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15분 도시 용역 수행하는 제주연구원, 핵심 내용 '외주' 맡기나?
15분 도시 용역 수행하는 제주연구원, 핵심 내용 '외주' 맡기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8.23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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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구원, 15분 도시 시범지역 계획 맡을 용역사 찾기 나서
"도시·건축·설계 분야 등은 전문 연구기관 참여 필요해"
해당 범위, 연구원내 전문가 등 부족 ... 자체적으로 하지 못해
용역 성격상 처음부터 제주연구원 혼자서 수행은 불가능
제주도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핵심 공약인 ‘15분 도시 제주’ 구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인 제주연구원이 용역의 일부 핵심 과업을 다른 기관에 이른바 ‘외주’를 주려고 하고 있다.  해당 과업을 제주연구원이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15분 도시 제주’ 구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상황에서 제주연구원이 해당 용역을 떠맡은 꼴이 되고 말았다.

제주연구원은 지난 22일자로 ‘15분 도시 제주 시범지구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맡아 진행할 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내놨다.

‘15분 도시 제주’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거주지에서 도보와 자전거 및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근거리에서 주민들이 교육, 의료, 문화, 쇼핑, 여가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도시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연구원은 앞서 지난 2월 ‘15분 도시 제주’ 구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맡아 진행할 용역사로 선정된 바 있다. 

제주연구원이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제주 도시 및 농촌 공간 특징과 역사, 문화, 사회생활 등을 고려한 제주만의 15분 도시 가치와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국내·외 도시 유형별 사례분석 및 시사점도 내놓게 된다. 

이외에 생활서비스 현황 파악 및 접근성 분석 등을 위해 제주의 지형적 특성과 행정여건 등에 대한 현황 분석을 하고, 기초생활 인프라 및 서비스 현황 분석도 병행하게 된다.

아울러 15분 도시 기본구상을 위해 15분 도시 제주 생활권을 정의하고, 도시와 농촌 공간 특성을 고려한 생활권을 설정한다. 이 생활권 실현 방안도 제시하게 된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토대로 제주에 적합한 15분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지구를 선정하기 위한 시범지구 추진계획도 마련하게 된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와 관련한 중간보고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제주를 모두 30개의 15분 도시 생활권으로 나눈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제주도는 이렇게 30개로 나눠진 생활권 중 제주시 애월과 삼도1~일도1 생활권, 서귀포시 표선과 천지~송산 생활권 등 4개의 생활권을 지난 14일 시범지구로 선정했다.

이후 제주연구원에서 이 시범지구에서의 15분 도시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계획을 내놔야 했다.

시범지구에서의 15분 도시 구현 계획은 15분 도시 제주를 위한 공간체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생활필수시설 확충 및 서비스 운영 계획 등을 수립하는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 생활권 내에서의 보행로 및 자전거와 대중교통 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실상 15분 도시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구현할지 등도 담고 있다. 사실상 15분 도시 구현의 핵심적인 내용들이다. 

더군다나 시범지구에서의 계획은 제주도내 다른 생활권에 15분 도시 계획이 적용되는데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시범지구에서의 기본계획 구성이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5분 도시 제주’의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연구원은 이 핵심 내용을 다른 기관에 ‘외주’를 주기 위한 공고를 냈다. 도시와 건축 및 설계 분야 등과 관련된 전문 연구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 점이 그 이유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제주연구원에는 현재 도시공간 및 계획, 건축, 설계 등과 관련한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번 기본계획 용역에서 해당 부분을 다른 기관에 맡기기 위한 공고가 나온 것이다. 다른 용역에서도 이런 경우 용역의 일부 내용을 다른 기관에 맡긴다.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주연구원이 이번 용역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 ‘외주’를 맡기는 것은 여건의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용역의 성격상 제주연구원에서 처음부터 수행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용역은 흔히 ‘학술용역’과 ‘기술용역’ 등의 분야로 나눠진다. 이 중 제주연구원은 ‘학술용역’만 맡아 진행할 수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15분 도시 제주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학술용역의 영역과 기술용역의 영역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사실상 처음부터 제주연구원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용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15분 도시 제주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제주연구원에 맡긴 것은, 이 용역을 맡아서 진행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앞서 지난해 11월 해당 용역을 맡아 수행할 기관을 찾기 위한 공고에 나섰지만, 용역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한데다, 15분 도시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에서는 생소하다는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 관련 기관들이 입찰에 나서질 않았다.

이후 재공고가 이뤄졌고, 그 후 제주연구원이 최종적으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맡아 진행할 곳으로 선정됐다.

제주도 역시 해당 용역을 맡아 수행할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주연구원이 자체적으로 해당 용역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술용역’ 해당하는 부분은 다른 기관에 맡기는 것을 전제로 제주연구원에 이번 용역을 맡기게 된 것이다.

이번에 공고가 올라온 ‘15분 도시 제주 시범지구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의 용역비는 1억3000만원이다. 이는 기존 기본계획 용역비 5억원에 포함되는 금액이다. 용역 기간은 내년 1월8일까지다. 이 용역이 마무리되면 제주연구원에서 해당 용역 결과를 마탕으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2월에 최종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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