 때문이다. 건물을 신축하거나 용도변경을 하는 등의 경우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러한 규정이 형식적으로 지켜지기 때문이다. 일단 장애인시설을 마련하지 않았느냐는 잘못된 인식때문이다.

#오히려 비장애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박 대표는 흥분해서 얘기한다.

"A 건물은 승강기까지 가는 접근로에 세워진 보도시설이 문제되는 것인데 실제로 겨울철에는 너무 경사졌기 때문에 비장애인들까지 다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렇게 잘못된 장애인 편의시설은 차라리 없는게 낫다. 오히려 비장애인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지 않느냐."

이어 박 대표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3가지만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나는 장애인이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편하면 어린아이들도 편할테고 임산부도 편하고 노인들도 편해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비장애인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장애인 우선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장애인주차,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들을 예로 들수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궁색하게 폼만 잡고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장애인들만이라도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사회속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쓸수 있는 시설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박 대표의 말에 의하면 현재 1998년 시행된 법규가 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50%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건물면적이 1000㎡이상이면 13가지의 장애인편의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1000㎡미만이면 9가지가 지켜져야 한단다.

그러나 실제로 일반 동사무소의 경우는 9가지가 해당되는데 형식적으로 말만 장애인편의시설인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 대표는 "이번에 마련된 도시탐험학교에서 비장애인학생들이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의 잘못된 점을 느끼고 장애인들과 사회적 이동약자들에 대한 인식 제고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실질적인 장애체험만이 몸에 와닿는 교육돼

도시탐험에 참가한 아라중 2학년 남학생 3명은 영상강의 도중 한 장애인이 비좁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의자를 가지고 장애체험을 시도해봤다.

주변에 인지선이 없는 일반 화장실을 상상하며 휠체어에서 몸을 떼고 변기에 앉는 연습을 시도했다. 이 학생들은 손을 어디에 의지해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체감이 안되는 모양인지 허우적거렸다.

이번 도시탐험을 준비한 강석봉 제주도장애인연합회 사회복지사는 "도시탐험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봉사활동 점수보다 평소 장애인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다. 갈수록 도시탐험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한다.

강 복지사는 "어린 학생들이 도시탐험을 통해서 장애인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본인들 스스로 문제제기까지 할 수 있길 바란다"며 "말로만 하는 교육보다 직접 체험으로 우러나야 스스로 확실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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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독자 2005-08-08 17:24:43
속시원한 기사

서적 2005-08-08 13:52:45
책을 옮길때 수레가 오르기 위해 설치한 경사로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비오는날 그곳에서 미끌.....

나그네 2005-08-08 13:33:11
탐&서점 말구 또 있겠우.
멀쩡한 나도 그곳 호프집가려면 옆 철대잡고 조마조마하며 걸어야 한다우.
겨울철 이곳에서 미끄러지는사람도 많이 봤다우.

.. 2005-08-08 11:21:13
혹시 탐X서점....ㅜ.ㅜ

장애인권리찾기 2005-08-07 13:55:32
아주 훌륭한 기사입니다.

문제의 서점 건물주는 이 기사 잘 읽고 판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