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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저격할래요”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저격할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7.1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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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애요 디자인랩 전시를 하는 이들

애월고 미술과 2기 졸업생들의 첫 전시

“동기들보다 한발 앞서 실무 경험 기회”

전시된 작품은 프랑스 현지로 보내게 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의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 다름 아닌 애월고 미술과 2기 졸업생들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학교를 잊지 않고, 더더욱 제주를 잊지 않는다. 그들이 최근 일을 벌였다. ‘제1회 애요 디자인 랩’이라는 전시회다. 그들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처음엔 디자인 기획이라기보다는 해보자는 뜻이 모였어요. 만들다 보니까 점점 아이덴티티도 잡히고, 하고자 하는 방향성도 나왔어요. 여러 아이템이 모여서 여기까지 왔어요.”

지난 13일 애월고 창송미술교육관 전시실. 전시회 첫날이다. 이날 전시회를 마련한 졸업생 김유나씨(한밭대 재학, 산업디자인 전공)와 박성현씨(동덕여대 재학, 패션디자인 전공)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학생활을 하는 바쁜 와중에 제1회 애요디자인랩 전시회를 연 이들. 사진 왼쪽부터 김유나, 박성현씨. 미디어제주
대학생활을 하는 바쁜 와중에 제1회 애요디자인랩 전시회를 연 이들. 사진 왼쪽부터 김유나, 박성현씨. ⓒ미디어제주

전시회는 졸업생 4명의 작품과 그들을 고교 시절 지도했던 강사진들의 작품도 있다. 크지 않은 전시회이지만 의미는 매우 크다. 그들은 대학 수업을 받아야 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올해 여름 전시를 위해 내달려왔다. 남의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도 전시회에 투입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의 열정을 모두 담았다는 사실이다.

“작품을 모아놓으니 어우러져요. 무엇보다 애월고에서 공간도 마련해줘서 전시까지 할 수 있게 됐어요. 후배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으니 좋아요.”

전시회를 준비한 4명의 애월고 졸업생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 각자의 대학 생활하기도 바쁘기에, 줌(ZOOM)으로 만나곤 했다. 그래도 좋은 작품이 나왔다. 작품 곳곳에 제주의 환경을 생각하고, 애월고를 나온 자부심도 읽게 된다. 그들의 로고인 ‘애요(AEYO)’가 그걸 말해준다. ‘애요’는 ‘애월(AEWOL)’과 ‘젊음(YOUNG)’을 합쳐서 만든 그들만의 로고이다.

“젊은 사람들이 환경을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 걸 잘 알릴 수 있게 텀블러에도, 티셔트에도 에코를 담으려 했어요.”

전시회는 매년 열 계획이다. 전시회에 ‘제1회’라고 못 박은 걸 보면 한해로 마감될 전시가 아닌, 지속성을 띤 전시임을 말하고 있다. “팀원이 바뀔 수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응답한다.

“추가되죠. 후배들이 더 들어올 겁니다. 전시회가 커진다면 더 큰 공간에서 해야겠죠.”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 애요디자인랩 인스타그램(@AEYO_Design_Lab)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작품이 프랑스 낭트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낭트에 있는 생나르제르미술대학은 프랑스내에서도 고급 인재들을 배출하는 곳인데, 마침 프랑스 현지에서 진행되는 교육에 참가할 이들 편에 첫 전시회 작품을 보내게 된다. 프랑스 교수들에게 브랜드 ‘애요’를 선보이는 일이어서, 그들은 벌써 가슴이 뛴다. 프랑스 디자이너들이 브랜드 애요에 저격당할지 누가 알 말인가. 프랑스에 선보이는데, 느낌은 어떨까.

“처음엔 저희끼리 새로운 디자인을 해보려는 게 목적이었는데, 프랑스에까지 알리게 돼 신기해요. 뿌듯하기도 하고요.” (김유나씨)

“점점 범위가 넓어지고, 작게 하려고 했던 일이 해외에까지 드러나게 됐잖아요. 그러면서 전공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애월고에 대한 자부심도 생겨요.” (박성현씨)

애월고 미술과 졸업생들은 졸업 후에도 그들을 가르쳤던 강사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충현 강사, 박성현씨, 김유나씨, 권채리 강사. 미디어제주
애월고 미술과 졸업생들은 졸업 후에도 그들을 가르쳤던 강사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충현 강사, 박성현씨, 김유나씨, 권채리 강사. ⓒ미디어제주

도전은 쉽지 않다. 그들은 해보지 못한 일에 도전을 하고 있다. 그들이 이런 일을 하게 된 데는 고교 때 배움을 줬던 강사들의 역할도 있다. 권채리, 이충현 강사들은 졸업생과 교류를 하며 학교와의 끈을 이어주곤 한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학생들이 먼저 제안을 했어요. 아이들은 졸업을 하고서도 선생님들을 찾아와요. 그러다 보니 끊임없이 연락을 하게 되고, 이런 자리도 만들어지게 됐어요. 저희도 좋고, 애들에게도 좋은 일이죠. 대학교 동기들보다 한발 앞서서 실무를 경험하니, 안 좋을 게 없죠. 전시회를 안 하겠다고 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맞는 말이다. 대게는 졸업작품전이 디자이너들의 첫 작품이 된다. 애요는 그보다 빨리 경험했다. 디자인을 하는 일만 앞서 경험한 게 아니다. 실물로 만들어내려면 제작업체도 알아야 한다. 하나의 완성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익히는 과정이 바로 이번 전시회이기도 했다.

“저희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고 싶었어요. 전시회를 하면서 아이들은 배우게 되고, 그들의 이런 과정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릴 수가 있어요. 그런 노력들이 더 퍼져서 제주에 정착하는 친구들도 생길 겁니다. 육지로 대학을 갔다가 돌아오고 싶은데 터전이나 기반이 없을 수 있거든요. 우리가 그런 모형이라도 한번 보여주자고 진행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애요는 꿈꾼다. 그리곤 그 꿈을 펼 날을 기다린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제주의 공간이 되겠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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