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군 생활 책 읽기는 사회 나가서도 도움 됩니다”
“군 생활 책 읽기는 사회 나가서도 도움 됩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3.1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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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병 제9여단 92대대 김현수 중령

장병들과 힘 모아 최근 병영도서관 새 단장
10진분류로 책 정리…담소 나눌 공간도 마련
외부 자원 활용한 ‘독서 코칭’으로 효과 기대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군인들도 책을 접하며 살까? ‘라떼’는 군 생활을 하며 읽던 책을 뺏긴 경험이 있기에, 군과 책은 늘 별개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예전 군대는 책을 읽고 싶어도 읽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책을 읽는 장병들은 표적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병영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작은도서관이 군 내에 있다. 문제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그런 고민을 지니고 있다면 해병대 제9여단 92대대 병영도서관에서 배우면 된다. 92대대는 지난 8일 병영도서관을 새롭게 단장, 장병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김현수 92대대장(해병 중령)이 장병과 함께 고심한 결과물이다. 병영도서관을 새로 단장한 이유가 있을 듯싶다. 김현수 대대장은 다음처럼 설명한다.

8일 말끔하게 단장해서 오픈한 92대대 병영도서관 테이크 커팅식. 해병대 제9여단
8일 말끔하게 단장해서 오픈한 92대대 병영도서관 테이프 커팅식. ⓒ해병대 제9여단

“국방부 차원에서 병영 도서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책은 있는데, 그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겁니다. 장병들이 읽을 수 있고, 장병들에게 필요한 책을 정리해보려고 했습니다. 우리 장병들이 손쉽게 책을 접하게 만들려는 게 제일 큰 이유입니다.”

도서관은 대개 10진분류에 따라 책을 정리해두고 있다. 10진분류는 책을 아무렇게나 꽂지 않고, 내가 원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병영도서관을 일반 도서관처럼 그렇게 꾸미는 일은 쉽지 않다. 다행히도 김현수 대대장은 그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하다. 그는 92대대에 오기 전부터 10진분류 체계로 병영도서관을 획기적으로 바꾼 기억이 있다.

“2015년 포항에서 지휘관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에도 도서관은 있었지만 책을 그냥 쌓아두기만 했습니다. 책장에 책을 그냥 끼워 넣었던 겁니다. 밑에 있는 책은 제목도 보이지 않고, 무슨 책인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포항에 있는 석곡도서관을 찾아 병영도서관 실정을 얘기했고, 지원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때 10진분류를 배웠습니다. 대원들이랑 3개월을 정리했더니 도서관은 달라졌습니다. 석곡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보시더니 ‘천지개벽했다’고 하셨습니다.”

김현수 92대대장이 대원들과 함께 분류한 10진분류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현수 92대대장이 대원들과 함께 분류한 10진분류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덕분에 그가 속한 부대는 문화부장관 표창을, 그에게는 국방부 장관 표창이 선물로 돌아왔다. 92대대의 병영도서관을 바꾸려 한 건 그런 선물을 원해서가 아니다. 젊은 대원들에게 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었다. 어쩌면 책이 젊은 대원들에게는 ‘미래의 선물’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군 내에서도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대원들은 SNS를 주로 하고, 책을 잘 접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걸 보고 듣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책과 스마트폰의 차이는 ‘감성’이라고 봅니다. 책을 쓴 저자의 생각을 느끼고, 그걸 자기화하는 게 중요하잖습니까.”

장병들은 20대다. 그는 20대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군에서 쌓은 지식이 사회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그는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92대대의 병영도서관을 개혁한 이유는 ‘병영생활’과 함께 ‘병영 이후’도 중요해서다. 그래서 외부와의 협업도 꿈꾼다. 병영도서관에서 단순히 ‘읽는’ 행위만 하지 않고, 외부의 자원을 활용한 ‘독서 코칭’을 준비 중이다. 그건 평소 김현수 대대장이 병영도서관을 염두에 두고 있는 6원칙과 맞아떨어진다.

김현수 중령(오른쪽)이 92대대 병영도서관에서 대원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현수 중령(오른쪽)이 92대대 병영도서관에서 대원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저는 병영 내에서 책을 읽는 6가지 중요한 원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권은 읽도록 하는 겁니다. (독서 코칭을 할 경우) 남이 얘기하는 걸 경청하는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책을 읽고 남에게 발표하려면 머릿속에 있는 걸 정리할 수도 있죠. 독서 코칭으로 인성을 함양할 수도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의 의견도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최소한 많은 인원이 모여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김현수 대대장이 내세운 6가지 원칙을 실행시키려면 외부의 독서 코칭이 있어야 한다. 그는 가능하리라 본다. 6원칙은 2015년 포항에서부터 해온 김현수 대대장의 원칙이다.

“군대 1년 6개월은 인생 중에 짧은 기간이지만, 병영 내에서는 적잖은 시간입니다. 그 기간동안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는다면 달라집니다.”

요즘 사회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 사회 대응 능력을 먼저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김현수 대대장은 믿고 있다. 그렇다고 새로 문을 연 병영도서관이 책만 무조건 읽는 공간은 아니다. 책도 읽으며, 여유도 부릴 수 있는 ‘북 카페’와 같은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커피를 한잔하며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 곧 병영도서관이다. 새로 문을 열면서 주위의 도움도 받았다. 한라도서관과 이도초등학교 등의 도움이 있었다. 그가 이처럼 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그 역시 책을 통해 변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독서노트를 쓴다. 그만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한권의 책을 두번씩 읽는 김현수 92대대장은 독서노트로 책을 자기화한다. 미디어제주
한권의 책을 두번씩 읽는 김현수 92대대장은 독서노트로 책을 자기화한다. ⓒ미디어제주
92대대 병영도서관은 담소를 나누는 북 카페 공간과 같다. 미디어제주
92대대 병영도서관은 담소를 나누는 북 카페 공간과 같다. ⓒ미디어제주

“저는 책을 두 번 읽습니다. 한 번은 읽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이해하고, 두 번째는 정리하면서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읽습니다.”

그는 자신만의 독서 노트를 보여줬다. 깨알같은 글씨가 노트에 펼쳐져 있다. 책 내용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담는다. 이렇듯 습관은 무섭다. 벌써부터 92대대 병영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장병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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