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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제주영상센터여, 어디로 가는가!
오! 제주영상센터여, 어디로 가는가!
  • 이영윤
  • 승인 2008.04.18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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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영윤 / 제주씨네아일랜드 사무차장

제주영상미디어센터(이하 미디어센터)에서 18일부터 '난타'가 상설 공연된다.

지금도 '왜?'라고 스스로 묻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안 나온다. 관광활성화? 경제효과? 신기하다. 미디어센터라는 '꿈의 공장'을 만들어 놓고, 사실상 시민들의 '꿈'의 활성화작용을 멈추게 했으니.

'난타 공연'을 '미디어센터'내에 있는 '예술극장'만의 문제로 국한해선 안된다. 예술극장에 '난타'가 공연된다는 사실은 이미 미래로 향해야 할 '꿈의 공장'을 멈추고 '꿈'꾸기를 포기해 과거로 회귀하려는 무시무시한 사건이다.

#기대속에 개관한 제주영상미디어센터…하지만

2006년 7월31일 개관한 제주영상미디어센터(이하 미디어센터)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으로는 최초로 선정된 지역미디어센터다.

문화관광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각 10억원씩 지원한 미디어센터는 기존 '제주민속관광타운'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에 터전을 잡고 개관했다.

미디어센터가 제주도민들에게 진정한 공공적인 시설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탄탄한 운영 프로그램을 갖춰야 했다.

이 같은 중요성을 감안, 도내 민간 영상단체들은 미디어센터 설립 과정에서부터 민간 단체들이 미디어센터 운영을 함께 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없이 했다.

더구나 제주특별자치도가 미디어센터의 운영을 (사)제주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원회)에 위탁을 준 상황이었기에 운영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영상위원회 운영 만으로도 꽤나 많은 동력이 필요함은 상식적임에도 영상위원회가 미디어센터까지 도맡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도전이자,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위원회는 도내 민간 영상단체들의 불안감과 조언을 뒤로하고 홀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2년 뒤 우려대로 미디어센터는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개관 당시 언론에 밝힌 "2008년부터 정상궤도로 올려놓겠다"라는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이제는 '상식'을 뛰어넘어 '과오'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 이르렀다.

#'난타'로 '난타'당한 제주의 꿈

2008년 2월 5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언론브리핑을 통해 "제주에서 난타가 상설 공연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게다가 난타 공연은 제주미디어센터 예술전용극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알려왔다.

보도 직후 도내 민간 영상단체들은 그야말로 '뒤집어졌다'. 아무 논의 없이 도내 민간단체들의 '뒷통수'를 친 어이없는 처사였다.

자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난타공연은 올해부터 3년간 2011년까지 진행된다. 거의 매일 저녁시간대에 진행되는 난타 공연으로 사실상 제주도민, 제주도내 영화인, 민간 단체 들은 사용권리를 박탈당했다.

영상위원회는 계약서 상에 '영상위원회가 난타 공연시간에 공연장을 사용할 경우 난타 공연팀은 극장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라는 단서 조항을 갖고 '영상물 상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드러났다.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비판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 제주도 상영 계획이 제주미디어센터가 아닌 제주시내 모 극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도내 시민단체는 제주미디어센터 예술극장에서 상영하려 했지만 미디어센터를 운영하는 제주영상위원회는 "난타 공연이 한 달이 되지 않았다"며 다른 상영관으로 상영을 유도했다.

<식코>란 공공성의 목적을 띈 영화가 공공적인 공간인 미디어센터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현실. 제주도와 제주영상위원회가 미디어센터 육성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사례다.

제주도와 영상위원회는 어떤 기준을 갖고 예술극장 사용을 허락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본질을 본다면 미디어센터는 제주도민 누구나 차별없이 사용할 권리가 있는 '공공적' 시설이 아니었던가.

또 영상위원회는 이렇게 주장한다. "예술극장이 고작 1년에 해봐야 영화가 상영되는 기간이 한 달도 안된다. 난타 공연을 통해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기모순의 극치를 보여주는 꼴이다. 그들에게는 열정을 무기삼아 활동하는 전국 독립영화인, 시네마테크 활동가 등은 안 보이는 모양이다.

미디어센터 만큼의 재정, 인프라가 없이도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 영상물이 뿜어내는 희열감을 안겨주기 위해 오늘도 땀 흘리는 영상인들은 무시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름 영화, 미디어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영상위원회에서 허접한 논리를 내세워 그들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 처량하다 못해 참담해진다.

어떻게든 해석해보려 해도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부실하다. 오히려 그들이 주장하면 할수록 그들의 행동에서는 '자본'의 냄새가 짙게 배어나온다. 영상위원회가 수익성을 바탕에 두고 '난타 공연 유치'를 추진하려 했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아 절망감이 깊어간다.

수준 높은 영화를 소개하거나 도민들이 손수 만든 영상물을 지속적으로 예술극장에서 상영하는 것과, 매회 관람객에게 4~5만원을 받고 난타를 공연하는 것.

영상위원회 입장이 아닌, 문화를 향유하는 입장에서 보면 수익성으로 보나 가치적인 측면에서 보나 과연 어느 편에 지지의 손을 들겠는가.

#'미디어센터'는 무한한 '꿈의 공장'

미디어센터는 시민들의 무한한 상상을 펼치게 도와주는 '꿈의 공장'으로서 자리매김 해야한다.

'난타'라는 한정된 컨텐츠는 도내에 산재한, 컨텐츠로 발전 가능한 시민들의 무궁무진한 상상과 창의에 비교할 것이 못된다.

'난타'를 통해서 도민들이 미디어센터를 많이 찾게 하겠다는 '장및빛 환상'에 젖으면 위험하다. 미디어센터는 도민들이 '주체'가 돼야 할 공간이다. '난타'를 통한 활성화는 되려 도민들을 '객체'로 만들어 버린다.

진정한 영상문화 발전은 검증된, 대형 컨텐츠를 도민들에게 소개하며, 컨텐츠에 내재된 상징적인 권위로 시민들을 압도하고 경외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영상이 생활속에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친밀감을 부여해야 하며, 누구나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상상의 세계를 영상을 통해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행정당국은 당장 미디어센터를 본질에 맞도록 체계적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장기적 대책마련 수립에 힘써야 한다.

현재 제주영상위원회가 위탁 운영하는 미디어센터를 독립시킬 것도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제주영상위원회가 추진하는 영상 로케이션 서비스 등의 업무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제주영상위원회가 기존 업무와 미디어센터 업무까지 끌고 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제주도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디어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마련과 함께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법적 뒷받침 작업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미디어센터가 시민들의 공간임을 알리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미디어센터는 '건물' 이상의 상징이다. 제주도가 그토록 목놓아 부르짖는 '경제활성화'와도 충분히 관련돼 있다.

미디어센터는 무한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보루'다. 도민들의 상상과 창의를 무한하게 적용하고 실험할 수 있는 '학교'다.

도민들의 상상과 창의를 통해 '난타'보다 더 빛난 '컨텐츠'를 만들어 내고, 무한한 경제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영상산업 전초기지'다.

미디어센터는 현 세대만의 향유물이 아닌 끊임없이 세대를 이어 전해져야 할 유물이다. 우리 아이들과 청춘들이 무한하게 작동할 '꿈의 공장'이어야 한다.

단, 이 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센터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지원, 본 기능과 역할에 따라 만들어 갈 수 있는 실천력이 담보돼야 한다. 제주도는 실천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오!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여, 어디로 가는가!

<이영윤 / 제주씨네아일랜드 사무차장>

#외부원고인 특별기고는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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