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책을 읽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답니다”
“책을 읽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답니다”
  • 김형훈
  • 승인 2023.11.06 12: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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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맛있는 책 읽기 3] <1> 지안 가족

온 가족 맛있는 책 읽기라는 이름을 단 프로그램은 책의 중요성을 말한다. <미디어제주>가 한우리제주지역센터와 온 가족 맛있는 책 읽기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째다. 매년 행사에 참여했던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올해도 가족들을 만난다. 가족들이 전하는 그들만의 맛있는 책 읽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뱃속부터 아빠가 들려주는 책 읽기

가족이 ‘함께’ 책 읽는 습관 생활화

집안 곳곳에 책 읽는 환경 만들어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숱한 이들의 땀이 있다. 독자들은 책을 펼치면 그만이지만, 책을 만들려고 애쓴 이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물론 몰라도 될 터이지만, 책 한 권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음을 알면 더 좋지 않을까. 일본어이지만 ‘모노즈쿠리’라는 말이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책은 그렇다. 남에게 읽히기 위해 최고의 선물처럼 만든 산물이 책이다.

안도 유스케가 쓴 소설 ≪책의 엔딩 크레딧≫은 책의 가치를 말한다. 책 속의 주인공 우라모토가 ‘책은 필수품’이라고 하면서 쓴 내용이 있다.

“지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난소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은 먹을 음식이나 입을 옷과는 별개로 책을 강력히 원했다. 지진으로 엉망이 돼 버린 서점에 있던 책을 종이 박스에 담아 전달하자 많은 피난민들이 환영했으며, 책들은 순식간에 없어졌다고 한다.” -≪책의 엔딩 크레딧≫ 중에서

책 읽기를 함께하는 지안 가족. 미디어제주
책 읽기를 함께하는 지안 가족. ⓒ미디어제주

동일본 대지진 때 실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확인을 해본 건 아니니까. 소설을 쓴 안도가 지어낸 내용일 수도 있을 테지만, “책은 필요하다”는 걸 일깨운다. 마침 소설의 내용처럼 책의 소중함을 잘 아는 가족을 만났다. 초등 1학년 김지안 가족(엄마 양현정, 아빠 김대종)이다.

지안 가족은 올해 처음으로 ‘온 가족 맛있는 책 읽기’에 참여했다. 그렇다고 올해부터 책을 읽은 건 아니다. 지안 가족의 책 읽기는 지안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니 가족의 온 가족 책 읽기는 프로그램으로서가 아닌, 평소에 실천해오던 일이다. 어쩌면 책 읽기는 태교였다. 아빠 김대종씨는 다들 한다고 해서 했다는데, 그게 쉬운 일일까?

“지안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책을 읽어줬어요. 그렇게 습관이 되었죠.”

1학년 지안이는 잠 들기 전 아빠의 책 읽는 소리를 듣는다. 뱃속의 습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안이는 어떤 느낌일까?

“기분 좋고, 잠이 잘 와요.”

습관은 무섭다. 지안이는 아빠가 들려주는 게 좋다고 살짝 귀띔한다. 아빠는 딸에게 책을 읽혀준다면, 엄마는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든다. 물론 자신도 책 읽기를 게을러 하지 않는다. 이들 가족에게 책은, 책꽂이를 풍성하게 만드는 장식이 아니다. 책은 읽힐 때라야 가치를 얻는다. 지안 가족은 그걸 실천한다. 엄마의 얘기를 들어볼까.

“책을 집안 곳곳에 놔둬요. 안방에도 놓고, 책상에도 놓고, 거실의 식탁에도 두죠. 물론 공부방에도 책이 있는데, 가는 곳마다 책을 접하게 하고 있어요.”

지안 가족은 어디든 다니면서 책을 보는 환경을 만들었다. 집안의 책 읽기 활동은 외부로도 확산된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도 참가하고, 서점을 들러 책과 만나기도 한다. 지안 가족은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지안의 얘기는 놀랍다.

“스트레스가 풀려요.”

스트레스가 풀린다니? 지안에겐 책이 신통하게 잘 듣는 묘약인가 보다. 아빠·엄마도 지안이와 같은 묘약을 찾곤 한다. 특히 직장에서 책 읽기를 권하는 문화가 되어 있단다. 책을 사서 서평을 남겨야 하기에, 지안 가족은 자연스럽게 책에 이끌린다. 그렇다면 책은 과연 어떤 점이 좋을까. 아빠가 먼저 이야기를 던진다.

어린이도서관인 '별이내리는숲'에서 만난 지안 가족이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제주
어린이도서관인 '별이내리는숲'에서 만난 지안 가족이 활짝 웃고 있다. ⓒ미디어제주

“책을 통해 배우게 되죠. 제 경우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데, 경험이 주지 못하는 걸 책이 줍니다. 영상을 볼 때는 눈으로만 흘려 보는데, 책은 관심 있는 걸 찾아서 보게 하고 알게 해줘요.”

아빠 김대종씨에게 책은 경험한 것 이상의 것을 준다면, 엄마 양현정씨에게 책은 어떤 가치를 전해줄까.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같아요. 책은 방향을 찾아서 항해하게 도와줘요.”

책은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다. 책은 당장 배를 불리지 않지만, 두고두고 양식이 된다. 지안 가족은 그걸 안다. 그들만의 책 읽기 방식은 ‘함께’라는 단어에 있다. 뱃속에서 그랬듯, 함께 읽는다. 매일 일정 정도의 시간을 두고 책과 함께한다. 이 정도면 책은 지안 가족의 벗이다. 지안 가족은 ‘온가족 맛있는 책 읽기’가 내세운 것처럼 ‘늘 함께’를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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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희 2023-11-06 17:45:17
지안이 가족처럼 독서가 마음 먹고 해야하는 일이 아닌, 그저 일상에 스며든 자연스러운 습관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네요.^^

앤설리반 2023-11-06 17:14:55
엄마 뱃속에서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지안이가 참 행운아라 여겨집니다. 중요한 것인지 알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온가족 맛있는 책 읽기 행사에 참여해서 늘 책과 더불어 사는 삶을 보여주어 많은 가족에게 도전을 던져 줬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