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외래종의 습격, 제주 마을 지키던 팽나무 고사 위기까지
외래종의 습격, 제주 마을 지키던 팽나무 고사 위기까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7.11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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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노랑알락하늘소 번식 처음으로 확인돼
팽나무에서 탈충공 등 확인 ... 일부 가지 죽기도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의 팽나무와 노랑알락하늘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의 마을을 지키는 팽나무가 위기에 처했다. 제주에서 아열대성 외래 해충인 노랑알락하늘소의 번식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도내 팽나무 등의 고사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시 하천 주변에서 외래종 하늘소인 가칭 노랑알락하늘소(Anoplophora horsfildii)가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노랑알락하늘소는 도내 외래종 서식실태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해충은 팽나무를 비롯한 제주도내 기주식물에 알을 낳게 되는데, 알이 부화한 후 애벌레는 나무 안에서 서식하다 충분히 자라면 나무에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번 조사에선 해안변 관광지 주변으로 중심으로 기주식물인 팽나무에서 성충과 15mm 정도의 탈출공이 다수 확인됐다.

노랑알락하늘소(Anoplophora horsfildii)의 성충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19년이다. 이어 이번에 처음으로 도내에서의 번식과 정착이 확인됐다.

이 외래종이 어떻게 제주에 들어왔는지 유입 경로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외래종이 제주도내에 들어오게 되는 경우는 항만 등에서 수입되는 목재를 통하는 경우나, 애완용으로 들어왔다가 버려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번 노랑알락하늘소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통해 제주에 들어왔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해충의 기주식물은 차나무, 팽나무를 비롯해 종가시나무, 비술나무, 멀구슬나무 등으로 해당 나무에 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는 팽나무를 제외하고 별다른 피해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팽나무의 경우는 탈출공이 많아지면서 생육에 문제가 생기고 이 문제가 심화되면 고사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직 고사가 이뤄지고 있는 나무는 없지만, 일부 팽나무에서는 죽은 가지가 확인되고 있다.

제주에서 팽나무는 마을마다 자리를 잡고 자라면서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팽나무가 심어진 장소는 곧 그 마을의 과장이었으며, 마을에서의 신목 역할도 담당해왔다. 팽나무가 이처럼 제주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측면이 있어, 팽나무의 고사 피해가 우려되는 노랑알락하늘소의 번식 확인에 더욱 이목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노랑알락하늘소의 서식실태를 도내 관련부서 및 국가연구기관에 알렸으며, 해충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필요한 방제가 이뤄지도록 사전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노랑알락하늘소는 몸길이 약 3~5㎝의 대형종으로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의 곤충이다. 날씨가 따뜻한 인도, 라오스,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종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아열대성 곤충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노랑알락하늘소와 같은 일부 곤충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추운 겨울에는 나무 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있다가 따뜻한 여름에 우화해 제주지역에 적응하면서 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정군 제주도 한라산연구부장은 “제주도는 국토 최남단에 위치해 다양한 아열대성 외래종이 육지로 퍼지는 중간 기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외래종의 침입이 잦아질 것에 대비해 예찰을 강화하고, 생태계 위협요인이 발견되면 관련부서와 협의해 필요시 방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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