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비날씨도 그들의 활동을 막을 수는 없다. 바로 한울타리봉사단(이하 한울타리)의 봉사활동이다. 곶자왈도립공원 입구에서 남서쪽으로 300m 가량 가다 보면 만나는 작은 놀이터. 여기에 장터가 마련됐다. 16일 진행된 ‘돗자리마켓’이라는 이름을 단 행사장은 장대비 속에서도 붐볐다. 한울타리는 이날 돗자리마켓을 제주영어교육도시 주민협의회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어제(15일)만 하더라도 오늘은 말짱한 하늘을 예고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살살 내리던 빗줄기는 물폭탄을 뿌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돗자리마켓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돗자리마켓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벌써 6회째를 맞는다. 돗자리마켓은 작은 정성을 모아서 남을 돕는 데 있다. 한울타리는 돗자리마켓에서 나온 수익금을 모두 이웃들을 위해 쓴다. 이날 수익금도 미혼모시설인 애서원, 장애인시설 등 영어교육도시 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전부 쓸 계획이다.

한울타리는 제주에서 소외된 이웃을 울타리 안에서 돕자며 붙인 이름인데, 이름에 걸맞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이웃을 위해 쓴 수익금은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 왜 한울타리를 만들고, 돗자리마켓을 열고 있을까. 한울타리 정민선 공동 대표의 얘기는 이렇다.

“국제학교 주변은 다들 이주해서 오신 분들이잖아요. 영어교육도시는 학교 때문에 만들어진 인위적인 도시여서 서로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도 없었어요. 돗자리마켓은 서로 인사할 수 있는 교류의 장소라는 의미도 있어요.”

돗자리마켓은 서로 알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데 있었다. 그러나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더 큰 뜻은 ‘한울타리’가 의미하듯, 봉사라는 본연의 활동이다.

“처음엔 아이들이 집에서 쓰던 물건을 아나바다 형식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서로 사고 팔았어요. 지금은 사회적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와서 여기서 팔기도 해요. 사회적기업 홍보도 해주고, 기업의 제품을 팔아서 남을 돕는 기부도 하고 있죠.”

돗자리마켓 등을 열면서 아동복지시설인 예향원, 미혼모 자립 도움시설인 애서원, 성이시돌복지의원, 장애인 복지기관인 벧엘 등에 도움을 전달해왔다. 앞으로는 주변을 더 돌아볼 계획이다.

“대정읍 안에서도 어려운 분들이 많을 겁니다. 마을 분들과 협의를 해서 독거노인이라든지, 조손가정 등을 소개받아서 그런 분들도 도우려고 해요.”

남을 돕는 일은 몸에 배는 게 중요하다. 한울타리 회원들은 자녀들에게도 봉사를 강조한다. 한울타리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제주 한울타리 네트워크(JHN)’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비날씨에도 JHN 친구들은 자신들의 부스를 만들어 봉사활동 전면에 나섰다. 배소은 학생(NLCS제주 8학년)은 포스터를 직접 제작했다.

“저는 돗자리마켓에 2번째 참여하고 있어요. 제 강점을 살려서 포스터를 제작했어요. 비가 오는 데도 어린 친구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울러 제주 지역사회를 돕고 봉사를 할 수 있어 좋아요.”

KIS제주 6학년인 장지민 학생은 지난해부터 돗자리마켓에 참여하고 있다. 이젠 돗자리마켓이 익숙한 활동이어서인지 장터가 서기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한다.

“행사장에 일찍 와서 세팅을 했어요.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우리가 가지는 게 아니라 기부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최대한 많이 팔아서 기부를 조금이라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돗자리마켓은 소소하지만 이웃들에겐 큰 힘이 된다. 그래서일까. 한울타리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도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잔뜩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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