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한국전쟁 참전했다 전사한 ‘호국의 형제’, 고향 제주에 잠들다
한국전쟁 참전했다 전사한 ‘호국의 형제’, 고향 제주에 잠들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6.29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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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허창호‧허창식 하사, 73년만에 유해로 상봉 …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 출신으로 형제가 나란히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故 허창호‧허창식 하사가 73년 만에 고향 제주에 있는 국립제주호국원에 나란히 안장됐다.

국립제주호국원에 한국전쟁 전사자 형제가 안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8일 오전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엄수된 안장식에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을 비롯한 군 주요 인사들과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 제주보훈청장과 보훈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방부는 이날 안장된 형제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이들을 ‘호국의 형제’라고 명명했다. 또 이들 ‘호국의 형제’ 묘역이 국민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숭고한 정신을 일깨워주는 호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묘비 앞에는 고인의 조카가 쓴 추모 글과 전투 경로 등이 새겨진 추모석을 설치할 예정이다.

형인 故 허창호 하사는 1931년생으로 6·25전쟁 발발 직후 1950년 9월 제주도에 있는 5훈련소에 입대, 국군 11사단에 배치되었다. 이후 고인은 1951년 1월 11사단이 전북 순창 지역에서 후방을 교란한 공비들을 소탕하는 호남지구 공비 토벌 작전에서 만 19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유해는 전사 직후 수습돼 1958년 제주 충혼묘지에 안장됐다가 동생인 故 허창식 하사 유해가 60여 년이 지나서야 발견돼 고향 제주로 돌아오면서 형제가 만날 수 있게 됐다.

동생 허 하사는 1933년생으로 형을 뒤따라 같은 달 제주 5훈련소에 입대, 똑같이 국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전남 영암에서 호남지구 공비 토벌 작전에 참전한 고인은 형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강원 양양으로 이동, 1951년 5월 동해안으로 진격하던 중 강원 인제 저항령 일대에서 북한군 6사단을 상대로 싸운 설악산 부근 전투에서 만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장렬히 전사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육군 12사단 장병 100여 명과 함께 지난 2011년 강원 인제 저항령 정상에서 동생 故 허창식 하사의 유해를 발굴했고, 다시 10여 년의 세월의 지난 2021년 4월 동생 허창화씨(88세)가 형님의 유해를 찾기 위해 서귀포시 서부보건소에서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이후 발굴된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故 허창식 하사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신범철 차관은 “두 형제가 조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참전한 지 73년 만에 고향인 제주에서 넋으로나마 상봉하게 됐다”며 “이들의 형제애와 고귀한 희생정신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더욱 정성스럽고 뜻깊게 모셔드리고자 한자리에 나란히 안장했다”고 밝혔다.

두 형을 한 자리에 모시게 된 막내동생 허창화 옹은 “이제 고향에서 마음 편히 서로가 손잡고 깊은 잠 드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죽기 전에 두 형님을 나란히 모실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고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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