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변호사·법제처 “문제있다”는 곶자왈 조례, 제주도만 “괜찮다”?
변호사·법제처 “문제있다”는 곶자왈 조례, 제주도만 “괜찮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20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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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서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개정안 심사
김기환·임정은 "변호사 자문과 법제처 검토 반영안돼"
제주도내 곶자왈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 곶자왈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곶자왈을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전하겠다며 내놓은 곶자왈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의 상위법 위반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6월 제주도의회의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상위법 위반 논란으로 심사보류된 후 3개월만에 다시 마련된 상임위 심사 자리에서도 상위법 위반 논란이 이어졌다.

이번 심사에서는 특히 제주도의회 자문 변호사와 제주도 자문변호사 일부 등이 상위법 위반 문제를 지적하고 법제처에서도 이번 조례안에 대해 대대적인 재검토를 요구한 부분이 지적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례안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자문 변호사도, 법제처도 지적을 하고, 도의회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제주도만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0일 오전 제420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갖고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 대해 심사했다.

이 조례안은 앞서 지난 6월20일 제418회 제주도의회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도 심사가 진행된 바 있다. 그 당시 심사에서는 전문위원 검토과정에서부터 해당 조례안이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 지적을 받았다.

제주특별법 제354조에서는 ‘곶자왈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주도가 이번에 제출한 조례 개정안에서는 곶자왈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 등으로 나누고 있다.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에 없는 개념이 조례에 명시된 것이다.

당시 전문위원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조례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신설된 규정 대부분이 상위법령과의 관계 및 내용의 명확성 문제로 효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지는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도 상위법과의 관계성이 지적을 받으면서 결국 심사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심사 보류 이후 제주도의회와 제주도에서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서 자문 변호사 등을 통해 각종 자문을 받았으며, 이 자문에서도 조례안의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 보류 이후 다시 열린 심사에서는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김기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갑)은 이날 심사에서 “환도위 차원에서 이번 조례안과 관련해 도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을 통해 두 명의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며 “자문 결과를 ‘이번 조례안이 제주특별법 제354조의 위임 범위인 보호지역 지정을 넘어서 관리지역 및 원형훼손지역을 신설하려는 것으로, 법령의 위임 범위를 넘어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이에 “제주도도 나름대로 이 조례를 만들면서 법제처의 해석과 자문 등을 받았다”며 “자문받은 사항을 이야기하면, 그 부분에서 위법 사항이 없다는 자문 결과가 있는 내용이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양제윤 국장의 답변과는 달리 법제처는 이번 조례안에 대해 대대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냈고, 제주도 자문 변호사의 의견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제주도 자문 변호사의 자문 결과도 제가 받았다”며 “한 분은 ‘제주특별법에 정의규정을 함께 개정하지 않는다면 서로 충돌되는 규정이 생기게 되고 법 체계상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주셨다. 또 다른 한 분도 ‘조례 개정안의 정의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주셨다. 도청에서는 이 자문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제주도에서 이번 조례안과 관련해 9가지 사항에 대해 법제처에서 사전 컨설팅을 받았는데, 9개 주요 조문에 대해서 재검토 및 수정안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 의견이 반영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법제처는 곶자왈의 정의와 관련해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으로 세부화된 사항을 ‘보호지역’ 하나로만 통일하는 쪽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또 조례안에 ‘보호지역 등’이라고 표기된 것도 모두 ‘보호지역’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했다.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천·중문·예래동)도 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임 의원은 “상임위 차원에서 자문을 받아본 결과 조례가 개정이 된다고 하면 더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법제처에서 사전 컨설팅을 받았는데, 재검토라던가 보완 요구 사항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법제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제윤 국장은 이에 “법제처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또 조례안과 관련해서 워킹그룹도 10여 차례 돌렸다. 주민 의견과 법제처 의견, 자문 변호사 의견 등을 종합해서 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임정은 의원이 “아직도 제주도에서 상위법이라던가 법률 위반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질의하자 양 국장은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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