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인류의 생존도? 위기는 이미 코앞에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인류의 생존도? 위기는 이미 코앞에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8.02 18: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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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 제주테크노파크에서 강연
"기후변화 멈추지 않으면, 각종 재앙 같은 일 계속 이어질 것"
"제주 역시 개발이 아닌 공생할 수 있는 방향 전환 필요"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다. 생물다양성이 절반 이상 감소하게 되면 인류의 생존은 어림도 없다”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일 오후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하여’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지속적인 환경훼손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2도 올라가게 될 경우,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됐을 때 인류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나아가 이미 인류는 위기 속으로 깊게 들어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위기가 표출된 것이 바로 지난 3년간 인류가 경험해야 했던 코로나19 팬데믹과 극단적인 기후다.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한, 코로나19와 같은 일은 계속 벌어질 것”

이날 강연의 시작은 코로나19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일을 겪었다. 바이러스라는 인류를 속수무책으로 넘어뜨렸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을 거둔 사람만 70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고, 의료체계가 코로나 환자에 집중하느라 도움을 받지 못해 돌아가신 다른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집계되지 못한 코로나19 피해자도 상당하다. 어쩜 2000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참상을 이렇게 표현한 최 교수는 이어 “이게 지난 3년 동안 우리의 현실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상당한 수준의 인명피해와 그 외 부수적인 피해를 만들어냈던 코로나19가 기후위기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가 언급한 점은 ‘박쥐’의 서식지 변화 양상이었다. 최 교수는 “열대 정글에 있다보면 박쥐를 자주 만나게 된다”며 “지금까지 박쥐가 세계적을 1400여 종이 발견됐는데, 90% 이상이 정글에 산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온대 지방의 기온이 오르다보니 박쥐들이 온대지방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말을 이었다.

“21세기 들어와서 인류가 겪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가 있었는데, 세 번 모두 박쥐로부터 바이러스가 출발했다. 이는 박쥐와 인류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기후가 가장 온화한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박쥐가 가까이 오면서 발병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일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하지만 박쥐가 이동을 하는 것의 궁극적인 책임은 박쥐에게 있지 않았다. 온대지방의 기온이 올라가고 박쥐가 살기 적합한 열대성 기후를 띄게 된 것은 역시 인간 활동의 산물이었다. 더군다나 이동을 하는 건 박쥐만이 아니다.

“인류는 자꾸 인류의 생활공간이 부족하다고 끊임없이 숲을 베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평소같으면 만날 일도 없었던 동물들을 자꾸 만나게 된다. 숲을 그대로 두고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사람들끼리 살면 별일이 없는데, 사람들이 자꾸 숲을 건들다 보니 인수공통 전염병을 가진 동물들과 접촉하게 된다. 우리가 그 야생동물을 건들이고, 그 야생동물을 괴롭히다가 감염이 되는 것이다.”

인류가 지속적으로 숲을 밀어내고 풀과 흙을 콘크리트로 덮어갈수록 인류는 야생동물에 더욱 가까워지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전염병을 만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촉진시키지 않고, 이 변화를 늦추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코로나19가 찾아올 수 밖에 없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박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 종류에서 세 종류는 달고 산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의해 열대지방에서 중국 남부쪽으로 이동한 박쥐의 종만 40종이 넘는다. 이 박쥐들이 1종마다 2~3개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갖고 있다고 감안한다면, 100종류 이상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가까워졌다는 말이 된다. 교훈은 이거다.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일은 점점 자주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불행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시작일 뿐 “재앙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하나의 상징적인 예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다른 측면에서도 위기를 발생시키고 있다.

“2021년 서유럽에서 어마어마한 홍수가 일어났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에서 홍수가 났다. 네덜란드는 치수로는 세계 제일이겠지만, 그 치수시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 것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예는 가까운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0년과 2022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의 침수 피해가 그것이다. 특히 2020년은 국내에서 역대 최장기간 동안 장마가 이어지기도 했다. 무려 54일 동안 장마가 계속됐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극단적인 기후 상황이 크나큰 피해를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재앙’이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2일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일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이와 같은 기후변화는 폭우와 폭염과 같은 가시적인 위험에 더해 전염병과 같은 '비가시적인 위험'을 인류와 더욱 가깝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서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역시 사람들의 활동이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지구 전체 생물 중에서 인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1%가 안됐다. 그 당시 우리는 지구에서 존재감이 없던 종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1만년만에 인류는 지구를 완벽하게 뒤덮었다. 사람들에 더해 사람들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과 가축을 모두 더한다면 지구 전체 동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6~99%가 된다. 엄청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보기에 이와 같은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가져오는 위기는 분명하다. 최 교수는 1세기 안에 지구의 기온 상승을 2도 안으로 막지 못한다면, 생물다양성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이와 같은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결국 인류의 생존 역시 위협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외에도 단일품종만을 재배하는 대규모 농장과 닭과 돼지 등을 좁은 공간 속에서 대규모로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시설을 언급하면서 “인류가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죽이는데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우리 정부가 자꾸 해류 이야기만 하는데, 너무 명확한 걸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생물 농축’ 개념을 언급했다. 일본의 앞바다에서 뿌려진 오염수의 영향은 처음에 미미할지라도, 먹이사슬을 따라 오염물질이 점차 농축되고,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오게 될 경우 오염도의 농축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위기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인류, 답은 자연과의 '공생'

이와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최 교수는 “우리에게 남은 가장 시급한 일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정립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매 순간 생태적 전환이라는 기준을 붙들고 모든 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현명하다는 자화자찬은 집어던지고, 다른 생명과 이 지구를 어떻게 공유해야할지 고민하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아울러 개발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최 교수는 특히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와 성산읍에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 문제를 지적하면서 개발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도내 곶자왈. /사진=미디어제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제주도내 곶자왈. /사진=미디어제주.

최 교수가 그러면서 예로 들었던 것이 최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있었던 '국립 생태원'이다. 국립 생태원은 충청남도 서천군에 자리잡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인근의 장항갯벌이 제외되자 일부 서천군민들이 이에 반발하며 개발을 촉구했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간척사업으로 장항갯벌을 없애는 대신 서천군에 '국립 생태원' 건립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을 약속했다.  

이 약속대로 서천군에 국립 생태원이 만들어졌고 초대 원장으로 최 교수가 임명됐다. 최 교수는 이 생태원에서 다양한 생태전시를 선보이며 개관 첫 해에 100만명의 관람을 이끌어냈다. 개관 이듬해에도 관람객이 100만명을 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서천군에는 250여개의 새로운 음식점이 생기고, 지역경제 역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개발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린 시선에서 '생태'와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케이스다. 최 교수는 제주 역시 '제2공항'과 각종 태마파크 같은 개발이 아닌 제주의 자연특성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와 같은 방향 전환의 대전제는 역시 '사람과 자연의 공생'이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최 교수의 강연은 결국 자연과의 공생을 위한 행동의 변화와 노력이 없다면, 인류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희망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에 “우리가 생태적 전환이라는 기준을 붙들고 결정을 한다면, 어려운 결정들을 가지런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힘을 낸다면, 방향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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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랑 2023-08-02 19:17:19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일본 정부에서도 검증할거고 그걸 속이고 방류하게되면 일본인들 먼저 다뒤지겠네 그럼 일본 없어질거고 너무 좋은
거 아닌가요 일본인들 뒤지게 일본정부에서 이련 추잡한 짓을할까요 제주도 환경단체 시민단체 나쁜놈들은 믿지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