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갑자기 8천억 '껑충' 제주도 아동친화예산, 이런 사업도 포함돼?
갑자기 8천억 '껑충' 제주도 아동친화예산, 이런 사업도 포함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0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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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친화예산, 지난해 4326억에서 올해 1조2913억으로
제주시·서귀포시 홍보예산도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
공공임대주택 사업 예산 등도? ... "적극 행정 펼치려다보니"
제주도청 전경.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청 전경.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지난해까지 총예산 대비 8%에 머물고 있던 제주도의 아동친화예산 비율이 올해 갑자기 22%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제주도가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이라도 아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예산을  모두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한 결과다.

이로 인해 농로나 배수로 정비 등의 주민불편 해소사업은 물론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시정홍보물 발간 등 일반적으로 아동친화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사업들도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제주도가 실적을 부풀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5일 홈페이지에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친화예산서’를 공개했다.

아동친화예산은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총 예산 5조8731억 중 아동총예산은 1조2913억원 수준으로, 총예산 대비 아동예산비율은 21.99%다. 사실상 22% 수준이다. 아동친화예산 관련 사업은 1131개 사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아동친화예산과 비교했을 때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난 정도다. 지난해의 경우 아동친화예산은 4326억원으로 총예산의 8.08% 수준에 그쳤다. 관련 사업도 211개 사업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비율이 13.91%p가 늘었고, 관련사업은 5배 이상, 예산도 8587억이 증가했다. 예산만 놓고 보면 200% 증가다.

이처럼 아동친화예산 액수와 총예산 대비 비율 등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아동친화사업이 이뤄졌다기보다는, 지난해에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수백개의 사업들이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일반적으로 아동친화예산으로 볼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사업도 상당하다. 

아동친화와 관련된 사업은 크게 6개 부문으로 나눠졌다. ▲놀이와 여가 ▲참여와 시민의식 ▲안전과 보호 ▲보건과 사회서비스 ▲교육환경 ▲주거 및 가정환경 등이다.

‘놀이와 여가’ 부문에서는 ‘청소년문화활동지원’ 및 ‘청소년어울림마당 운영’, ‘유아동네 숲터 조성사업’ 등 일반적으로 아동친화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 사업들도 있었지만, 그 외에 ‘지역 문화예술 진흥사업’과 ‘삼다공원야간콘서트’ 등 아동보다는 제주도내 대다수 도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사업 역시 모두 아동친화사업으로 분류됐다.

‘도민’에는 ‘아동’도 포함이 돼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동의 참여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모두 아동친화사업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제주시 시민회관을 허물고 생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구축하는 ‘제주시민회관 생활SOC복합화사업’도 아동친화사업으로 분류됐다.

그 외 6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를 통해 ‘도민이 행복한 제주숲’을 만들겠다며 추진 중인 도시숲 조성사업 예산도 ‘아동친화예산’이 됐다. 아울러 각종 공원 시설 개선과 체육센터 개선 및 운영예산, 해수욕장 관련 예산 등도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다. 

다른 부문을 돌아보면 물음표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참여와 시민의식’ 부문에서는 시정홍보물 제작과 시정가이드 홍보와 관련된 양 행정시 공보실 예산이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다. 시정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영상제작 예산도 ‘아동친화예산’이 됐다. 시민기자단운영과 각종 홈페이지 운영 예산도 ‘아동친화예산’이다.

“아동의 인터넷 사용이 활발하고 정보접근성이 좋아진데다, 아동의 정보획득 권리를 보장해야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예산을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했다”는 것이 제주도의 설명이다. 

‘안전과 보호’ 부문에서는 도민 전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의 ‘CCTV통합관제센터 구축 및 운영’ 관련 예산이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다.

이뿐만 아니라 농로와 배수로 정비 등을 포함한 주민불편사항 해소 관련 예산도’ 아동친화예산’이다. 제주도는 이를 두고 “주민불편사항 해소에 인도 정비 등도 포함되는데, 이 인도 정비 등이 아동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로와 배수로 정비 등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를 따로 나눌 수 없어 아동친화예산으로 넣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폭염쉼터 등 아동보다는 어르신들의 이용비중이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이는 시설에 쓰이는 예산도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다.

‘보건과 사회서비스’ 분문에서는 ‘권역외상센터 운영 예산’과 ‘제주권역재활병원 운영 예산’, ‘감염병 차단을 위한 방역 강화 예산’, ‘감염병관리지원단 운영 예산’,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 예산’ 등이 일반적으로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하지 않을 듯한 예산들도 '아동친화예산'이 됐다. 

이는 지난해에는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사업이다. 

‘교육환경’ 분야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일부 취업 관련 사업 예산까지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다. ‘주거 및 가정 환경’ 부문에서는 ‘매입임대사업 예산’과 ‘공공임대주택 사업 예산’, ‘장애인 주택개조 사업 예산’ 등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다수의 사업이 ‘아동친화예산’이 됐다.

이처럼 각 분야별로 일반적으로 ‘아동친화예산’으로 쉽사리 보기 힘든 각종 사업 예산이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되면서, 새 도정에서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수많은 사업을 억지로 아동친화예산에 끼워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적 부풀리기의 의도는 없었고, 더 많은 항목이 포함된다고 해서 특별히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구성 요소나 다른 지역의 사례들을 토대로 보다 적극적으로 행정을 추진하려다보니 여러 항목들이 아동친화예산에 포함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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