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도, 조례개정 무리 이유는? "곶자왈, 모두 보호할 순 없다"
제주도, 조례개정 무리 이유는? "곶자왈, 모두 보호할 순 없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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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개정, 상위법 위반 논란 지속
제주도의회 상임위서 결국 다시 한 번 심사보류 돼
제주도 "곶자왈 모두 보호 못해 ... 일부 행위 허용해야"
사진은 제주도내 곶자왈의 모습.
사진은 제주도내 곶자왈의 모습.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7년에 걸친 용역으로 설정한 곶자왈 지대에 대해 “모두 보호할 수는 없다”며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언급을 했다. 

제주도가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의 개정을 시도하는 가운데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곶자왈을 ‘보호지역’만이 아니라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 등으로 나누려는 것을 하고 있는데, 이처럼 개정하려는 취지로 이와 같이 설명한 것이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이 조례안에서는 먼저 곶자왈의 정의를 기존 조례안보다 보다 명확하게 했다. 아울러 기존 조례안에서는 곶자왈에 대해 ‘보호지역’만 명시를 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곶자왈의 보전 상태나 식생 상태 등에 따라 곶자왈을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구분했다.

보호지역은 ‘곶자왈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이며, 관리지역은 ‘곶자왈 중 보호지역에 준하는 지역으로서 앞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또 원형훼손지역은 ‘곶자왈 중 경작, 개발 등 인위적인 행위가 이루어진 지역’을 말한다.

아울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에 걸쳐 진행된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에 따라 새롭게 곶자왈 지대로 구분된 약 99.5㎢의 땅 중 사유지 소유자가 제주도에 곶자왈 지대의 땅을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지난 6월20일 제주도의회 소관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상위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심사보류됐다.

해당 조례의 상위법인 제주특별법 제354조에서는 ‘곶자왈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이번에 제출한 조례 개정안에서는 곶자왈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 등으로 나누고 있다.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에 없는 개념이 조례에 명시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은 첫 심사보류 이후 3개월 만에 열린 지난 20일 환경도시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해당 조례안에 대해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이번 조례안이 제주특별법 제354조의 위임 범위인 보호지역 지정을 넘어서 관리지역 및 원형훼손지역을 신설하려는 것으로, 법령의 위임 범위를 넘어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제주도가 자문을 받은 변호사들도 해당 조례안에 대해 “법 체계상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냈으며, 아울러 법제처에서도 곶자왈을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 등으로 나누는 것을 두고 ‘보호지역’으로 통일할 것을 제시하면서 조례안을 재검토할 것을 언급했다.

이와 같은 지적이 이어지면서 결국 해당 조례는 다시 한 번 심사가 보류됐다. 보다 상위법 위반 논란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주도가 이처럼 상위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곶자왈을 모두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지난 20일 제420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제1차 회의 자리에서 현기종 의원(국민의힘, 성산읍)의 질의에 대해 이와 같은 답변을 내놨다.

현 의원은 양 국장을 향해 “이번 조례안 개정의 취지를 도민사회에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조례개정안이 철저하게 곶자왈을 보존하려는 차원인 것인지, 아니면 지역을 구분해서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인지 의견이 나뉜다”고 물었다.

아울러 “특히 ‘원형훼손지역’은 이미 훼손이 이뤄진 지역이고, 거기에 이미 건축물이 들어갈 수도 있고, 곶자왈로서의 보존가치는 있지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부분도 해소해야하니 그런 차원에서 지역을 나눈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양 국장은 곶자왈을 모두 보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 국장은 “현재까지 조사된 곶자왈이 99.5㎢인데, 이를 전부 보호지역으로 묶어서 보호할 수는 없다. 이는 특별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 등 3개로 나눠 상황에 맞게 보존할 것을 보존하고, 일부 기본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행위를 허용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의 조례가 곶자왈 보전에 중점을 맞춘 조례라고 한다면, 지금의 개정안은 곶자왈을 보전하면서 합리적으로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측면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현 의원이 “국장님이 말씀하신 것을 보면 지역을 나눠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으로나마 개발을 허용하고, 보호지역은 철저하게 보호하자는 취지로 볼 수 있겠다”고 답했다.

양 국장은 또 “제주도 입장에서는 재원이 허락한다면 곶자왈 99.5㎢를 모두 매입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하지만 재원의 뒷받침이 전폭적으로 되지 않는다. 우선순위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저희가 우선순위를 정해서 매입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양 국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기존의 곶자왈 보호에서 다소 방향을 틀어 어느 정도 개발을 허용해주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무리하게 상위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조례개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조례 개정 취지에 더욱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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