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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 3
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 3
  • 양수남
  • 승인 2023.10.04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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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10> 제주 도로개발의 3가지 사례

도로는 한국 사회에서 개발의 첨병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고속도로는 발전의 지름길이었고 자본과 인력을 전국으로 퍼뜨린 핵심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이미 도로의 역할은 끝난 지가 오래되었다. 오히려 도로개발로 인해 환경생태계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역효과 문제까지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특히 제주도는 여전히 도로 개발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제주도는 서울을 제외하고 도로 포장률이 가장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왜 도로개발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제 도로개발은 문제점을 정부에서, 지자체에서 인식하고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있다. 이에 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란 주제로 4회에 걸쳐 연재 한다.

1. 과거 : 알작지의 원형을 파괴한 해안도로

제주시 내도동에 있는 알작지 해안은 햇볕에 반짝이던 작은 몽돌들이 수없이 많던 곳으로서 파도가 칠 때마다 돌 구르는 소리가 아름다운 특이한 곳이었다. 옛날에는 주민들이 잠을 못 잘 정도로 몽돌 구르는 소리가 컸다고 한다. 그만큼 제주의 명물이었고 관광명소이기도 했다.

▲ 알작지 예전 모습(출처 : 환경일보)
▲ 알작지 예전 모습(출처 : 환경일보)

그러나 2005년 초 내도 알작지 해안도로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게 된다. 이후, 알작지 해안도로개발계획은 수많은 시민들의 항의를 받게 된다. 결국 이 사업은 유야무야되는듯했다.

▲ 최근의 알작지 해안도로 확장 공사 모습
▲ 최근의 알작지 해안도로 확장 공사 모습

그러나 당국의 도로 개발 의지는 집요했다. 결국 제주시는 알작지 해안 구간이 포함된 내도해안도로(이호동 현사마을~외도동 외도교) 개설사업'을 지난 2011년 시작해서 2018년 9월 완공하였다. 알작지의 옛 모습과 정취가 사라진 건 당연하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완공 이후 알작지 해안 구간은 2020년에 두 번이나 강한 파도에 의해 길이 70m, 폭 2m의 도로가 붕괴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시는 2021년에 또다시 중장비를 투입해 대대적으로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도 알작지 해안은 다시 한 번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조간대나 해안사구처럼 바다와 육지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해양생태계는 바다의 파도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곳을 훼손하고 해안도로를 만들게 되면 그 완충 역할이 사라지면서 도로나 건축물이 파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의 청구서다.

이제, 알작지 해안은 해안도로에 의해 예전의 모습을 완전히 잃고 말았고 관광명소 하나가 사실상 사라졌다. 알작지에 대한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해안도로가 오히려 알작지를 파괴하는 모순을 불러왔다. 무분별한 해안개발이 제주의 관광경쟁력을 사라지게 만들고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킨 것이다.

제주시당국은 해안도로의 관광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도리어 소중한 관광지를 없애버리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이미 일주도로가 확장되어 그곳의 교통소통은 문제가 없는 상태이며 해안도로가 굳이 없어도 관광객이나 시민들은 불편함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파괴하면서까지 해안도로를 개설하고 있는 것이다.

알작지처럼 조간대에 바짝 붙어서 해안도로를 만드는 것은 양반이라 할 수 있다. 그보다 더한 것은 아예 조간대 사이를 가로지르며 해안도로를 만드는 곳도 부지기수이다. 한림 옹포 해안의 경우 오래 전에 조간대를 반으로 가르며 해안도로가 만들어졌다. 하도리 토끼섬 앞 부근에도 조간대를 가르며 해안도로가 만들어졌고 성산읍 시흥리에도 조간대를 반으로 가르며 해안도로가 개설되었다. 이외에도 제주 곳곳에 조간대를 가로지르는 해안도로는 해양생태계를 절단하는 주범이다.

이처럼 조간대를 가르며 해안도로가 개설되면 물의 흐름이 정체되어 썩게 되고 해양생태계의 기초인 조간대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또한 파래가 이상번식하고 악취가 나면서 매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 과거 : 해안사구 파괴의 주범, 해안도로

제주도내 해수욕장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해안사구가 형성된다. 그러므로 제주도 모든 모래해안에는 해안사구가 있다. 그러나 관광지인 제주도의 특성상, 해수욕장은 주요 관광지였고 그중에서도 해안사구는 집중적인 개발 대상이었다. 특히 해안도로는 어김없이 해안사구 위를 지나며 해양 생태계를 절단 내고 있다.

▲ 월정 해안사구 위로 해안도로가 들어섰고 그 부근에 상업시설이 난립했다.
▲ 월정 해안사구 위로 해안도로가 들어섰고 그 부근에 상업시설이 난립했다.

