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훼손방지 위해 금지하는 오름 야영, 제주도 공식 SNS에 버젓이?
훼손방지 위해 금지하는 오름 야영, 제주도 공식 SNS에 버젓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2.06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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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제주TV'에 오름 백패킹 영상 올라와
제주시 "야영, 허가받은 곳에서만 이뤄져야"
"오름에서의 야영, 훼손 가속화시킬 수도 있어"
누리꾼도 "오름 야영 장려할 수 있어, 조심해야"
제주도 공식 유튜브 채널 '빛나는제주TV'에 올라온 정물오름에서의 백패킹 영상의 한 장면. /사진='빛나는제주TV' 영상 갈무리
제주도 공식 유튜브 채널 '빛나는제주TV'에 올라온 정물오름에서의 백패킹 영상의 한 장면. /사진='빛나는제주TV' 영상 갈무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제주도내 오름 정상부에서의 야영행위 영상을 올리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오름관리 부서 등에서는 제주도내 오름의 훼손방지 등을 위해 도내 오름에서의 야영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홍보부서에선 제주도내 오름의 야영행위를 홍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꼴이다.

지난 5일 제주도 공식 유튜브 채널인 ‘빛나는제주TV’에 정물오름에서의 백패킹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가을에 촬영된 것으로 배낭을 맨 남성이 정물오름 정상에 올라 벤치에 짐을 풀고 이어 침낭 등을 꺼내 잠을 청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텐트는 따로 설치하지 않는 ‘비바크’ 형태의 야영이 이뤄졌다. 영상 속에서 남성은 정물오름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다 해가 진 뒤 즉석발열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이어 벤치 위에서 침낭 등만을 활용해 하룻밤을 보냈고, 아침에 정리를 한 뒤 오름에서 하산했다.

영상만 보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이뤄진 야영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제주시 오름관리 부서 등에선 오름에서의 야영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시 측은 “오름 내에서의 야영행위는 모두 금지로 봐야 한다”며 “야영행위는 원칙적으로 야영장으로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오름에서의 야영행위는 오름 훼손을 가속화하는 문제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어 관내 모든 오름에서의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아울러 “텐트를 치지 않고 침낭 등을 활용해 비바크를 하는 행위도 당장은 큰 훼손을 불러일으키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행위가 유명세를 타서 사람들이 모여들게 해 훼손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우려점이 존재한다”며 “이 때문에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비바크 등의 행위도 계도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측은 실제로 오름에서의 야영행위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문제시 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제주시 측은 “오름에 올라 텐트를 치는 과정에서 나무에 줄을 거는 행위나 땅을 파는 등의 행위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며 “사유지 오름에서도 이와 같은 야영과 관련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내 일부 오름에서는 지속된 야영행위로 인해 토지주들이 직접 '야영금지' 게시판을 만들어 오름 곳곳에 설치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누리꾼들도 오름에서의 야영행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육지부의 산들은 지형이 단단한 반면, 제주의 오름은 화산활동으로 생겨나 지반이 약한 편이다. 그 때문에 탠트를 치는 행위가 오름 훼손을 가속화할 수 있고, 비바크 형태라고 하더라도 결국 오름에서의 백패킹 등을 장려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누리꾼은 또 "더군다나 영상 제목에 ‘오름백패킹’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다, 이런 영상을 통해 오름이 유명해지면 훼손 가속화되는 절차를 밟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영상 속 정물오름은 자연환경보전지역 및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하수자원보전지구 등으로 지정돼 있는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는 이처럼 오름의 훼손에 대한 우려점이 존재해 금지하거나 계도대상으로 삼고 있는 오름에서의 야영행위를 버젓이 공식 채널에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도 측은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관련 내용을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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