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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스파이더맨'이 또 나타났네"
"어~ '스파이더맨'이 또 나타났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5.02 10:19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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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눈]'스파이더맨' 김익수씨의 '아침 인사'

제주시 연삼로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 아침 출근시간이면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스파이더맨'을 만날 수 있다.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손을 쉴새 없이 흔들어대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스파이더맨.

처음에 도심 속 스파이더맨이 등장했을 때, 그의 정체(?)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왜 매일같이 손을 흔들며, '사서 고생을 할까'하는 의문을 갖는 이들도 많았다.

하루 이틀 하다가 그만 두겠지. 장삿속에서 하는 것인데 별 수 있어.  그러나 하루, 이틀, 그리고 한달, 1년, 또 1년. 몇번 하다가 식을 줄 알았던 스파이더맨의 아침인사는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오전 8시를 전후해 1시간 정도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스파이더맨의 출근길 인사는 이제 연삼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는 낯설은 풍경이 아니다.

지난 4.9 총선을 전후해 말들이 많았다. 2년 가까이 출몰하던 스파이더맨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스파이더맨이 서 있던 자리에는 선거 후보진영의 '율동팀'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스파이더맨이 사라진 것이다.

드디어 포기했구나. 아침마다 스파이더맨을 보며 '진정한 프로'를 보게 됐다는 보험사 직원은 '요즘 왜 안 나타날까'라며 궁금해 했다. 그의 모습은 '영업사원'들에게는  좋은 본보기였을 뿐만 아니라, '모범' 그 자체였다.

#사라졌던 스파이더맨, 아침 출근길 다시 나타나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그가 다시 나타났다. 다시 반갑게 운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를 하는 스파이더맨. 아침 뿐만이 아니다. 오후 퇴근시간대, 제주시 광양로터리에서도 스파이더맨이 나타났다. 낮시간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마트 등에서도 그를 봤다는 이들도 많았다.

근로자의 날 다음날인 2일 아침. 스파이더맨이 아침인사를 한 후, 그에 대해 모두 알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다름 아닌 르노삼성자동차 제주지점의 김익수 대리(37). 아직 미혼이다. 2005년 10월 르노삼성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이제 2년여 경력의 젊은 사원이다.

'영업'이 주 직업인 그가 왜 스파이더맨으로 뛰어들었을까. 그 이유 역시 예상했던대로 영업과 관련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널리 자신을 알리고, 쉽게 다가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스파이더맨을 만들어낸 것이다.

"입사하고 얼마 안된 2006년 6월쯤, 많이 고민했어요. 고참 선배들도 많은데 내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하고 있는 일의 효과를 극대화할까. 매일 이것저것을 생각하며 고민했죠."

#"아저씨, 거미줄도 한번 쏘아보세요"

그가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영화 '스파이더맨'이 흥행하고 있었다.
"영업하는 사람들은 많이 알려야 하는게 큰 목적인데, 알리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을 했죠. 그 당시 '스파이더맨' 영화가 흥행하고 있었어요. 스파이더맨이 호감이 가는 캐릭터이고 어린이에서 어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퍼포먼스 중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할까 하다가 이것을 하게 됐어요."

아침 8시30분 출근과 동시에 오전 회의.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영업활동. 이러한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그는 스파이더맨 캐릭터로 매일 아침 인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것도 하루 이틀 또는 한달 두달이 아니라, 직장에서의 그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계속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우선 스파이더맨 캐리터의상을 구입했어요.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개인비용으로 구입했는데, 나중에 지점장님이 그 얘기를 전해듣고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지점 차원에서 지원을 해 주시더라구요."

스파이더맨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 그는 매일같이 문자메시지 30여건을 받았다고 한다. 아침인사를 할 때면 뒷편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놓은 홍보현수막이 내걸렸기 때문에 그것을 메모해둔 이들의 격려메시지가 쏟아졌다.

등굣길에 나선 어린이들은 진짜 스파이더맨인줄 알았는지 다가와서는, '거미줄 한번 쏘아달라'며 떼를 쓰는 바람에 난처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치킨집에서 나온 사람 아닌가'하고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격려와, 실제 영업활동에서의 실적도 향상되면서 자신감은 백배 향상됐다. 멈추지 않고, 꾸준히 다가서겠다는 욕심도 생겨났다.

#"아저씨, 연삼로 스파이더맨 맞죠?"

입사한지 몇개월되지 않았던 2006년 그의 지점내 판매실적은 중위권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7년에는 크게

신장되면서 지점 2위를 차지했다.

"경력으로 보면 제가 신참내기나 다름없는데, 제가 목표했던 것을 이루게 돼 솔직히 많은 자부심을 느껴요. 평범한 영업사원 보다는 스파이더맨 사원이라는 이미지가 이제 익숙해지면서 스케줄도 조정하게 됐죠."

그는 아침 7시10분부터 8시15분까지 연삼로에서 아침인사를 한후, 8시30분까지 출근을 한다. 아침회의가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을 핑계대서 아침회의에 참석 안하는 날은 거의 없다. 오전 9시가 되면 출고고객 애프터서비스나 고객을 만나면서 활동하고, 오후 5시에는 광양로터리로 가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한다. 물론 대외활동 복장은 정장이 아니라 스파이더맨 캐릭터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형마트나 공항 청사에서도 스파이더맨 캐릭터로 인사를 한다.

"정장차림으로 방문할 때에는 명함을 내밀더라도 그리 달가운 표정들이 아니더라구요. 영업사원이 워낙 많으니까요. 대부분 거부반응을 보이잖아요. 그런데 이 옷 입고 가면 웃어요. 일단 웃어요. 아저씨가 연삼로 스파이더맨 아니냐고 물으며 음료수를 내미는 이들도 많아요."

앞으로 지점내 '판매왕'이 첫번째 목표이고, 나아가 호남본부권 '판매왕'을 달리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스파이더맨 아침인사를 마치고 급하게 회사로 향했다. 계획된 스케줄에 따른 활동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2년째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익수 대리. 그가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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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tse 2008-05-14 15:58:58
당신의 끈기와 열정에 감동,감동 받습니다.
나두 김익수님 처럼 끈기와 열정을 갖고 싶네요~
더욱더 열심히 하시구요~^^

7300 2008-05-07 03:36:16
김익수 대리님(스파이더맨 대리님이라고 해야하나ㅋㅋ)여기서 대리님기사 보니까
대리님한테 차산 제가 더 뿌듯하네요^^*
꼭 호남본부권 판매왕 목표 달성하시길...대리님은 충분히 할거라 믿습니다^^*아자~~!@!
차 잘탈께요^^*지금 하시는 노력만큼 차후 관리도 잘부탁드립니다^^*

bogus 2008-05-07 03:26:39
차 잘탈께요^^*지금 하시는 노력만큼 차후 관리도 잘부탁드립니다^^*

bogus 2008-05-07 03:22:23
...

wlalsdl 2008-05-03 16:33:29
작년 여름 그 무더위에서 할때는 저 더운데 어떻게 하나...했는데 또 겨울엔 그 추운데 망토 까지 입고서 하더니..다시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시작 되는데 아직도...
암튼 그 열정에 정말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