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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 도외서 최초 신원확인 ... 74년만의 귀향
제주4.3희생자, 도외서 최초 신원확인 ... 74년만의 귀향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2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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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 중 1구, 4.3희생자로 확인돼
아버지 기다리던 희생자 아들, 2020년에 숨 거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외에서 숨을 거둔 4.3희생자의 신원이 최초로 확인,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지나고 74년만에 고향땅으로 돌아오게 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생사를 알 수 없던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을 74년 만에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이는 고(故) 김한홍 싸다.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으로, 4.3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에 군에 와서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하고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아무런 소식을 알 수 없게 됐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수형인 명부에는 희생자가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등재돼 있다.

김 씨는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도외지  대전 골령골 발굴유해 4.3희생자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으로, 2023년까지 1441구의 유해가 발굴도니 곳이다.

김 씨는 발굴된 유해 중 1차 시범사업으로 유전자 감식을 실사한 70구 중 1구다. 유해는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발굴돼 현재 세종 추모의 집에 안치돼 있다.

김 씨의 신원이 확인되기까지의 사연도 기구하다. 김 씨의 아들은 김 씨의 유해가 발굴되기 이전인 2018년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한 채혈에 나섰다. 하지만 그 이후 끝내 아버지를 찾지 못한 채 2020년 병환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김 씨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아들이 숨을 거두고 난 뒤 1년이 지난 2021년이었다. 그 당시 미리 이뤄지 채혈을 통해 확보된 유전자 자료와 김 씨의 유전자 대조가 이뤄졌고 김 씨와 2018년 채혈을 통해 확보된 김 씨 아들의 유전자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 씨 유해의 보전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확인을 위해서 추가 검사가 필요했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이에 김 씨의 손자에 대한 채혈을 진행했고, 이에 따라 이번에 김 씨의 신원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영문도 모른 채 타지에서 74년 간 잠들어 있던 김 씨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으로 맞이할 계획이다.

희생자의 유해는 10월4일 유가족,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인계 절차를 거쳐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유족회 주관으로 제례를 진행한 후 화장해 10월5일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봉환할 예정이다.

희생자 유해를 고향으로 봉환하는 현장에서 유가족 및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직접 맞이하고, 이후 유해 봉환식을 거행한다.

이어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신원확인 보고회를 같은 날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도내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 유해 413구가 발굴돼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이번 도외지역 유해 1구의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희생자는 총 14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4.3희생자 유전자 감식사업은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도 유전자 감식사업을 진행한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진실화해위원회와 협업을 통해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해 행방불명 4·3희생자를 포함한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오영훈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과 제주4·3 유해 발굴 및 유전자 감식사업과의 연계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는데, 이번에 도외지역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돼 무척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지역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뿐만 아니라 광주, 전주, 김천 등 도외 행방불명인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사업도 타 지자체 등과 협업을 통해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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