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건축 모형을 통해 일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건축 모형을 통해 일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10.23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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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크공간연구소 이덕종 소장

건축 리서치를 하며 감동 준 건축물 ‘해부’
갤러리 비아아트에서 11월 12일까지 전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대체 저 건축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수많은 건축물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데, 어떻게 구성됐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축물들이 있다. 그러나 사적 영역이어서 멀리서만 바라봐야 하는 건축물이 있는가 하며, 들여다볼 수 있으나 속내를 알지 못하는 건축물도 있다. 그런 건축물을 좀 더 친절하게 알려주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이 든다면, 아니 건축물에 대한 그 같은 궁금증이 있는 이들이라면 제주 시내에 있는 갤러리 비아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주목할 만하다. 바로 ‘신성한 공간 세속적인 공간’이라는 주제를 단 전시이다. ‘종교건축과 주거건축에서 신성성의 발견’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전시는 일반적으로 만나는 전시와 다르다. 건축 모형으로 이야기를 하는 ‘건축전’이어서 관심을 끈다.

작가는 누구일까? 현역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아크공간연구소’ 이덕종 소장이다. 궁금증이 차올랐다. 왜 건축전을 열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건축 리서치 작업을 하며 만든 건축 모형을 훑어보고 있는 아크공간연구소 이덕종 소장. 미디어제주
건축 리서치 작업을 하며 만든 건축 모형을 훑어보고 있는 아크공간연구소 이덕종 소장. ⓒ미디어제주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싶었어요. 무작정 비아아트를 찾아왔죠. 마침 비아아트 박은희 대표님이 계셨고, 건축 모형 전시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좀 의외였나 봐요.”

건축 모형을 처음으로 전시한 건 지난 2021년이었고, 제주 시내의 작은 카페에서 전시를 했다. 이덕종 소장은 그걸로 성에 차지 않았다. 보다 전문적인 갤러리에서 자신의 작업을 드러내고 싶었다. 비아아트 박은희 대표는 흔쾌하게 허락했다.

하지만 비아아트에 전시된 건축 모형은 이덕종 소장이 설계한 작품이 아니다. 다른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이 비아아트 1층과 지하를 메우고 있다. 왜일까?

아크공간연구소는 건축 설계도 하지만, 그에 앞서 ‘리서치’를 강조한다. 리서치는 하나의 건축물이 그 땅에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해부하는 작업이다. 도면을 찾고, 도면을 보면서 건축물을 만들어간다. 도면이 없는 경우에는 사진 등을 참고하며 모형을 만든다. 그런 리서치를 시작한 건 3년째다. 건물 하나를 연구하는데 두달이 걸린다. 1년에 많게는 6개 주제를 잡고, 적을 때는 5개의 주제를 잡고 진행한다.

그는 ‘감동받은 건축물’을 조사하고, 모형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포루투갈의 세계적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이 이번 전시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감동받은 걸 꼽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영국의 AA스쿨에서 공부를 하고, 거기서 배운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품을 막상 봤을 때는 전혀 울림이 없었어요. 알바로 시자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는데, 감동을 줬어요.”

AA스쿨은 세계적인 건축학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설계한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이 여기 출신이다. 세계적 건축가들을 배출하고, 세계적 건축가들의 수업이 진행되는데, 정작 그에게 울림을 준 것은 알바로 시자였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알라로 시자가 어떤 유형의 건축을 해왔는지도 덤으로 보게 된다. 이덕종 소장은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수 시간을 들여 포르투갈 북쪽에 있는 작은 도시, 마르코 드 카나베제스에 있는 건축물을 보러 나서기도 했다. 이번 전시엔 그런 시간을 투입해서 직접 본 ‘산타마리아성당’도 만날 수 있다.

“책으로 산타마리아성당을 봤을 때는 아무런 울림이 없었어요. 직접 만났을 땐, 감동을 줬어요. 성당은 신과 만나는 공간이면서도, 산타마리아성당은 거기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도시와도 소통할 수 있게 해 두었어요.”

울림이 있는 건축물을 찾아 나서고, 리서치를 하고 있는 이덕종 소장. 그처럼 갤러리를 찾아서 건축전시를 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건축가들이 건물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걸로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한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리서치를 하고 모형을 만드는데, 이걸 일반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싶었어요. 부끄럽긴 하지만요.”

전시된 건축 모형은 실제 건축물의 1:50 크기로 만들었다. 종교건축은 어떤지, 주거건축은 어떤지를 모형을 통해 찬찬히 훑어볼 수 있다. 그는 매년 이런 형태의 전시를 할 계획이다. 10년 계획을 잡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리서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유럽에서 건축 리서치는 집을 짓는 것보다 더 치열하게 진행합니다. AA스쿨은 1학년들에게 중고차를 아예 분해시켜서 드로잉을 하고, 조립을 시키는 것부터 해보게 하죠. 제가 하는 작업도 리서치의 끝이 어디인지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한편 이번 전시는 11월 12일까지 제주시내에 있는 비아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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