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4.3 유족들의 피맺힌 진실 찾기 … “피고인들은 무죄”
4.3 유족들의 피맺힌 진실 찾기 … “피고인들은 무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8.29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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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형사제4-2부, 유족 청구 일반재심 피고인 7명에 무죄 선고

“언제, 어디서 돌아가셨는지도 판결문에 남기지 못해 안타깝다” 토로
수형인명부에도 없는 공소사실 신문기사 찾아내 재심 청구 무죄 사연도
29일 제주4.3 희생자 유족들이 청구한 일반재판 희생자들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7명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지난해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모습.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29일 제주4.3 희생자 유족들이 청구한 일반재판 희생자들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7명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사진은 지난해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모습.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 내란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육지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되거나 또는 총살을 당한 희생자 7명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29일 희생자 유족들이 청구한 일반재판 재심 사건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국방경비법 제32조 및 33조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이 선고돼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故 김한홍씨에 대해 문성윤 변호사는 “피고인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농사와 목축을 하던 평범한 양민이었으나, 이른바 ‘북촌리 사건’으로 출동한 무장군인들이 마을을 포위하고 집집마다 총을 겨누면서 마을 주민들을 학교 운동장에 모아놓고 마을이 전소되는 과정에서 피신했다가 살려준다는 말에 귀순했다가 주정공장으로 끌려가 재판을 받고 징역 7년 선고를 받았다”면서 “당시 대전형무소에 복역중이던 수형인들이 전쟁 발발 직후 집단 총살을 당한 일은 관련 판결이나 정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명백히 사실로 확인되고 있고, 공소사실은 증거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고향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형무소에 끌려가 총살을 당한 피고인의 사무친 한을 가늠하기 어렵고, 유족들도 고인의 명예가 회복돼 한이 풀릴 수 있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호소했다.

故 강태진씨 변호를 맡은 고창후 변호사도 “피고인은 4.3 당시 수산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범하게 살고 있었으나 4.3 와중에 아버지가 끌려가 마을에서 총살을 당했고, 이에 앞서 피고인도 군경에 끌려간 뒤 적법 절차도, 방어권도 없이 징역 15년 선고를 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가 감형돼 형기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해 가족들을 마을에 둔 채 혼자 따로 지내다가 숨졌다”고 고인의 기구한 사연을 유족들을 대신해 들려줬다.

피고인 강씨가 끌려갈 당시 어머니도 군경에 끌려가 심한 구타와 고문을 받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셨고, 아내도 심한 고초를 받고 극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을 안고 살아온 가족들의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고 변호사는 “이처럼 유족들이 그동안 고통을 안고 살아온 만큼 유족들이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고 대한민국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故 황계봉씨 등 5명의 변호를 맡은 김세은 변호사도 “당시 불법 구금이 있었는지 고문이 있었는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4.3특별법의 배경에는 당시 국가 폭력이 자행됐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하지만 여전히 피고인들이 무고하게 재판을 받고 어느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다가 언제 희생됐는지조차도 확인되지 않아 정확한 날짜와 장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판결문에 남기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재판부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당시 상황을 기록에 남겨주셔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억울한 마음들을 풀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故 황계봉씨의 외조카 송요섭씨는 유족 발언 순서에서 “어머니가 오늘 재심 선고를 보지 못하고 올 1월에 돌아가셨는데, 이제 판결문을 갖고 어머니 산소를 찾아뵐 수 있게 됐다”면서 “재판 기록도, 수형인명부에도 없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했는데 당시 재판 기사를 신문에서 찾아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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