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파빌리온을 직접 만드는 이런 수업을 매년 했으면”
“파빌리온을 직접 만드는 이런 수업을 매년 했으면”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1.23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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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성 지도 전시에 도전한 대학생들
“제주를 찾는 과정에서 더 많은 성장 하게 돼”
바람과 돌담을 새롭게 해석해서 내놓은 파빌리온 안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바람과 돌담을 새롭게 해석해서 내놓은 파빌리온 안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 수업은 까다롭다. 배울 것도 넘친다. 때문에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습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제주대 건축학전공 학생들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전시는 의미가 크다. 지난 22일 문을 연 ‘학생들이 만드는 공공성 지도의 의미와 가치’라는 주제의 전시 자리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파빌리온을 1대 1 크기로 만들었어요. 실제 크기를 만들어보니 앞으로 진행할 설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건축은 디테일도 무척 중요한데, 조인트를 비롯한 접합 부분도 세세하게 생각하는 과정이 되었어요.”

제주시내 비아아트에서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두 팀이 2개의 파빌리온을 제작,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모형이 아닌, 실물로 제작을 해보는 경험이다. 두 팀이 제작한 파빌리온은 특정 과목에 포함된 과제는 아니었다. 제주대 김태일 교수와 학생들이 한데 어울렸다. 마침 국립대 육성사업을 통해 예산을 받을 수 있었기에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학년의 학생들이 함께하는 작업이다. 그것도 낯선 ‘공공성 지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팀으로 나눠 도전했다. 결과는 실물 파빌리온으로 나왔고, 갤러리에 그들이 만든 작품을 내걸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제주에서 수많은 공공성 지도가 만들어졌다. 늘 실현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건축가들이 수많은 작업을 해오지만 행정은 ‘공공성 지도’라는 책자로만 결과물을 내놓는다. 학생들도 그 점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공공성 지도 작업인지 의문이다. 오규택 학생은 개인 의견이라면서 다음처럼 꺼낸다.

“도심의 유휴공간을 찾아내고,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우리는 학생 입장에서 그런 공간을 찾아내고, 더 있지 않을까해서 접근을 했어요. 공공성 지도라는 건 그런 공간을 알려주는 작업이라고 봐요.”

건축가들은 ‘공공성 지도’를 만드는데 애를 쓴다. 건축가들이 좋은 공간을 만들지만, 현실은 이루지 못한 꿈이다. ‘공공성 지도’로 만든 공간을 실제로 구현할 방법은 없을까. 오연수 학생은 SNS를 통한 홍보를, 강지석 학생은 행정의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말한다.

“건축가들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려면 공공성 지도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해요.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SNS 등을 통해 많이 홍보를 했으면 해요.” (오연수)

“다른 지역은 행정이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잖아요. 건축가들이랑 협업을 해서 공공성 지도도 제작을 하는데. 이왕이면 행정이 (좋은 공간을 알리고 그런 공간을 만드는) 홍보까지 해준다면 좋겠어요.” (강지석)

학생들은 건축가들이 많은 공공성 지도와 별개로 그들만의 공공성 지도 작업을 지난 11월부터 해왔다. 몇 개월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작품을 내놓아야 했다. 전에 해보지 않은 작업이다. 나이가 다르고, 학년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서 팀을 꾸리며 파빌리온을 제적하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오픈바운더리(Open-Boundary)라는 팀은 제주의 돌담과 바람을 느끼는 파빌리온을, 또다른 팀인 오또우캐두(AouTouCadu)는 구좌읍 동복리라는 마을을 탐구하며 파빌리온을 만들었다. 이들 파빌리온은 갤러리에 놔두면서 바라만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파빌리온은 실제 그 땅에 놓일 때, 제 이름을 얻는다. 오픈바운더리가 만든 파빌리온은 바람이 부는 곳에 있다면 제주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오또우캐두 작품은 동복리 마을에 있다면 관광객들이 오가면서 들를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동복리 마을 이야기를 담은 파빌리온 안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동복리 마을 이야기를 담은 파빌리온 안에 들어가 있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오픈바운더리 팀장인 강동혁 학생은 공공성 지도 수업이 개인 뿐아니라 학생들에게 가져온 변화가 크다고 한다. 오또우캐두를 이끈 현동협 팀장은 좀 더 포괄적인 것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학년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했다는 게 특별한 경험이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제주를 찾는 과정에서 다들 많은 성장을 이뤘던 것 같습니다. 수업에서 배울 수 없었던 걸 해보는 경험이었어요. 이번 프로그램이 이후에도 이어지면 좋겠어요.” (강동혁)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시와 지역의 맥락을 건들긴 하지만, 이번처럼 제주의 공공성이라든지 이런 키워드를 건들기는 않죠. 이번 작업은 건축을 좀 더 뛰어넘은, 포괄적인 분야였어요.”

이번 공공성 지도 작업은 학생들에겐 해보지 못한 경험이어서인지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은 무척 아쉬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첫 도전을 해본 학생들에게도, 경험을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요즘은 가장 지역적인 건축이, 세계적 건축 방향이 되곤 한다. 특히 공공성 지도는 제주를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작업이다. 이같은 프로젝트를 1학년부터 해본다면 학생들은 매년 제주를 이해하고, 건축을 깊이 있게 알아가는 경험을 해보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학생들은 갑자기 커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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