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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영화제 서울 특별상영회, 4.3 전국화 또 다른 ‘첫 발’
4.3영화제 서울 특별상영회, 4.3 전국화 또 다른 ‘첫 발’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9.11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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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재단, 지난 7‧8일 이틀간 마포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회 개최
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다큐‧애니메이션‧극영화 등 8편 소개 ‘눈길’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을 서울 시민들에게 영화로 알리기 위해 마련된 ‘4.3영화제 서울 특별상영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 지난 7일과 8일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이스에서 개최한 서울 특별상영회에서는 모두 8편의 영상과 영화 작품이 선을 보였다.

상영작은 <땅은 늙을 줄 모른다>(2022, 김지혜), <메이 제주 데이>(2022, 강희진), <산, 들, 바다의 노래>(2014, 권혁태), <유언>(1999, 김동만), <잠들 수 없는 함성 4‧3항쟁>(1995, 김동만), <곤도 하지메의 증언>(2023, 이케다 에리코), <비념>(2013, 임흥순), <다음 인생>(2015, 임흥순).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단편과 장편,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극영화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됐다. 특히 4‧3 진상규명사에서 빠질 수 없는 초기 영상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작품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등 의미 있는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 만나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김동만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는 김 감독과 함께 4‧3진상규명 운동에 매진해온 강덕환 시인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김동만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는 김 감독과 함께 4‧3진상규명 운동에 매진해온 강덕환 시인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유언>, <잠들 수 없는 함성 4‧3항쟁>을 연출한 김동만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함께 4‧3진상규명 운동에 매진해온 강덕환 시인(전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조사위원)이 참여, 김동만 감독과 함께 고군분투하던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1997년 제주지방경찰청 보안과의 긴급체포서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관객들은 “힘든 시절에 이런 기록들을 남겨줘서 우리가 이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정말 감사하다”, “29년 전에 만든 4‧3 영상이 지금도 여전히 울림을 안겨준다는 사실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알려야 한다”는 등의 소감을 밝혔다.

김동만 감독은 ‘다른 영화인들에 의해 더 많은 4‧3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관객 의견에 “제목에서 4‧3을 항쟁으로 말하는 영상 작품은 여전히 <잠들 수 없는 함성 4‧3항쟁> 뿐”이라면서 “역사는 오래됐다고 해서 녹슬지 않는다.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국가추념일이 됐지만 4‧3은 아직도 말하지 못한 함성이 존재한다. 여전히 유효하지만 아직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예술로서 계속 만들어지리라 본다. 다음 세대 예술인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곤도 하지메의 증언' 스페셜 토크에서는 한국어 번역 겸 제작을 맡은 이령경 실행위원이 가해자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곤도 하지메의 증언' 스페셜 토크에서는 한국어 번역 겸 제작을 맡은 이령경 실행위원이 가해자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곤도 하지메의 증언>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일본인 곤도 하지메(1920~2021)의 실제 증언이 영상에 담겼다. 곤도 하지메는 중국과 오키나와에서 저지른 참전 경험, 특히 성범죄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뉘우친다. 그러면서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상영 후 열린 스페셜 토크에서는 <곤도 하지메의 증언> 한국어 번역 겸 제작을 맡은 이령경 실행위원(제주도 4‧3사건을 생각하는 모임·도쿄)과 함께 하는 대화의 시간이 진행됐다.

이령경 위원은 “이 영상은 곤도 하지메를 처음 만난 2000년부터 세상을 떠난 2021년까지, 그 분과 나눴던 기록들을 정리했다”면서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곤도 하지메 추모 집회 때 상영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위원은 이어 “비교적 짧은 26분 영상은 올해 4‧3미술제 때 소개했고, 56분 전체를 공개하는 건 이번 4‧3영화제 서울 상영회가 처음”이라면서 “한국에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많지만, 4‧3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위원은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국가폭력 가운데 4‧3은 국가가 인정·사죄하고 성과물도 만들어졌지만 ‘화해와 상생’이라는 구호 속에 무엇이 비었을까 고민했다. 그것은 바로 가해 증언”이라며 “가해자 목소리가 있어야 전체 역사가 보인다.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었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비념>과 <다음인생>을 연출한 임흥순 감독도 관객 앞에 섰다.

임 감독은 <비념>에서 4‧3 만큼 강정해군기지 갈등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이유를 묻는 관객 질문에 “많은 분들이 오랜 시간 자기 위치에서 4‧3을 연구했는데, 육지인의 시선으로서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 제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과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3과 강정이 직접적인 연결은 없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을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와 한국 여성 노동자를 잇는 <위로공단>(2015), 광주민주화운동과 아르헨티나 학살을 잇는 <좋은 빛, 좋은 공기>(2021) 등도 마찬가지”라면서 “역사를 어떻게 하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지가 내겐 중요한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서울 상영회에 참여한 관객들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박승호씨(29, 서울)는 “지난 정부 때 문재인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뉴스 정도를 봤던 기억이 있다”면서 “4‧3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좋은 영화들이 많이 소개돼 인상 깊다.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해줘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역사 영화들은 2시간 남짓 시간 안에 지난 시간을 응축시키면서 관객들이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기에 의미가 크다”면서 “주변을 봐도 4‧3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편이라 안타깝다. 4‧3영화제도 서울 상영회도 올해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계속 열리면서 홍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에 정착한 대정읍 출신 고정일씨(61)는 “예전부터 4‧3은 알고 있었다. 영화제 소식을 듣고 이 참에 4‧3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참여했다”면서 “서울에서는 4‧3을 포함해 제주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4‧3을 모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4‧3을 알리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현장 설문조사에서도 “국가 폭력에 피해 입은 제주도민들은 어떻게 그 세월을 견뎠을까”,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단기간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4월에 열어도 좋을 것 같다”, “4‧3영화에서 평화, 인권 영화로 확대해 소개하길 바란다”, “서울을 포함해 다른 지역에서도 상영회를 열어달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정원 4‧3영화제 집행위원장은 “4‧3 영화가 서울에서 상영된 ‘영화 같은 순간’을 만들어준 모든 분들, 특히 서울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내년, 그 이후에도 서울에서 4‧3영화제를 개최해 4‧3의 전국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이스에서 열린 4.3영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지난 7일과 8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이스에서 열린 4.3영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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