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예초기에 베이고, 기상악화에 파손되고 ... 한라산 CCTV 수난사
예초기에 베이고, 기상악화에 파손되고 ... 한라산 CCTV 수난사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18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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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국립공원 CCTV 장기간 고장난 상태로 남아 있어
수리 위한 접근 쉽지 않아 ... "목숨 내놓고 수리에 나서야"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CCTV 화면. /사진=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갈무리.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CCTV 화면. /사진=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갈무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한라산국립공원 내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위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가 설치됐지만, 케이블이 잘리고 기상악화 속에서 고장이 발생하는 등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CCTV가 설치되다보니 수리 역시 쉽지 않아 고장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19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현재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CCTV 중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설치된 CCTV와 관음사 탐방로 중 왕관릉 일대에 설치된 CCTV가 고장이 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는 실시간 CCTV는 한라산국립공원의 모습을 보다 널리 알리고, 산불 예찰 및 탐방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설치됐다. 360도 회전식 장비로 2005년에 윗세오름과 어승생악 정상, 1100고지 등에 설치됐고, 백록담과 왕관릉에는 2009년에 설치됐다.

다만 이 중 윗세오름과 백록담 및 왕관릉 등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설치된 CCTV의 고장이 잦은 상황이다. CCTV가 설치된지 10년 이상이 지나면서 기기가 노후되된데다, 해발 1600m 이상 지역에서 수시로 악화되는 기상상황의 영향을 받으면서 CCTV 기기가 버티질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는 여름철에만 일부 CCTV의 고장과 수리가 반복적으로 이뤄진 바 있었다. 고장은 대부분 강풍과 폭우 및 태풍 등의 영향이었지만, 인위적인 요인도 있었다. 한라산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조릿대에 대한 예초 작업이 이뤄지는 도중 예초기에 의해 전용회선이 끊어지면서 CCTV가 먹통이 된 것이다.

올해에도 이와 같은 고장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윗세오름과 왕관릉에 설치된 CCTV가 고장났다. 비교적 최근인 8월 말에는 백록담 CCTV도 고장났다.

이로 인해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고장난 CCTV의 수리가 언제 이뤄지는 문의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CCTV를 통해 한라산의 상황을 확인하고 등산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꽤 많은데다, 등산 계획과는 별개로 CCTV를 통해 백록담 등의 풍경을 보며 등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대리만족을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윗세오름 CCTV는 고장이 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가 이뤄졌다. 고지대에 설치된 CCTV 중 그나마 낮은 곳에 설치돼 있는데다, CCTV가 설치된 곳까지 수리장비를 싣고 올라갈 수 있는 레일이 설치가 돼 있는 등 접근성이 좋아 수리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왕관릉의 CCTV는 고장이 난지 3개월이 지나고 있는 현재까지 수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CCTV가 고지대에 설치돼 있는데다, 레일도 연결이 돼 있지 않는 등 CCTV까지의 접근성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왕관릉 CCTV의 경우는 절벽 위에 설치돼 있어 수리를 위해서는 문자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나서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올해 여름철에는 왕관릉 일대에서 기상상황이 좋지 못한 일수가 많았던데다, 벼락이 떨어지는 등의 일도 종종 발생해 접근이 불가능한 날이 많았다.

이처럼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고장이 난 원인 파악도 최근에서야 이뤄졌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가 최근 통신업체 관계자와 함께 한라산을 올라 CCTV 점검에 나선 결과 전용회선이 어딘가에서 끊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백록담 CCTV 역시 전용회선이 어딘가에서 끊어진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역시도 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리를 위해서는 수리기사가 장비를 들고 장시간에 걸친 등산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수리를 위한 장비의 무게만 하더라도 약 20kg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게의 장비를 지고 산에 오르는 것은 등산이 익숙한 전문 산악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번 주중에 두 CCTV의 수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용회선 유지 및 보수팀이 이번 주중에 왕관릉과 백록담 CCTV를 살펴보고, 전용회선이 끊어진 위치를 파악해 연결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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