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 꽃 이야기를 제주어로 들어보세요”
“제주 꽃 이야기를 제주어로 들어보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10.13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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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 제주어 동시집 ‘나는 꽃이야, 너는?’ 펴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에 있는 수많은 꽃을 제주어로 알콩달콩 배우고 싶다면? 최근 발간된 제주어 생태 동시 그림책 ≪나는 꽃이야, 너는?≫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꽃이야, 너는?≫은 시인 박희순의 네 번째 동시집으로, 민화가 신기영 작가의 그림이 더해졌다.

다들 알 듯, 자청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제주신화 ‘세경본풀이’에 서천꽃밭이 등장한다. 사람을 살리는 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꽃도 있다. 제주 곳곳에 숨어서 피는 꽃도 어쩌면 서천꽃밭의 그런 꽃일 수도 있다. 이름을 아는 꽃도 있을 테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꽃이야, 너는?≫은 그런 꽃을 제주어로 들려준다.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식물로 ‘야고’가 있다. 억새 뿌리 등에 기생하면서 꽃을 피운다. 흔하지 않은 그 꽃을 본 시인은 이렇게 읊는다.

아고게,
어욱이 서울 갓저

고향 떠나는 어욱 손잡앙
야고도 서울 갓저

추위 잘 이겨졈신가
한라산 보구정ᄒᆞ진 아념신가

- 제주어 동시 ‘아고게, 야고야’ 전문


<표준어 풀이> 아이고, / 억새가 서울 갔대 // 고향 떠나는 억새 손잡고 / 야고도 서울 갔대 // 추위 잘 이기고 있을까 / 한라산 보고 싶진 않을까

시는 ‘맛’이다. 운율의 맛이다. 그러고 보니 표준어로 풀어쓴 글보다, 제주어가 시어에 더 어울린다. 운율의 굴림이 들린다. 작가 박희순은 제주어의 그런 특징을 살려 시를 쓴다. 시인은 20개의 시편에 제주 꽃을 아름답게 녹여냈다.

≪나는 꽃이야, 너는?≫를 제대로 읽으려면 시인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제주어에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죠. 리듬감이 있어서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어른들과 함께 읽는 것도 좋아요. 여러 번 읽다 보면 제주어들이 콩알처럼 데구루루 굴러가기도 하고, 제주휘파람새처럼 휘리리리릭 산속으로 데리고 갈지도 몰라요.”

시인은 40년간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은 제주교대부설초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피폐해진 아이들의 정서 회복을 위한 감정 코칭 동시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제주어를 살리려는 ‘제주어 동시 콘서트’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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