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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할망들 삶 담은 전시, 제주 선흘리에서 펼쳐져
12명 할망들 삶 담은 전시, 제주 선흘리에서 펼쳐져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2.11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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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에서 '할머니의 예술창고' 3년차 전시회 마련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12명 선흘할머니들의 손끝에서 그려진 제주의 삶을 담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단법인 소셜뮤지엄은 '할머니의 예술창고 2023 나 사는 집' 전시회가 오는 17일까지 선흘체육관에서 열린다고 11일 밝혔다. 

사단법인 소셜뮤지엄과 선흘볍씨마을협동조합은 2021년부터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할머니의 예술창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제주의 특성인 귤창 고 등을 활용해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받은 노년 세대들이 자신의 공간을 이용해 예술활동을 펼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생활을 예술로 향유해나가는 프로젝트다.

1차년도에는 마을 청소년들이 할머니들의 창고를 그리고, 할머니들은 창고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창고가 예술의 장이 될 가능성, 할머니들이 예술가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2차년도인 2022년에는 본격적으로 할머니들의 예술교육이 이루어졌다.

최소연 미술가를 그림선생으로 두고 장문경 문화예술기획자를 전시선생으로 해서 두 명의 할머니로 시작된 ‘할머니의 예술창고’는 지난해 9명의 할머니들과 전시를 만들어냈고, 2023년에는 12명의 할머니들이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창고를 열어 전시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올해는 마을체육관을 그림작업장으로 열어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처음엔 그림이 쑥스러워 ‘나 죽거든 아이들 보겠구나’ 하고 옷장에 꽁꽁 넣어두다가 동네 친구들이 놀러와 여럿이 목격하게 되었고 서로를 ‘그림에 미친 할망’이라 불렀던 할머니들은 이제 “그림이 막 좋아”를 외치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삶의 터전에 관한 그림들을 그리고 있다.

여자라서, 밭일하느라, 4.3으로 학교가 불에 타 글을 배우지 못해서, 그 어떤 기록도 남아있는 게 없는 여성들의 삶이 흰 종이에 그림으로 그려지면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경로당의 구석방에서 화투를 치며 하루를 보내던 던 할머니들이 “마음속에 품은 말이 그림으로 흘러나오니 이것이 곧 해방”이라며 미술관을 방문하고, 서점의 그림책을 사고, 쇠막 앞에 이젤을 세우고, 서로의 그림을 빌려다 밤새 베껴본다. 평생 삶의 일부였던 골갱이, 호미, 인주팬티, 어깨달이, 배이불부터 마당에 자라나는 식물들을 그리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시선을 마을로 돌려 이웃 할머니의 집을 그려가는 우정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부로서 또 농부로서의 시간을 지나 ‘생산자’로서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할머니들이 이번엔 새로운 생산자인 ‘예술가’가 되어 살아온 시간보다도 더 아름답게 그 발자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자신의 미술관 소개글을 적으며 전시를 준비하고 있고, 작가 최소연도 그림 제자들과 함께 선흘을 기록한 작품으로 자신의 집을 연다. ‘할머니의 예술창고’가 씨앗이 돼 선흘리에선 지난 8월 ‘제주다움 마을만들기사업’에 선정, 내년부터마을에 ‘예술작업장’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전시 ‘할망해방일지’로 많은 사람들이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에 대한 지지를 보냈고, 최근에는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단과 함께 제주의 밭작물을 알리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할머니들이 그린 밭작물 그림을 엽서로 제작해 선흘의 친환경도시락에 넣어 제공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선흘그림할망들의 매력에 푹 빠진 안희경 저널리스트가 할머니들의 그림을 지도하고 있는 최소연 작가와 토크콘서트를 통해 할머니의 예술창고가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더불어 2주에 걸쳐 그림 그리는 어머니, 그림 그리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할머니들의 자녀와 손자들이 참여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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