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작은 도서관은 그 마을의 영혼, 제주에서의 활성화는 어떻게?
작은 도서관은 그 마을의 영혼, 제주에서의 활성화는 어떻게?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8.31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의회, 작은 도서관 활성화 위한 정책토론회 가져
작은 도서관 실태조사 필요성 강조 ... 운영방안 강화 방안도
도서관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도서관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속이 비어버린, 영혼이 없는 마을이라는 말도 있다. 서점을 도서관으로 확장시켜도 이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이와 관련된 문화활동을 즐기는 것이 어려운 공간이라면,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보다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점과 도서관이 없는 곳에서는 경험의 폭 역시 넓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생각의 깊이와 경험의 폭은 분명 한 사람의 영혼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보면 책은 한 사람의 영혼을 만든다는 말이 맞고, 책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마을에는 영혼이 없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책을 쉽사리 만나고 그 외에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도서관이 제주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규모 공공도서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접근성이 쉬운 작은 도서관도 충분히 한 지역의 영혼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 작은 도서관 역시 매우 부족하다.

31일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마련된 ‘제주작은도서관 내실화·활성화 방안 정책 토론회’ 자리에서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작은도서관의 중요성과 현실 등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라도서관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김형훈 국장은 현혜경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함께 쓴 ‘제주특별자치도 작은 도서관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시론적 고찰’이라는 주제문을 토대로 발표에 나섰다.

김형훈 국장은 먼저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영국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의 이야기를 통해 강조했다. 김 국장은 “런던에 가면 노먼 포스터의 작품이 이곳 저곳에 있는데, 사실 노먼 포스터는 영국 중부의 작은 소도시 출신이다. 노먼 포스터는 그 작은 도시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성장을 했는데, 포스터는 스스로 ‘자기를 만든 것은 마을의 작은 공공도서관이었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에 대단한 수준의 공공도서관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정말 작은 도서관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도서관이 세계적인 건축가를 만든는 창구가 됐다. 그런데 우리의 작은 도서관은 어떠한가”라고 운을 띄웠다.

김 국장과 현혜경 부연구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작은 도서관의 현실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이 31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작은도서관 내실화·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서고 있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이 31일 오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작은도서관 내실화·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서고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모두 7768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이 중 168개가 제주에 있다. 전국의 작은 도서관 중 겨우 겨우 2%에 해당하는 정도다. 이 168개의 작은 도서관 중 공공에서 운영을 하거나 지원을 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적다. 47곳이다.

이 47곳의 작은 도서관은 대부분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에 몰려 있다. 47곳 중 제주시 동지역에 23곳이 분포해 있고, 서귀포시 동지역에 8곳이 있다. 읍면지역에는 겨우 1개에서 2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을 뿐이다.

김 국장에 따르면 작은 도서관은 주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매우 밀착된 문화 향유 공간이다. 지역사회 깊숙히 다양한 문화를 퍼뜨리고, 지역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다. 제주지 읍면 지역에는 이와 같은 문화향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읍면지역에 그나마 있는 작은도서관도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썩 괜찮은 수준이 아니다. 제주도내 작은 도서관은 평군 7151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충분한 양의 장서지만, 정작 새로운 도서를 보충할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

도내 작은 도서관 47곳에 도서구입비는 평균 211만원 수준이다. 책 한 권을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도서관별로 1년에 겨우 100여권의 책을 새로 구입할 수 있을 뿐이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7만7000여권의 책이 새로 나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인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도내 작은 도서관의 실질적인 직원 및 자원봉사자 수를 살펴보면 상근직은 겨우 1명 내외다. 여기에 시간제 및 비상근 자원봉사자 등이 일손을 도울 뿐이다. 이와 같은 이들에게 제공되는 인건비는 1년에 1600만원 수준으로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에도 한참을 못미치는 수준이다. 작은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객도 겨우 12명에 그친다.

이러다보니 작은 도서관의 제대로 된 운영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작은 도서관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마을의 영혼’도 요원하다.

하지만 작은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이 된다면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다. 책을 읽는 인구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생각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사회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공동체의 활성화를 이룰 수도 있다. 작은 도서관이 문화의 전진기지로서 제대로 된 역할만 해준다면 마을이 활기를 가질 수 있다.

김 국장은 이와 같은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우선 작은 도서관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제주지역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와 실태파악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한 보고서도 작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작은 도서관의 운영방안 개선 노력이 필요하고, 방향성 설정도 중요하다. 마을공동체 시설로서 운영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을별 특화 도서관 사업을 통해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작은 도서관 및 그와 비슷한 서점과도 같은 시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마을 공동체 안에서의 역할 활성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