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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15분 도시’, 가로수 살리기부터 시작해야”
“제주도의 ‘15분 도시’, 가로수 살리기부터 시작해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12.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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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광로 가로수길 세밀화 전시회’ 오프닝 행사 참가자들 선언문 발표
“15분 도시 참뜻 실현, 월정사 구실잣밤나무 가로수 제거 계획부터 철회해야”
지난 8일부터 전시 중인 ‘그래도, 살아간다 : 서광로 가로수길 세밀화 전시회’ 행사장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지난 8일부터 전시 중인 ‘그래도, 살아간다 : 서광로 가로수길 세밀화 전시회’ 행사장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가 올 한 해 120만 그루 나무심기를 목표로 도심 속 가로수길 조성 사업을 추진중인 가운데, 정작 멀쩡한 가로수가 제거되는 상황에 대해 모순적인 가로수 정책이라는 시민사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8일 ‘그래도, 살아간다 : 서광로 가로수길 세밀화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서 오영훈 제주도정의 주요 공약사업 중 하나인 ‘15분 도시’ 정책을 겨냥, 15분 도시의 참뜻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월정사 구실잣밤나무 가로수 제거 계획부터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참여환경연대 관계자들과 함께 서광로 가로수길을 걷고 관찰하면서 기록한 그리너들은 선언문을 통해 지난해 제주가 기상 관측 이래 35일이라는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한 점을 들어 “열기를 내뿜는 도시의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그늘로 덮어 열섬현상을 막는 가로수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시민과 함께하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며 가로수의 가치를 재조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서광로에서 우리는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버스중앙차로제를 하려고 가로수부터 제거하는 모순된 제주도의 정책을 봤다”면서 “가로수와 인도가 없으면 버스정류장까지 접근하는 것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차량을 위한 차도 수를 줄이거나, 차도의 폭을 줄여서라도 가로수와 인도를 더욱 확충해야 대중교통 이용이 활성화될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서광로의 공사는 멈춰졌지만, 제주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제주도가 지향하는 15분 도시는 걷기 좋은 가로수길과 인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제주여고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과 서광로 담팔수 가로수길의 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실마을 월정사 구실잣밤나무 가로수 제거 계획을 철회하고, 가로수와 상생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로수 그리너로 참여했던 한송화씨는 “가로수라는 존재가 너무도 익숙해서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로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됐다”면서 “가로수가 사라진 서광로의 과오를 넘어 제주도가 기후위기 대응 선도 도시를 지향한다면, 반드시 월정사 구실잣밤나무 가로수 제거 계획부터 철회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4월 가로수 그리너를 모집, 17명의 시민들과 함께 서광로의 가로수와 식생을 관찰하고 세밀화로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다. 서광로는 광양사거리에서 신제주입구 교차로에 이르는 약 3.6㎞ 구간으로, 지난해 버스중앙차로제 공사로 가로수가 제거되자 시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중단된 곳이다.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창작공간 낭썹(제주시 관덕로6길 11, 2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관람은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전시 관람객들에게는 선착순 300명까지 서광로 가로수길 세밀화 컬러링북이 무료로 배포된다.

지난 8일 ‘그래도, 살아간다 : 서광로 가로수길 세밀화 전시회’ 오프닝 행사 참가자들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지난 8일 ‘그래도, 살아간다 : 서광로 가로수길 세밀화 전시회’ 오프닝 행사 참가자들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시민의 가로수, 시민이 지킨다

15분도시는 가로수 살리기에서 시작하자

더워지는 지구, 제주도가 가장 위기입니다. 작년(2022년) 제주는 35일, 기상 관측이래 가장 긴 열대야 일수를 기록하였습니다. 기후변화에 의한 당연한 결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낮에 달구어진 아스팔트 도로와 시멘트는 밤이 되어도 열기를 내뿜어 도시의 열섬현상을 일으킵니다. 도시의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덮어 열섬현상을 막는 역할을 하는 가로수.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시민과 함께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가로수는 그늘을 내어 열섬현상을 막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와 매연을 흡착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시민의 건강을 지킵니다.

그러나, 제주의 가로수 현실은 참담합니다. 서울 다음으로 도로 보급률이 높으나, 가로수 식재율은 세종시 다음으로 낮습니다. 심어진 가로수마저 가로수 본연의 기능보다는 관리와 미관을 고려한 가로수가 선호되고, 도로교통과 상가 등 건축물, 전선과의 충돌이 나면 우선 가로수를 자르는 상황입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시민의 건강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 견디고 있는 가로수. 그러나, 정작 가로수를 살피고, 가로수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친구는 없습니다. 도로와 차량 중심의 현재의 교통 정책과 도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걷기 좋은 도시도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도 기후위기 극복도 바랄 수 없습니다. 가로수는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알려주는 척도입니다.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기 위한 버스중앙차선제를 하려고 우선 가로수를 없애는 서광로의 모순된 제주도 정책을 보았습니다. 가로수와 인도가 없으면 버스정류장까지 접근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차량을 위한 차도 수를 줄이거나, 차도 폭을 줄이더라도 가로수와 인도는 더 확충해야 대중교통 이용이 활성화되리라는 것이 너무나 분명합니다. 이미 많은 담팔수 가로수들이 사라진 서광로에서 가로수가 처해있는 현실과 그래도 살아가는 가로수와 가로수 주변의 생명들을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서광로 공사는 멈추어져 있지만, 제주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15분도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15분도시는 도로 다이어트이고, 걷기 좋은 가로수길과 인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고 거의 전부입니다. 우리 가로수 그리너들은 제주여고 구실잣밤나무 가로수, 서광로 담팔수 가로수가 옮겨져서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명확히 보았습니다. 다시 이같은 어리석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월정사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이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서 사라지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진정 15분도시의 참뜻을 실현하고 하고자 한다면, 월정사 구실잣밤나무 가로수 제거 계획을 철회하고 가로수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시민들은 제주도의 진정성을 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제주도의 15분도시는 허울이라고 선언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로수와 친구되어 시민과 손잡고 큰 물결을 일으킬 것입니다.

2023년 12월 8일

(사)제주참여환경연대 가로수그리GO 참여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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