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국내 최초 '그린수소' 버스, 제주서 시운전 ... '탄소중립' 한 걸음 더
국내 최초 '그린수소' 버스, 제주서 시운전 ... '탄소중립' 한 걸음 더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9.04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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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행원리서 생산된 그린수소, 함덕리 충전소로 수송
버스에 충전 후 시운전 돌입 ... 국내 최초 그린수소 실용화
오영훈 제주도지사 "탄소 제로 시대, 제주가 선도할 것"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국내 최초로 생산된 그린수소를 연료로 사용한 버스가 제주를 달리기 시작했다. 도는 향후 그린수소 버스의 정식운영에 더해 전기생산을 위한 발전 설비에도 그린수소를 투입하는 등 산업 전반에 그린수소 생태계를 구축, ‘탄소제로의 섬 제주’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제주도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카본프리아일랜드(CFI) 에너지미래관에 자리잡은 3.3MW 그린수소 생산 및 저장 시설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함덕리의 그린수소 충전소로 수송, 수소버스에 충전한 후 시운전에 돌입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그린수소 충전소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그린수소 충전소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서 국내 최초 그린수소 생산 … 하루 최대 1톤까지

이번 그린수소의 버스 충전 및 이를 활용한 시운전은 국내 최초다.

국내에서 수소를 활용한 차량의 운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차량의 운행 및 각종 산업에서의 활용에 ‘그레이수소’만을 사용해 왔다. 그레이수소는 수소의 생산과정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탄소를 대기중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말한다.

수소 자체는 각종 산업에 활용돼 생산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레이수소’의 경우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국내에서는 천연가스를 활용해 그레이수소를 만들어내는데, 약 1kg의 그레이수소를 만드는데 10kg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린수소는 다르다. 일단 설비만 갖춰진다면 수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 수소생산 과정에서 풍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서 전기를 끌어와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은 산소와 물 뿐이다.

행원리의 시설은 국비 135억원과 도비 14억5000만원, 민간투자 72억6000만원 등 모두 222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구축됐다. 2021년 11월부터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2022년 9월에 본격적인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올해 2월에는 수소생산을 위한 주요설비의 설치가 완료됐고, 5월에는 시설의 완성검사까지 완료되며 사실상 준공이 이뤄졌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안가에 자리잡은 3.3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안가에 자리잡은 3.3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사진=미디어제주.

하루 최대 1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 시설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소차량에 수소 1kg을 넣을 경우 약 1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행원리 시설에서의 하루 최대 생산량은 1대의 차량이 10km를 주행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6월부터는 수소의 시험 생산도 진행됐다. 하지만 생산된 수소의 순도 검사 과정에서 수분이 발견됐다. 그린수소의 활용을 위한 기준은 순도 99.99%로 수소에서 어떤 이물질도 발견되면 안됐다.

특히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2017-68호 ‘고압가스의 품질기준과 품질 검사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순도와 수분, 총탄화수소, 산소, 헬륨 등 14가지 품질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품질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제주도는 시설의 부품 교체 등의 작업을 거쳤다.

이어 지난 8월부터 마침내 순도 99.99%의 수소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이었다.

이후 트레일러에 수소를 충전해 함덕의 그린수소 충전소까지 옮기기 위한 작업도 모두 마무리되면서 이번에 국내 최초로 생산된 그린수소가 버스에까지 충전됐고, 버스의 시범운영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송하기 위한 트레일러가 4일 오전 운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송하기 위한 트레일러가 4일 오전 운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송하기 위한 트레일러가 4일 오전 운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송하기 위한 트레일러가 4일 오전 운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그린수소의 국내 최초 실용화 … 제주를 달리는 청정버스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는 시간당 25kg 기준 수소버스 4대, 5kg 기준 수소승용차 2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4일 오전 행원리에서 그린수소를 싣고 출발한 트레일러가 이날 오전 10시30분 경 함덕리의 충전소에 도착했고, 이어 수소의 공급이 이뤄졌다. 수소가 충전된 버스는 곧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를 출발해 함덕리에서 본격적으로 시운전에 돌입했다.

제주도는 이번 시운전을 통해 그린수소를 활용한 버스의 안전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안정선이 확보되고 그린수소의 공급이 보다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되면 그 후 함덕과 한라수목원을 오가는 노선인 311번과 312번 노선에 수소버스 9대를 투입해 도민을 수송할 계획이다.

그린수소를 활용한 버스의 정식 운행은 다음달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부터 시범운용이 이뤄지는 그린수소 버스. /사진=미디어제주.
4일부터 시범운용이 이뤄지는 그린수소 버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 대한민국 수소생태계의 핵심 축 될 것”

4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에서는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를 활용한 버스 시운전을 축하하는 행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앞으로 제주가 대한민국 수소 생태계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지사 취임 이후 2달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던 작년 9월 제주에 글로벌 그린수소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그 때 많은 분들이 ‘글쌔요’ 라며 물음표를 달았지만, 우리는 비전을 새롭게 설정했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3.3MW 실증사업에 이어 12.5MW 실증사업을 따냈고, 최근에는 30MW 사업까지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비전이 올바로 설정되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어 제주가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로 나아갈 것임을 언급했다.

오 지사는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19.2%에 불과하다”며 “출력저하 문제 때문에 이 비중을 높여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린수소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린수소를 발전에도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나가는 탄소 제로 시대를 우리가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4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의 그린수소 충전소에서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를 활용한 버스의 시운전에 앞서 축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4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의 그린수소 충전소에서 국내 최초로 그린수소를 활용한 버스의 시운전에 앞서 축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역시 “바야흐로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가 시작됐다”며 “이제 시작이다. 아마 갈 길은 아주 멀 것이고,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준다면 탄소 제로 제주를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 역시 이번 그린수소의 생산과 실용화를 두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지 않았다면 쉽게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제주도민들이 탄소 없는 아름다운 청정 제주에서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모두 다 함게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는 이번 그린수소의 생산과 실용화를 발판으로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다. 행원리에서의 시설 이외에 지난해 산업부 공모에 선정된 12.5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이 구좌읍 동복리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2030년까지 30MW 그린수소 생산시설이 조천읍 북촌리에 들어선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실증사업을 통대로 제주에서의 그린수소 생태계를 더욱 확장시켜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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