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김중업 작품의 대부분은 보존 쪽으로 가고 있어요”
“김중업 작품의 대부분은 보존 쪽으로 가고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10.07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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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중업 연구하는 한양대 정인하 교수

서귀중앙여중 2학년 대상으로 건축 강연

김중업 작품인 학교 건축물의 가치 설명

“초기 형태를 살린다면 값어치가 있을 것”

서귀중앙여중에서 만난 한양대 정인하 교수. 미디어제주
서귀중앙여중에서 만난 한양대 정인하 교수. ⓒ미디어제주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 김중업. 그가 제주에 남긴 걸작인 옛 제주대 본관은 사라지고 없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줄 건축물은 아직도 제주에 있다. 옛 제주대 수산학부 건물로, 지금은 서귀중앙여중 학생들의 보금자리이다.

김중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양대 정인하 교수가 지난 6일 서귀중앙여중을 둘러보고,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축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김중업 건축이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로부터 나왔음을 설명한다. 정인하 교수는 김중업 선생이 참여했던 인도 찬디가르 프로젝트 등 세계적 건축물을 보여주며 서귀중앙여중 건축물의 가치를 설명했다. 물론 서귀중앙여중에도 그런 흔적이 보인다. 서귀중앙여중 건축물에 드러나는 파동치는 창이나, 차양(브리즈 솔레이유)이 그렇다.

건축물은 흥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지어지는 이유도 서로 다르고, 쓰임새도 다르다. 누가 건축주인가에 따라 같은 건축물이라도 달리 보인다. 그렇다면 정인하 교수는 어떤 건축물을 ‘좋은 건축’이라고 여길까.

“건축물은 주변의 도시적 맥락과 어떻게 연관이 되고, 도시 속에서 잘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활동을 잘 서포트할 수 있는 기능적인 측면도 중요하겠죠. 좋은 작품이 되려면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걸 ‘건축가의 영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영혼’은 공간적인 측면이나 조형적인 측면에서 나타나곤 하죠.”

서귀중앙여중은 건축가인 김중업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조형적인 측면은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이 아니며, 따라서 공간도 차별화된다. 정인하 교수는 서귀중앙여중 건축물의 특징을 뭐라고 보고 있을까.

“김중업 선생이 코르뷔지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코르뷔지에의 건축 언어를 도입했어요. 서귀중앙여중은 그 영향이 남아 있어요. 특히 눈에 띄는 건 ‘브리즈 솔레이유’라고 불리는 차양입니다. ‘파동치는 창’도 서귀중앙여중 건축물에 드러납니다. 이것들은 빛을 컨트롤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인데, 그걸 잘 사용하고 있어요.”

‘브리즈 솔레이유’는 서귀중앙여중 서쪽에서 만날 수 있다. 김중업이 설계한 서강대 본관에도비슷한 모습의 ‘브리즈 솔레이유’가 보인다. ‘파동치는 창’은 서귀중앙여중 북쪽면에 보이는데,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 작품인 ‘라뚜레뜨 수도원’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장면이다.

정인하 교수가 서귀중앙여중 2학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인하 교수가 서귀중앙여중 2학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서귀중앙여중 건물은 60년이 되어간다. 시간의 흐름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그러면서 달라진 부분도 없지 않다. 김중업이 도입한 ‘브리즈 솔레이유’와 ‘파동치는 창’은 건축 당시의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김중업이 쓴 언어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어쩌면 김중업이라는 인물만으로도 건축물은 가치를 얻는다.

“김중업 선생은 김수근과 더불어 한국 1세대 건축의 가장 뛰어난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죠. 남긴 건축물은 철거될지, 보존될지 기로에 놓여 있어요. 다행히도 김중업 선생의 많은 건물들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존되고 있어요. 참 다행입니다. 어찌 보면 준엄한 비판자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모든 건축 존재를 파괴시키는 속성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그 파괴를 막고 보존한다는 건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김중업 선생의 작품은 대부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어느 정도 가치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건축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시간’이라는 비판에 사라진 안타까운 건축물은 김중업 선생의 작품인 옛 제주대 본관이다. 그러나 옛 제주대 본관은 파괴되고 나서 ‘살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인하 교수는 옛 제주대 본관 부활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중업 선생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가 제주대 본관입니다. 지금 복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복원된다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그걸 중심으로 제주도의 지역성과 건축을 종합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김중업이라는 인물을 잘 알릴 수 있을 겁니다. 서귀중앙여중 건물도 초기와는 많이 변형됐는데, 초기적 형태를 좀 살려서 김중업 선생의 의도를 전달해준다면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보이네요.”

정인하 교수가 김중업 건축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정인하 교수가 김중업 건축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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