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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로스쿨, 유치만 하면 끝인가?
첫 시험 코앞인데, 대학은 무대책?
제주대 로스쿨, 유치만 하면 끝인가?
첫 시험 코앞인데, 대학은 무대책?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3.11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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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제주대 로스쿨 유치, 후속조치 제대로 되고 있나
8월 첫 리트시험 체계적 대비 이뤄지지 않아

지난달 4일은 제주대로서 역사적인 하루였다. 전국 25개 대학이 선정된 법학전문대학원에 당당히 제주대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가 나는대로 고충석 제주대 총장도 "오늘, 2008년 2월 4일은 개교 반세기가 넘는 제주대학교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만한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앞으로 제주대학교는 전국의 명문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당하게 겨룰 수 있게 되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고 총장은 또 "로스쿨 전용시설로는 우선 법학전문대학원 1호관과 법학전문대학원 2호관,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정보검색실, 컴퓨터 Lab실을 보유하고 있다"며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가가 축하와 감사로 끝나는 일은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이며,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40명 중 10%인 4명은 제주대학생으로 유치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특히 오는 8월 치러질 법학적성시험(LEET)에 대해서 시험을 준비하는 제주대학생들에게 시험을 대비한 교육이 현재 이뤄지고 있지 않아, 로스쿨 유치 후 제주대의 로스쿨 추진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 8월 법학적성시험(LEET, 리트) 앞두고 대학가 '혼란'

전국 로스쿨 가인가 대학이 발표된 후 후폭풍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제 대학가에서는 오는 8월 치러지는 법학적성시험을 앞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첫 시험이라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정확한 날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법학적성시험(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란 리트(LEET)라고도 불리는데 영어의 앞글자를 따서 주로 그렇게 부른다.

이 시험은 법학에 관한 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본적 자질과 적성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으로 교육부인적자원부장관이 매해 8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 : Law School Admission Test)과 유사하게 판단력, 사고력, 분석력, 표현력 등의 자질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리트시험은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논술 세 개 영역으로 나뉘어 시험을 치르게 되며,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은 각각 40문항으로 5지선다형으로 출제가 되고 있으며, 논술은 2개에서 4개 문제를 서술형으로 풀어야 한다.

법학전문시험에 대해서는 지난 2006년 11월과 2007년 12월에 두 번에 걸친 예시문의 발표와 지난 1월말 치러진 예비시험으로 그 윤곽은 대강 알려져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27일 1월에 실시한 법학적성시험(LEET) 예비시험의 채점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시험에는 총 691명이 응시했으며 응시생들의 원점수를 환산한 표준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0점(표준편차 10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시생들 가운데 법학 전공자가 전체의 222명(32.1%)으로 가장 많았고, 공학계열 115명(16.6%), 인문계열 111명(16.1%), 상경계열 84명(12.2%) 등이며 여성은 250명으로 36.2%를 차지했다.

법학적성시험이 로스쿨에 들어가는 핵심적인 시험이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강남에 학원가가 많이 몰려 있으며, 로스쿨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모두 이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 로스쿨학원가... 서울은 학원비 때문 '난리', 제주는 학원 '無'

그러나 학원가에서는 값비싼 학원비 때문에 학생들이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되고 있지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학원들이 서민계층 수험생들은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학원비를 받아 챙기면서 정작 입시정보 제공은 부실해 수험생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서울의 한 학원의 경우 로스쿨 입시 과목인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등 3과목을 모두 수강할 경우 두 달짜리 기본반 학원비만 150만원에 이른다. 학원생이 늘어나는 3월부터는 두 달에 700만원(6인 기준)씩이나 하는 '동영상 그룹스터디 집중반'도 개설됐다.

500만원이 넘는 몇달치 학원비를 한꺼번에 내도록 요구하는 학원도 있어서 서울에서는 실제로 턱없이 비싼 학원비 때문에 로스쿨 준비를 포기하는 입시생들이 적지 않다.

로스쿨 시험대비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송지훈씨는 "서울에서도 강남에 로스쿨입시학원이 많이 있는데 학교보다는 대부분 사설학원 중심으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학원비가 두 달치를 한꺼번에 끊어서 8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하고 150만원 하는 학원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금전적인 부담 뿐만 아니라 처음 치러지는 시험이기 때문에 겪는 막막함과 막연함은 더욱 크다. 때문에 송씨는 "시험을 앞두고 스터디 게시판을 통해 공부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예상문제집 뽑고 다들 같이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제주대의 경우 아직까지 로스쿨입시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주도내에 역시 로스쿨입시학원이 아직 한 곳도 없다.

서울의 로스쿨 관계자도 "서울의 경우에는 로스쿨 사설학원이 많아서 지방에서 많이 올라와서 공부하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아직 학원이 있다는 곳이 거의 없다"며 "첫 시험이 치러진 이후에 활발해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권역에서 제주대와 함께 로스쿨에 선정된 전북대도 "아직 대학에서 로스쿨 관련 강의는 개설돼 있지 않다"며 "차후 필요에 의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준비가 저조함을 내비쳤다.

# 제주대 로스쿨 유치만 하면 끝인가?

제주대는 이와 다르지 않다. 그나마 타 지방의 경우 서울로 가는 기차편이라도 있지만 제주에서 로스쿨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지난 1월말에 치러진 법학적성시험 예비시험의 경우에도 서울에 있는 한양공고에서 치러져 제주지역에서는 거의 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제주대 학생들은 어떻게 로스쿨에 대비해야 할까? 제주도내에는 로스쿨 관련 학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아직 로스쿨에 대한 준비태세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대의 경우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1차 시험에서는 학부성적(30%), 법학적성시험(50%), 공인영어성적(20%)이 평가되고, 2차에서는 자기소개 등 면접이 치러져 40명을 뽑는다.

그러나 제주대가 로스쿨을 유치하면서 제주대학생을 10% 유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에 대한 대비가 되고 있지 않다.

제주대 기획처 관계자는 "적성시험을 전국적으로 보는 데 서울 쪽의 학원이 제주대에 와서 강의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는 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이 없고, 그와 관련된 사항이라면 법학부에 알아보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법학부에서는 로스쿨개원준비단을 꾸릴 뿐 법학적성시험에 대한 대비책은 관여하지 않는 답만 돌아왔다.

제주대 로스쿨개원준비단장 김상찬 교수는 "개원준비단은 학생들을 뽑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주대학생의 법학적성시험에 관여할 수는 없다"며 "이는 기획처에서 직업능력개발원을 통해 사설학원과 연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는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천상 제주대학생들이 로스쿨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로스쿨입시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답변이다.

#이효연 기획처장 "리트시험 대비책 강구하겠다"

이에 반해 이효연 기획처장은 11일 KBS 제1라디오 '진희종의 제주진단'에 출연해 "로스쿨 유치 못지 않게 제주대 학생들이 로스쿨에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인 리트시험은 매우 중요하며, 대학측에서는 앞으로 화상강의 등의 방법을 통해 리트시험 대비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험은 8월에 치러지는 반면, 리트시험반이 당장 가동되지 않으면서 과연 제주대 학생들이 이번 첫 시험에 얼마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리트시험대비반의 경우 최소 6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시간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제주대의 로스쿨. 각계 인사의 노력과 각급 기관의 후원약속 등 범도민적인 노력을 통해 얻어낸 제주대 로스쿨 유치는 결코 제주대만의 일은 아니다. 제주도민들이 함께 노력을 기울여 유치해낸 그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제주대 학생 입학비율 10%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제주대학교 당국의 이제부터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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