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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엉망진창 '방과후 프로그램' 설문조사, 결론도 거짓?
제주도의 엉망진창 '방과후 프로그램' 설문조사, 결론도 거짓?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0.25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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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서 제주도 '방과후 프로그램' 설문조사 질타
제주도청 전경.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청 전경.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도정의 아동돌봄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추진한 설문조사를 엉망으로 진행한 데다, 해석 역시 거짓으로 내놓았다. 제주도정의 복지 사업이 정말 수요에 알맞게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25일 열린 제421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제주도 복지가족국이 진행한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 추진과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지적했다.

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해당 설문조사 결과 자료를 요청해서 받았다”며 “제주도는 이와 관련해 저학년인 유치원생과 1학년, 2학년의 경우 초등돌봄 교실 이용 희망이 높은 반면, 초등 3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방과 후 아카데미를 희망한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실제 설문조사 데이터에서는 3~5학년 학생들도 초등돌봄을 원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에 따르면 해당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응답자들 중 ‘방과 후 아카데미’ 활동을 원하는 이들은 응답자의 20.3%, ‘초등돌봄교실’ 활동을 원하는 이들은 51.5%를 차지했다. 4학년의 경우 ‘방과 후 아카데미’ 34.4%, 초등돌봄교실 35.9%로 나왔다. 5학년은  ‘방과 후 아카데미’ 31.8%, '초등돌봄교실' 40%로 나타났다.

모든 학년에서 ‘방과 후 아카데미’보다는 ‘초등돌봄교실’ 선호도가 높았다.

초등돌봄 교실은 제주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각 학교별로 1·2학년 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 내에서 방과 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면 방과 후 아카데미는 제주도청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방과 후에 학교 밖에 마련된 센터 등에서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모든 학년에서 방과 후에 ‘학교 밖의 프로그램’이 아닌 ‘학교 안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했지만, 제주도는 이와 달리 ‘초등 3학년부터 5학년까지는 방과 후 아카데미를 희망한다’는 결과를 냈다. 설문조사를 두고 거짓된 결과를 내놓고 있는 꼴이다.

현 의원 역시 이를 두고 “설문조사를 통해 제주도가 거짓된 결론을 만들어버리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설문조사 자체도 엉망이었다. 설문조사가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각 학년별로 비슷한 규모의 대상자를 선정해서 조사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는 각 학년 별로 참여 규모가 천차만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들의 학년별 숫자를 보면 유치원이 390명, 1학년 1094명, 2학년 740명, 3학년 394명, 4학년 273명, 5학년 175명이다. 1학년과 5학년의 참여자 숫자는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현 의원은 이를 두고 “이 숫자를 다 맞춰야 한다. 그래야 1학년은 뭘 원하고 2학년은 뭘 원하고, 다른 학년들은 뭘 원하는지가 확실하게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히 조사를 해놓고는 1·2학년은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했고, 고학년은 응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결론을 냈다”며 설문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설문조사의 진행 방식도 문제였다. 해당 설문조사는 도청의 담당 공무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설문조사 폼’을 만들어 온라인상으로 진행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한달 동안 모두 84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의 ‘폼’을 활용한 조사는 중복 참여가 가능하다. 1명이 2번은 물론 100번 이상까지 설문 참여가 가능한 것이다. 1명이 100번을 참여하면 10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가 된다.

현 의원은 이 점을 지적하며 “이는 잘못된 설문조사”라며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혼자서 100명 분의 설문조사까지 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8000명이 참여했다고 하길래 사람들이 조사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나 싶었는데, 이 데이터를 믿지 못할 정도”라고 질타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정순 제주도 아동복육청소년과장은 “믿으셔도 된다”라고 말하면서도 설문조사 결과를 어떻게 믿어도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아울러 1명의 인원이 설문조사에 중복참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참여자들이) 양심에 따라서 참여했을 것”이라며 다소 무책임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제주도정에서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진행된 설문조사가 절차부터 엉망이었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제주도가 거짓된 해석을 내놓고 있음에도 상당히 안일한 태도를 모인 모양새다.

현 의원은 이를 두고 “데이터 조사를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이번 설문조사는 계속해서 근거자료로 남게 될탠데, 향후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용역을 먼저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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