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도의회서 질타 쏟아진 곶자왈 보전 조례, 결국 심사보류
제주도의회서 질타 쏟아진 곶자왈 보전 조례, 결국 심사보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6.20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위원부터 "신설된 규정 대부분 효력 담보 어려워" 지적
그 외 상위법령 위반 및 토지매수 청구 강제성 여부 등 질타
제주도내 곶자왈./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 곶자왈./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재주도가 곶자왈을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전하겠다며 내놓은 곶자왈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이 제주도의회 심사 과정에서 온갖 질타를 받으면서 결국 심사가 보류됐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제418회 제주도의회 정례회 제2차 회의를 갖고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 대해 심사했다.

이날 심사에서는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기 전 전문위원 검토과정에서부터 조례안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위원은 이번 개정조례안이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 규정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개정에 앞서 제주특별법과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대한 종합적인 사전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하나 이 부분에서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곶자왈의 지정 기준은 마련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규제나 행위제한, 보호조치 등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문위원은 이와 같은 점을 들으며 “이번 개정 조례안이 시행되더라도 일부 규정을 제외하고는 신설된 규정 대부분이 상위법령과의 관계 및 내용의 명확성 문제로 효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집행 시 해석의 논란 등이 우려된다. 개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현 개정조례안이 상위법인 제주특별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읍)은 “이번 조례안은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해서 만드는 것”이라며 “제주특별법에는 ‘제주도지사는 곶자왈 중 특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그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조례안은 곶자왈은 보호 지역, 관리 지역,원형 훼손 지역 3개 지역으로 세부화 또는 등급화하고 있다. 조례에서 이처럼 세분화하는 것은 상위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특히 “제주특별법에서 관리보존지역에 대해서는 지하수 자원 보존지구와 생태계 보존지구, 경관지구 등으로 명확하게 세분화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관련 조례인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서도 관리보전지역을 세분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 조례안은 상위법에 규정되지 않은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이 포함됨에 따라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양제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이에 반박했다. 양 국장은 “제주특별법 354조에3항에 따르면 ‘도지사는 곶자왈 중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곶자왈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그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 조항에 명시된 ‘곶자왈 중’에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제주도가 제주특별법의 조항을 지나치게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도 나왔다.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천·중문·예래동)은 다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곶자왈내 사유지 매수와 관련된 내용이다.

현 조례안에서는 곶자왈 보호지역 등에서 개인이 소유한 토지는 소유주가 제주도에 매수청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임 의원은 이 사유지 매수청구가 보호지역과 관리지역, 원형훼손지역 중 보호지역의 사유지만 매수청구 대상으로 설정해 관리지역과 원형훼손지역에 대해선 오히려 개발을 부추길 수 있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매수청구와 관련해 “매수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4년 이내에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토지를 매수할 수 있다고 임의 규정으로 돼 있다”며 “이는 결국 집행부에서 예산이 확보 안 되면 매수를 안해도 된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임의규정이 아닌 강제규정으로 매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갑)은 “매수 청구가 들어오면 4년 이내에 매입할 수 있다고 임의 규정으로 돼 있는데, 예산 문제로 4년 이내에 매입이 안됐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양 국장이 “조례에 나온대로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4년 뒤에 매입이 안 될 수 있다고 미래를 단정적으로 내다보시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의원은 “미래를 단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미래를 이렇게 내다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강경문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역시 이번 개정조례안에 대해 “곶자왈을 3개 지역으로 세분화하는 부분에서 잘못됐다고 보여지고, 세분화한 지역에 대한 지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와 비교했을 때 곶자왈 보호지역의 법률적인 근거도 매우 부족하지 않나 싶다”며 “이 조례의 효력이 담보될 수 없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곶자왈 보전 개정조례안에 대해서는 이날 심사가 이뤄지는 동안 이와 같은 질타가 이어졌고, 결국 “상위범령 및 관계 법령과의 저촉 여부 등과 관련해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가 보류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