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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일 할머니의 기억이 되살아나 고향에 온다
김동일 할머니의 기억이 되살아나 고향에 온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9.1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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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임흥순,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展
9월 16일~11월 12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개막식 당일엔 ‘2023 김동일 컬렉션’도 열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영화감독 임흥순이 김동일 할머니를 만난 건 지난 2015년이다. 임흥순 감독이 찾은 일본 도쿄의 김동일 할머니 집은 마치 앤디 워홀의 집을 닮았다. 김동일 할머니는 온갖 물건과 옷을 쌓아놓았다. 김동일 할머니의 흐트러진 기억과 정리할 수 없는 역사가 거기에 있었다. 그걸 누군가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엔디 워홀이 집안에 쌓아둔 온갖 것들로 작품을 만들어냈다면, 김동일 할머니 집에 있던 ‘온갖 것’도 작품이 되고 있다.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을 작품으로 환생시키는 ‘누군가’는 바로 임흥순 감독이다.

임흥순 감독은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 2000여 점을 안고, 세상을 향해 작품으로 펼쳐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을 시작으로 김동일 할머니가 지녔던 기억을 풀어놓는다.

김동일 할머니는 항일운동가 자손이며, 제주4·3 당시 연락책이었다. 16세 나이로 연락책을 맡다가 형무소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빨갱이’로 낙인찍힌 그는 1950년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본에서 2017년 세상과 이별을 할 때까지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옷을 수집하고, 엄청난 양의 뜨개를 남겼다. 그런 기억을 지닌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을 고향에서 마주할 수 있다. 임흥순 감독의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를 통해서다.

임흥순 개인전 ‘기억 샤워 바다’는 9월 16일부터 11월 12일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기억 샤워 바다’는 모두 3개의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제1전시장에서 임흥순 감독의 신작 영상 ‘바다’를 보게 된다. 식민지 조선을 떠나온 이들과 해방 후 4·3을 겪고,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던 이들을 영상으로 만난다. 영상 속에 시인 김시종, 축구선수 안영학, 큐레이터 히비노 민용의 삶이 들어 있다.

제2전시장은 ‘옷의 바다’다. 이번 개인전에 앞서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으로 진행된 ‘고치글라 Run with Me’ 참여자들의 소감과 재창작된 결과물이 여기에 들어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 '등대'. 김동일 할머니가 평생 뜬 132개의 뜨개를 다양한 형태로 걸어서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 '등대'. 김동일 할머니가 평생 뜬 132개의 뜨개를 다양한 형태로 걸어서 표현하고 있다.

임흥순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제3전시장은 ‘말의 바다’다. 강정 평화활동가 최성희, 기후평화행진 기획자 임문희, 월정리 해녀 김은아, 성산의 조류 관찰자 김예원, 채식과 동물권 표현자 임지인 등의 이야기는 밀물이 되어 관람객을 맞는다.

‘기억 샤워 바다’는 3개의 공간만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개막식도 중요하고, 기획전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도 있으니, 눈여겨봐야 한다.

개막식 당일인 9월 16일, ‘해바라기와 선착장 2023 김동일 컬렉션’이 열린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김동일의 옷을 입고 런웨이에 나선다. 그런 행위는 기억을 잊지 말자는 몸부림이며, 기억을 공유하는 일이기도 하다.

개막 다음날인 17일은 영화감독인 임흥순 작가와의 대화가 열린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시니어 큐레이터 강수정, 요코하마미술관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인 히비노 민용이 대화에 참여한다.

‘기억 샤워 바다’와 관련된 학술 심포지엄도 예고돼 있다. 10월 6일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 ‘기억, 연결, 연대’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린다.

기획전 ‘기억 샤워 바다’는 마감을 하루 앞둔 11월 11일 ‘말의 바다’에 나온 주인공 5명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도 벌인다.

한편 임흥순 감독은 지난 1998년 이후 모두 15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대표적인 개인전으로 2015년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환생’,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 있다. 장편영화는 ‘비념’(2015)을 시작으로 모두 5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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