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국가폭력에 희생된 피고인들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피고인들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 김민범 기자
  • 승인 2023.10.17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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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폭도의 아들이라는 소리 들으며 살았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마지막 뜻 못 이룰까 걱정”
“할아버지 때문에 내 이름에 빨간 줄 그어졌다”
4.3 직권재심.
4.3 직권재심.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제40차 4.3사건 희생자 직권재심이 열렸다. 유족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재판부의 배려로 각자의 한을 풀 수 있는 이야기 시간을 가졌다.

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9차 직권재심은 1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직권재심에는 4.3사건으로 희생된 30명의 무고한 희생자의 유족들이 참석했다.

“저는 평생을 ‘폭도의 아들’이라는 소리를 들어오며 살아왔습니다”

고(故) 고봉훈의 아들 고형배 씨는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어 “4.3사건 단어만 들어도 너무나 억울합니다”라며 “제 아버지의 시신은 불타버렸다는 말만 들었고 불타버린 시신은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쉽지만 늦게나마 저희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시켜주심에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고(故) 김영균의 조카 현정문 씨는 “4.3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갔습니다”라며 “다행히 4.3특별법이 제정되며 이번 재심과 같은 소중한 자리가 생겼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을 다 재쳐두고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라며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저희 외할아버지의 시신을 찾았지만 외삼촌의 시신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특히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언이 외삼촌의 시신을 모시라는 뜻이었습니다”라며 “어머니의 마지막 뜻마저 이뤄드리지 못할 것 같아 너무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고(故) 한창섭의 손자 한정문 씨는 “어릴 때부터 4.3사건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잘 말해왔던 적도 없었습니다”라며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저희 아버지가 항상 ‘할아버지 때문에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라고 한탄했던 기억이 종종 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뒤늦게나마 명예회복을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저희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검사 측은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최종의견 진술을 통해 검사 측은 “원래 정상적인 재판이라면 피고인의 개인별로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무엇인지, 어떠한 증거가 있는지, 피고인이 무죄 주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서 유무죄의 판결을 해야 합니다”라며 “만약 죄가 있다면 그 정도에 따라서 형량을 정하는 것이 마땅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일률적으로 사형 등이 선고되었는데 물리적과 시간적으로 정상적인 판결을 낸 것이라고 보기엔 어렵습니다”라며 “피고인들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변호인측은 “국가폭력에 희생된 피고인들의 마음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 피고인들은 43 당시에 농사를 짓거나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어업에 종사하는 등 자기 생계에 종사하던 평범한 양민들이었습니다”라며 “당시 군경에 의해서 영장도 없이 연행돼 재판받고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6.25 전쟁 무렵 희생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 행방불명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이 대부분입니다”라며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피고인들이 숨을 거두면서 부모와 형제, 어린 자녀도 억울하게 숨을 거뒀습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당시 재판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며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주실 것을 바랍니다”라고 부탁했다.

이에 강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검사측은 이들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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