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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다이어트' 꿈꾸는 제주, 현실은 222개 차도 확장 및 개설?
'도로 다이어트' 꿈꾸는 제주, 현실은 222개 차도 확장 및 개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2.0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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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제주도정 핵심 '15분 도시 제주' 도로 다이어트 필수
제주 곳곳 15분 도시 계획 역행 ... 도로 확장 및 개설 계획 다수
보행로 및 자전거 도로 확보 미지수 ... 다이어트 계획 있지만 부족
제주시 주요 도로인 연북로와 연삼로. /사진=제주시.
제주시 주요 도로인 연북로와 연삼로. /사진=제주시.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올해 3월 제주시내에서 이뤄진 한 도로 확장 공사가 논란이 됐다. 제주시 일주서로 중 신광사거리에서 제주민속오일시장 입구까지의 1.2km 구간을 당초 2개 차선에서 3개 차선으로 늘리는 공사였다.

이 공사가 논란이 된 것은 도로를 늘리는 과정에서 인근 제성마을 주민들이 40여년 전에 심었던 벚나무들을 잘라냈기 때문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공사는 진행됐고, 나무들이 차량들에게 자리내주고 잘려나갔다. 녹지의 축소와 함께 도로는 더욱 넓어졌고, 차량 운전자들의 편의성은 높아졌다.

제주시는 최근 여기에 더해 제주민속오일시장에서 이호천까지 1.4km 구간 도로를 기존 2차선에서 3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달 중 공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어 이호천에서 이호테우해변 입구 교차로까지 약 800m 구간을 추가로 확장한다. 이 2.2km 구간의 일주서로 도로를 확장하는데 모두 140억원을 투입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광사거리에서 이호테우해변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일주서로의 확장이 완료되면, 여기에서 이어서 외도동까지 도로 역시 확장될 전망이다. 현재 이호~외도 도로확장사업이 추진 중이다.

제주시내에서 이처럼 도로의 확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로의 개설 등도 포함해 절차 진행중이거나 계획이 잡혀 있는 노선은 모두 88개 노선이다. 예정된 노선도 제주시내 중심은 물로 외곽까지 다양한다.

최근에는 제주시 연동 부림랜드에서 1100도로까지 도로개설이 완료됐고, 이외에 연삼로와 연북로를 잇는 도로 개설이 계획돼 있다. 아울러 월광로~노형로 연결도로, 삼양~신촌 해안도로, 번영로~아봉로 연결도로, 아연로~애조로 연결도로 등의 새로운 개설이 예정돼 있다. 이 도로의 확장과 개설에만 87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할 방침이다.

제주시 노형동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노형동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이는 제주시에서만 진행하는 사업이다. 서귀포시에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돼 있는 도로의 수는 더 많다. 도로의 신규 개설이나 확장이 이뤄질 도시계획도로만 124개 노선에 달한다. 그 외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경우 모두 10개 노선에 보상비와 용역비를 포함해 모두 5540억이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공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노선만 해도 모두 222개 노선이다.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이 220개가 넘는 노선을 도 곳곳에 깔아 차량 통행의 편의성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수많은 도로의 개설과 확장이 민선8기 제주도정이 핵심 정책으로 밀고 가고 있는 ‘15분 도시 제주’의 핵심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15분 도시의 정의는 사람이 걸어서 1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잇는 거리를 800m에서 최대 1km로 설정하고 이 안에서 ▲생활 ▲교육 ▲돌봄 ▲건강 ▲여가 ▲업무 등 6가지 생활필수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현하려는 도시의 모습은 ‘차량’에서 탈피한 ’사람 중심의 도시’다.

이와 같은 도시의 구현을 위해 밑바탕에 깔린 개념이 ‘차도의 다이어트’다. ‘15분 도시 제주’는 현재 차도 다이어트를 통해 차도를 줄이고 자전거 도로 및 보행공간과 광장 등을 포함한 공공이용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동시에 녹지 공간도 충분히 확보해 탄소배출원은 줄이면서 동시에 탄소흡수원은 늘린다는 방침이다.

제주시 경우 특히 도시의 남북방향으로 녹지 확보에 집중하고, 도시의 동서 방향으로는 보행로 확보와 광장 등 공공시설 확충에 힘쓰는 방향으로 마스터플랜이 잡혀 있다.

제주도의 이와 같은 계획은 2020년부터 15분 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파리의 계획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파리에서는 2020년 15분 도시 계획을 꺼낸 이후 차도의 폭을 대폭 줄이고 자전거도로와 보행로 및 녹지 공간의 확보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파리 도심에 350km가 넘는 거리의 자전거 도로가 개설됐고, 내년까지 파리 시내의 모든 도로에 자전거 도로를 개설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파리 중심지 일부 도로에서는 이미 차도보다 자전거 도로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자연스럽게 차량 이용이 불편해지면서 일부 시민들은 차량을 자전거로 대체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정책을 제주에 맞게 적용한다는 방침 아래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고, 파리처럼 도로 다이어트 계획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220개가 넘는 노선의 차도가 만들어질 예정이거나 확장될 예정이다.

제주시 애조로.
제주시 애조로.

220개 넘는 노선의 확장 및 새로운 개설에 대해선 민선 8기 도정의 출범 직후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다만 도로개설에 대한 기존의 요구와 행정의 일관성 등을 고려해 이미 짜여진 계획들이 지속추진되고 있다. 결국 이와 같은 '행정 일관성'이라는 미명 아래 도정의 핵심 정책과는 반대로 차도의 '비만'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차도 다이어트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주시는 현재 제주시청 앞 도로 135m 구간에서 차도 다이어트를 구현할 계획이다. 왕복 2차선의 도로는 그냥 두면서 그 옆으로 구축된 주차공간을 대폭 축소한다. 현재 29면의 추자공간을 9면까지 줄일 방침이다. 동시에 현행 2~4m 인도 폭을 2.5~8.8m까지 확장한다. 녹지공간 역시 210㎡에서 810㎡로 늘리고, 1.5m 폭의 자전거 도로도 개설한다. 하지만 이 계획 이외에 다른 차도 다이어트 계획은 아직까진 전무하다.

서귀포시도 ‘서귀포형 웰니스 거리조성’이라는 이름 아래 차도 다이어트 계획을 수립 중이다. 중앙로터리와 동문로터리를 중심으로 한 중앙로와 중정로, 동문로, 서문로 등의 도로에서 차도 다이어트를 하고 교통체계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실시설계 예산 3억원도 반영했다. 하지만 아직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구상만 있을 뿐이다.

이외에 제주도는 자전거 활성화 및 15분 도시와의 연계를 위해 올해 말까지 ‘자전거 이용활성화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와 같은 계획의 수립보다 더욱 빠르고 큰 규모로 도로의 개설 및 확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도로에서 보행로 및 자전거 도로의 확보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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