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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사랑했던 작가, 정인희 유작 전시회 대구에서
제주를 사랑했던 작가, 정인희 유작 전시회 대구에서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8.1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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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희 작가의 생전 모습. 자신의 전시회에서 사진 촬영에 나서고 있다.
정인희 작가의 생전 모습. 자신의 전시회에서 사진 촬영에 나서고 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2018년 제주로 이주해 7년 동안 제주와 대구, 서울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했던 신진 유망작가 정인희의 유작전이 고향인 대구 ‘리알티 아트 스페이스’에서 13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정인희의 ‘결혼 · 제주’라는 이름으로 결혼하여 제주에서 작업한 작품들이 소개되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해 보라’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해 보라’는 작가 생전에 정해 놓은 다음 전시 제목이다.

정인희 화가는 함석 위에 아크릴로 긴 직사각형의 바와 원을 조합, 배치하는 구성 위주의 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제주로 이주한 2018년 이후엔 함석 위에 책을 다양하게 형상화한 ‘책과의 춤’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젖은 책’, ‘책더미’, ‘춤추는 책’ 등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책 그림 시리즈는 서울, 대구 등지에서 전시된 후에 강남 최인아 책방에 3개월간 상설 전시되기도 했다.

근년엔 제주 풍경을 즐겨 다루며 ‘환상 정원’ 시리즈를 선보여 새로운 변신을 이루어냈다. 자신의 집에서 보이는 한라산 전경을 즐겨 그렸고, 특히 집 정원 풍경을 주로 그렸다. 그 공간은 제주에서 거주한 유일한 장소이며 자신의 결혼식이 거행된 곳이자 생을 마친 공간이기도 하다.

이 무렵 함석을 쓰던 화폭은 캔버스로 바뀌고 그림도 대작을 즐겨 다뤘다. 특히 디딤돌이 있는 앞마당의 고요한 정경과 실제로 키우던 두 마리의 고양이의 다양하고 날렵한 포즈를 함께 앉혀 화폭에 역동성을 보다 살려내었다.

제주살이 이후 그의 그림엔 곧잘 ‘나의 천사’라는 제목을 붙인 남편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틈만 나면 스케치북에 색연필, 아크릴, 펜 등으로 눈앞에 있는 남편의 얼굴을 그렸다.

전시 예정이었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해보라 전“의 작업 노트을 통해서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립 속에서 그림의 주제도 자연스레 변화해 왔다”며 “그림 속의 이미지와 색들은 그렇게 변주를 계속해 왔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모두 공통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발견한 혹은 발굴한 풍경 속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제주의 변화무쌍함과 때로는 적막한 풍경에 시간이 덧칠해질수록 소중한 것들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간다”며 “다시금 그것들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그림으로 말해보기로 다짐한다. 다음 작업의 키워드는 사랑하는 사람, 우산과 고양이, 하늘색 풍경, 제주의 일상 등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작전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5시엔 뒤풀이 행사가 열리고, 작은 공연들과 정인희 화가의 ’제주 및 결혼 생활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될 예정이다.

정인희 작가는 86년 대구 출생으로 계명대 미술대학 동양화가와 동대학원을 졸업해 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작품활동을 하다 2018년 결혼과 함께 제주로 이주해 회화 작업에 전념해 왔으나 지난 4월3일 제주 조천읍 자택에서 급성 심근병증으로 향년 37세의 너무나 아까운 나이로 타계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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