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제주시가 앞장서 없애버린 용천수와 습지 ... "대책 마련돼야"
제주시가 앞장서 없애버린 용천수와 습지 ... "대책 마련돼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2.0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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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습지의 날 특집] 각종 사업에 도내 습지 사라져
어음리 '공새미', 하천 정비 중 시멘트에 모두 매립돼
괴드르못, 매립 후 창고 건축 ... 윤남못도 건축 신청
2016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용천수 조사를 하던 당시의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 '공새미' 모습(위)과 2024년 2월2일 촬영된 공새미 모습(아래)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미디어제주
2016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용천수 조사를 하던 당시의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 '공새미' 모습(위)과 2024년 2월2일 촬영된 공새미 모습(아래)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시 애월읍을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인 금성천은 제주도내 대다수의 하천처럼 평소에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하지만 금성천의 모든 구간이 다 말라 있는 건 아니다. 때때로 물이 흐르는 구간도 있었고, 물이 고여 있는 구간도 있었다. 이런 곳에 생명이 모여들곤 했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의 '공새미'가 그런 곳이었다. 땅 속을 흐르던 물이 솟구쳐나와 금성천의 중류에 거대한 연못을 이룬 용천수였고, 인근 생태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사람들 역시 이 공새미를 중심으로 삶을 이어갔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약 400여년 전 '고응삼'이란 사람이 하천변에서 물이 있음직한 곳을 찾다가, 우연히 온 몸이 흠뻑 젖은 참새 한쌍을 발견했고, 그 참새 근처에서 숲에 둘러쌓여 있던 큰 연못을 찾았다고 한다. 연못은 그 면적만 약 50여평에 달할 정도로 컸다. 

그 이후 이 연못을 '고응삼못'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 이름이 축약되며 지금의 '공세미'가 됐다고 한다. 이 연못에선 1960년대까지 어음1리 사람들이 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이 공새미는 사람들에게만 식수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인근의 수많은 생물에게 생명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상시 상당량의 물이 고여 있으면서 '하천습지'로 역할을 하며 이 일대의 생태축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공새미'는 지금은 그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2016년까지만 해도 공세미는 상당히 많은 수량을 가진 연못으로 남아 있었지만, 그 이후 시멘트로 매립돼 버렸다. 2017년 경 제주시 등에서 진행한 '소하천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2016년 당시 물이 가득 고여 있던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의 공새미.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2016년 당시 물이 가득 고여 있던 제주시 애월읍 어음1리의 공새미.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물이 고여 있던 연못이 모두 시멘트로 매워져버린 공새미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물이 고여 있던 연못이 모두 시멘트로 매워져버린 공새미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연못만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당시 정비사업 과정에서 연못의 북쪽으로 약 150m 길이의 하천이 모두 흙으로 덮였고, 그 이후 약 60m 구간이 시멘트로 메워졌다. 공새미를 중심으로 한 '하천습지'는 이처럼 행정당국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습지'는 한라산과 곶자왈 등과 함께 제주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은 상당히 간과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당국에 의해 '하천습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이 외에 내륙습지도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내륙습지는 322곳으로 집계된다. 내륙습지는 대부분 사유지이기 때문에 개발을 목적으로 한 매립 위기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의 괴드르못의 경우 2000년대 중반까지 습지 역할을 해왔고, 제주도 환경자원총량관리시스템에도 등록돼 있었지만, 현재는 매립돼 현재 창고 부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 조천읍 와흘리에선 2022년 제주시가 침수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한 저류지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와흘리 마을회 소유의 '대물'이란 이름의 습지를 매립하려 했다. 

지난해 매립 위기에 처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윤남못 역시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했다. 

윤남못 일대 전경.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윤남못 일대 전경.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윤남못은 신엄리 마을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해온 습지로, 2021년에 마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습지복원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 사업자가 윤남못을 포함해 인접해 있는 16필지에 해당하는 면적에 대형 물류창고를 짓기 위한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제주시는 이 건축허가에 대해 “윤남못과 함께 습지화된 공간으로서 습지의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현상 유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되 반려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한 번 이 일대에 물류창고를 짓기 위한 건축허가 신청이 이뤄졌다.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존에 습지를 매립하는 형태에서 습지 일부를 보전하는 형태로 건축도면을 변경, 사업자가 다시 건축허가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번에 들어온 건축허가 신청은 습지 일부를 보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허가가 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습지는 일대 생태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습지의 각 구역을 연속된 형태로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습지 일부에 대형물류창고가 들어오고, 주차장이 들어선다면, 많은 생물이 보금자리를 잃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같은 습지의 보전을 위해 제주도를 향해 보다 적극적이면 체계적인 습지 조사와 관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개최한 '제주 동부지역 습지보전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습지 보전을 위한 철저한 습지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주도 차원의 도내 습지 중 내륙습지에 대한 조사는 7년 전인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연안습지에 대한 조사는 더욱 부족하다. 마지막 조사가 23년 전인 2001년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외에도 보전 취지에 부합하는 관련 예산의 배분, 습지 환경을 훼손하는 구조물에 대한 대책 마련, 연안습지 보전 정책을 수립할 해양환경부서의 신설 등을 촉구했다. 

이 토론회 자리에서는 이외에도 최근 제주도 최초로 연안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오조리 연안습지가 자리잡은 오조리 고기봉 이장이 패널로 참석, 습지의 보전과 관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고 이장은 "습지 조사와 관려해 예산이 너무 빈약하다"며 "정밀조사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예산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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