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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식 버스정류장 도입, 설계 본격화 ... 그런데 용역비가 얼마?
제주 섬식 버스정류장 도입, 설계 본격화 ... 그런데 용역비가 얼마?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23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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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섬식 버스정류장 도입 설계 용역에 12억 투입 예정
2017년 당시 중앙버스차로제 설계에 이미 7억3000만원
해당 구간 중앙버스차로제 도입 설계 용역에만 20억원 들어가
제주도의 버스중앙차로 도입 계획./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의 버스중앙차로 도입 계획./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동·서광로에서 노형로까지 '섬식 버스정류장'과 '양문형 저상버스'를 활용한 중앙버스차로제 도입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다. 이달 중 이와 관련한 용역이 발주된다.

다만 이 용역에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하다. 모두 1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전에 이 동·서광로에서 노형로까지 중앙버스차로제 도입을 위한 용역에 이미 7억3000만원을 투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해당 구간에 중앙버스차로제 도입 용역에만 20억원에 가까운 역대급 용역비가 사용되는 꼴이다.

제주도는 이달 말 ‘대중교통 섬식 중앙버스전용차로 기준 마련 및 기본실시설계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해당 용역을 수행할 업체 선정을 위한 세부평가 기준을 확정하고 이를 공고했다. 도는 확정된 평가기준을 토대로 이달 말 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를 하고, 12월 중 용역 업체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1월부터 해당 용역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섬식’ 버스정류장은 국내에는 지금까지 도입된 적이 없는 형태의 버스정류장이다. 기존의 버스중앙차로는 도로 가운데를 중심으로 버스정류장이 양방향으로 분리돼 있다. 이를 ‘분리식’ 정류장이라고 부른다. ‘섬식’ 정류장은 이와는 달리 도로의 가운데에 하나의 정류장을 설치하고, 양방향 노선이 모두 이 하나의 정류장을 사용한다. 

이처럼 기존 분리식 정류장 계획을 섬식 정류장으로 바꾸게 되면 설치해야 하는 버스정류장이 2개에서 1개로 줄어든다. 버스정류장 설치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공간 역시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버스중앙차로 설치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도로폭 자체가 줄어든다. 제주도는 전체 도로폭을 기존보다 2m 가량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양방향 노선이 도로 중앙에 있는 하나의 버스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버스로는 불가능하다. 기존의 버스는 승·하차 출입구가 버스의 오른쪽에만 있기 때문에, 버스정류장 역시 필연적으로 버스의 오른쪽에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섬식 버스정류장은 정류장이 버스의 왼쪽에 올 수 밖에 없다. 즉 버스가 기존의 버스정류장과 섬식 버스정류장 모두 이용하기 위해서는 승·하차 출입구가 버스의 양방향에 있어야 한다.

제주도는 이 때문에 이 섬식 버스정류장 도입과 함께 국내 최초로 양방향 승·하차가 가능항 양문형 저상버스를 도입한다. 앞으로 제주시 권역 시내버스  682대 중 489대를 양문형 저상버스로 교체할 방침이다.

이와 같은 섬식 버스정류장이 도입되는 곳은 기존 가로변 대중교통전용차로가 있는 제주시 동·서광로에서 노형로까지의 9km 구간이다. 서광로는 2024년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5년 4월에 완공을 목표로 한다. 동광로와 도령로는 2025년 5월부터, 노형로와 중앙로는 2026년 5월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버스중앙차로 단면도. 상단이 기존의 분리형 정류장 계획, 하단이 수정된 섬식 정류장 계획이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버스중앙차로 단면도. 상단이 기존의 분리형 정류장 계획, 하단이 수정된 섬식 정류장 계획이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가 이처럼 섬식 버스정류장을 도입하는 것은, 기존 동·서광로에서 노형로까지의 구간에 중앙버스차로제를 도입하려는 과정에서 가로수 제거 및 보행권 침해 등으로 상당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해 11월 기존 가로변 차로제가 운영 중인 동·서광로에서 노형로까지의 구간에 중앙버스차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발표가 나온 직후 도내 환경단체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도의 계획대로 중앙버스차로제를 도입하고 도로 중앙에 버스정류장을 조성하면, 최소 6m의 도로폭이 더 필요하고, 이 때문에 가로수 대부분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인도가 축소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해당 구간에 중앙버스차로제를 도입해도 인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다. 심지어 제주도의회 예산심의 과정 중 의원들의 지적에 “인도폭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실제 중앙버스차로제와 관련된 설계도면에서는 인도가 최대 4.5m까지 축소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설계도면상으로 상당한 수준의 인도가 줄어드는 것이 제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공식 석상에서 “인도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짓 답변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거짓답변에 더해 서광로에서 중앙버스차로제 공사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가로수가 제거되기 시작하자 비판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고, 제주도는 결국 기존의 중앙버스차로제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이어 현재의 섬식 버스정류장 도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서광로 버스중앙차로변 공사를 위해 가로수가 제거되던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지난해 서광로 버스중앙차로변 공사를 위해 가로수가 제거되던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이 계획 발표 이후 이번에 용역 수행 업체 도입을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다만 문제는 용역비다. 이번 용역에는 12억원이 투입된다. 제주도내에서 진행되는 용역 중 1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용역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해당 구간에서는 이미 2017년 중앙버스차로제 도입을 위한 설계 용역에 7억3000만원이 투입된 바 있다.

기존에 투입됐던 용역비를 고려하면 동·서광로에서 노형로까지의 중앙버스차로제 도입 용역에만 20억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다.

도는 올해 이뤄지는 설계용역비가 12억원까지 치솟은 이유로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섬식 버스정류장’의 운영방안 마련을 들었다. 국내에 전례가 없는 것을 도입하려다보니 이와 관련한 운영방안 마련에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용역비에서 중앙버스차로제 도입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비는 8억원으로 2017년 당시 용역비 7억30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같은 수준의 용역비다. 하지만 섬식 버스정류장 운영방안 마련 등을 위해 4억원의 비용이 추가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실시설계용역비만 놓고 보면 8억원으로 2017년 당시와 큰 차이가 없지만, 섬식 버스정류장과 양문형 버스의 도입은 국내에 사례가 없다보니 기존의 신호체계와 어떻게 다를지, 운영을 어떻게 해야할지 등에 대해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외국 사례 등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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