해안사구는 염생식물의 주분포지이며 해양과 내륙의 중간지대의 성격을 지닌 독특한 생태계로서 가치가 높다. 이러한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재해예방의 기능도 높다. 강한 파도로부터 내륙을 보호해주는 것이다. 바위 해안보다 모래 해안이 파도에너지를 완화해주는 기능이 더 크다.

그만큼 해안사구는 바다와 근접한 내륙을 보호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도내 해안사구 중 해안도로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도로개발로 인해 해안사구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더욱이 해안도로가 들어서면서 도로에 붙은 상업시설이 난립하고 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 도내 최대의 해안사구,사계 해안사구
▲ 도내 최대의 해안사구,사계 해안사구

사계 해안사구를 예로 들어도 그렇다. 사계 해안사구는 해안사구의 교과서로 부를 정도로 해안사구 생태계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곳이다. 1차 사구에는 통보리사초 군락-갯금불초 군락-갯메꽃 군락-순비기나무 군락이 차례대로 이어진다.

1차 사구 뒤인 2차 사구에는 곰솔이 주를 이루는 배후 숲이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배후 숲을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막이로 하여 모래밭 위로 경작지가 형성되어 있다. 주민들이 해안사구를 기대어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계 해안사구와 하모리층의 일부는 선사시대 사람 발자국이 발견된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그런데 도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안사구인 사계 해안사구의 1차사구와 2차사구를 정확하게 단절하며 해안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이러한 사례는 도내 모든 해안사구가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3. 현재 : 구(舊)국도 도로건설·관리계획

제주도는 지난 8월 9일,제2차 구(舊)국도 도로건설·관리계획(2023~2027) 및 제주도 도로건설·관리계획(2023∼2027) 2건을 고시했다.

▲ 최근 제주도가 추진 중인 구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
▲ 최근 제주도가 추진 중인 구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

계획의 골자는 5.16도로의 확장과 중산간도로의 신설과 확장이다. 5년 넘게 환경 훼손으로 논란이 된 비자림로를 12km 연장 확장하고 오름 군락,곶자왈,동굴 지대가 분포한 금백조로도 10.7km 연장 확장하겠다는 계획이 주요 계획이다. 제주도는 50.39km의 구국도 신설·확장 계획에 8,460억 원, 75.1km의 지방도 신설 및 확장에 7157억 원 등 총 1조561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들이며 앞으로도 논란이 될 도로 개발 계획이다. 5.16도로는 한라산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이기 때문에 숲이 울창한 숲터널이 있어 국내에서도 아름다운 도로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래서 도로 확장계획이 나올 때마다 논란이 일었던 대표적인 곳이다.

비자림로도 그렇다. 인공림이긴 하지만 오래된 삼나무 숲이 있어 도로의 운치가 있었던 곳이다. 도로 확장 때문에 수많은 삼나무가 베어지는 것이 알려지면서 도내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논란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반대운동을 하면서 도로 개발 반대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금백조로는 제주도 중산간 지대에서 가장 생태계가 잘 남아 있는 구좌-성산 중산간지대에 위치한 도로로서 주변에 오름군락,곶자왈,동굴지대,습지가 분포한 곳으로서 지질적․생태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하지만 제2공항계획이 추진되면서 제주시와 제2공항을 잇는 도로로서의 기능을 위해 확장계획이 급물살을 탔다.

▲ 확장계획이있는 금백조로 주변은 오름군락,수산곶자왈,동굴 등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 확장계획이있는 금백조로 주변은 오름군락,수산곶자왈,동굴 등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위 3곳 모두 논란이 크겠지만 제주도와 토건카르텔은 이를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결국 천문학적 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도로 보급률은 서울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인구가 70만 명도 안 되는 제주에 비해 서울과 수도권을 합하면 수천만 명이 이동하는 국내 최대의 도시인 서울에 이어 2위라는 것은 결국 제주도가 국내 최고의 도로 보급률이 있음을 뜻한다. 이제 그만 해도 된다. 넘쳐도 한참 넘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 도로 개발계획도 필요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상 공사를 위한 공사, 토건업에 돈을 몰아주기 위한 공사인 것이다.

구(舊)국도 도로건설·관리계획은 제주도당국이 여전히 과거 토건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위기가 심해지면서 숲과 해안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더 부각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파괴하고 탄소를 증가시키는 도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단언컨대, 이제 제주에 도로 개발은 필요 없다. 도로 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전하는 사업에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그린뉴딜이 될 것이다. 포화된 토건업을 서서히 정리하고 생태복원사업으로 바꾸는 연착륙의 방법이기도 하다.

토건세력인 MB계가 장악한 윤석열정권이야 그렇다 치고 왜 제주도당국도 그 길을 걸어야 하는가? 이제라도 구국도 도로 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제주도의 생태적 가치를 부각하는 새로운 비전과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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