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4·3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제주4·3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7.2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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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4·3동아리 고교생 심화 연수
22일 원도심 일대 답사, 주제별 분임토론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4·3의 아픔을 배우며 한창 크는 아이들이 있다. 4·3동아리 활동을 하는 고교생들이다. 그들에겐 국가폭력이 자행된 제주도라는 섬에서만 4·3을 배우지 않는다. 비슷한 고통을 지닌 곳을 다닌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을 더 크게 만든다.

4·3동아리 고교생들은 지난달 대만을 둘러봤다. 제주에 4·3이 있듯, 대만은 2·28의 아픔이 있다. 4·3동아리 고교생들은 지난달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대만 학생들과 교류하며 4·3을 새롭게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대만 학생과의 만남을 가진 아이들은 배움의 갈증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22일 그들이 다시 모였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마련한 ‘제주-대만 민주, 평화, 인권 교육교류 심화연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4·3의 시작점인 제주시 원도심 일대를 둘러보고, 4개의 주제를 정해 분임토론도 가졌다. 인권과 4·3의 현재성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 평화와 상생이라는 키워드도 끄집어본다.

4.3동아리 고교생들이 제주사대부고 송시우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4.3동아리 고교생들이 제주사대부고 송시우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미디어제주

4·3동아리 고교생들은 4·3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달 대만을 둘러본 느낌은 과연 어땠을까? 표선고에 다니는 한은경 학생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다.

“대만에도 2·28을 기억하는 공간들이 있었어요. 기념공원도 있고, 박물관도 여러 곳 조성해서인지 제주와 비슷했어요. 특히 4·3이 일어나는 과정과 2·28은 유사한 점이 많았어요. 사건의 발단도 그렇고, 갈등을 촉발시킨 과정도 비슷했고, 억압하는 측면도 유사했어요. 제주도와 대만이 연대하면서 비슷한 역사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마운 기회였어요.”

한은경 학생은 2·28의 전개 과정을 술술 풀어놓았다. 곁에 있던 제주사대부고 오종민 학생은 2·28을 잊지 않는 대만인들을 목도했다.

“대만은 더 성장할 수 있는 나라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희생된 분들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알리고, 학생들에게도 가르치고 있었어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었어요.”

대만 학생들과 교류를 해서일까. 아이들은 부쩍 성장했다. 4·3을 더 알려야 한다는 점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오종민 학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기자에게 던졌다.

“4·3을 잊지 않도록,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제주 학생들이 4·3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주도도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4·3은 뭘까? 4·3을 알리려면 제대로 알려야 하는데, 4·3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 한은경 학생은 4·3을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말을 꺼냈다.

“대만 2·28과 제주 4·3이 유사하다고 느낀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규정짓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두 사건 모두 현재의 문제를 안고 있어요. 우리가 4·3을 기억하고, 앞으로 더 나가야 할 방향은 4·3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4·3이 어떤 사건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수많은 캠페인을 하고, 국가적인 행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아이들은 안다. 4·3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그런 참혹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의 짧은 인터뷰를 마쳤는데, 오종민 학생이 다 하지 못한 말이 남았다고 말한다.

‘제주-대만 민주, 평화, 인권 교육교류 심화연수’에 참가한 교사와 학생들. 미디어제주
‘제주-대만 민주, 평화, 인권 교육교류 심화연수’에 참가한 교사와 학생들. ⓒ미디어제주

“조상님들이 목숨을 걸고 이 나리를 지켰는데, 이젠 저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5·18민주화운동으로 민주화를 외쳤지만 신군부 세력에 의해 많은 분들이 희생당했잖아요. 제주4·3도 그렇거든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지켜야 해요. 또한 대만을 갔다 오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꿈을 명확하게 가지게 됐어요.”

아이들은 책으로만 배우지 않는다. 내가 아닌, 남을 통해 배운다. 대만 학생들과 교류하며 훌쩍 커버린 아이들. 마음이 커진 아이들이 어른들을 향해 4·3을 제대로 배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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