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53년 물질 이어온 제주해녀의 외침 "제주 바다 죽어간다"
53년 물질 이어온 제주해녀의 외침 "제주 바다 죽어간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5.3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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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제주포럼서 제주해녀문화와 바다환경 세션 마련
마이크 잡은 해녀들 "오염 심각 ... 원전 오염수 방류까지"
"목숨까지 바쳐 물질해야하나? 해녀일도 그만 둬야할 듯"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어렸을 때에는 백사장에서 놀기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보말도 잡았지. 처음 물질을 시작했을 때에도 바다는 엄청 풍요로웠어. 바다에 들어가면 톳(해초의 일종)도 나보다 키가 더 컸고, 그렇게 커다란 톳들이 자라곤 했었는데, 20여년 전부터는 톳이 자라기 전부터 썩어버리더라고”

1970년대부터 53년을 제주바다에서 물질을 이어온 해녀 김계숙씨는 이렇게 제주의 바다에서 황폐를 바라보고 있다. 김씨만이 아니다. 제주바다에서 삶과 희망을 건져 올렸던 많은 해녀들이 죽어가는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기후위기 속에서 각종 오염물질이 바다로 방류되면서 오염이 심화되는데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은 바다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성토를 내놓고 있다.

해녀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8회 제주포럼에서였다. 이날 포럼 중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제주해녀 문화와 바다환경의 변화’ 세션에 제주바다에서 평생 물질을 해온 해녀들이 참석, 제주바다의 현재를 알렸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김계숙 해녀는 자라기도 전에 썩어버린 것은 톳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해녀는 “톳은 물론 감태도 썩어버리고, 제주도 말로 몸이라고 하는 모자반도 엄청나게 많이 자라곤 했었는데, 20여년 전부터는 모두 썩어버렸다. 전복이나 소라 등도 점점 사라져 간다”고 토로했다.

수십만 마리의 수산종자를 보조를 받아 바다에 뿌려도 죽어가는 바다에서 효과는 없다는 한숨 섞인 말도 나왔다. 김 해녀는 “어촌계에서 보조를 많이 받아서 수산종자를 바다에 많이 뿌리기도 뿌렸다. 그게 한 때는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종자를 뿌려놔도 자라면서 우리가 갈 수 없는 깊은 바다로 가버리는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해녀는 이렇게 한숨을 쉬면서 “지금의 바다에 희망이 안 보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물질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다에서 삶을 건져 올렸던 해녀가 바라보는 제주의 바다는 이렇듯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그 원인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에게 있었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서 평생을 해녀로 살아왔던 고송자 해녀는 “바다로 버려지는 쓰레기도 상당하고, 생활하수의 배출도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고내리는 원래 작은 마을이었고, 큰 건물들도 없는 곳이었다”며 “하지만 해안도로가 들어오고 지금은 각종 호텔이며 카페가 생겨 수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온다. 우리가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늘어난 시설과 사람들에게서 나온 생활패수의 영향으로 바다가 오염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김태석 제주매일 대표이사도 여기에 의견을 더했다. 김태석 대표이사는 “백화 현상 등은 결국 인간이 많든 오염 때문에 나타는 것”이라며 “제주의 인구가 30만명에서 40만명, 50만명 수준이었을 때는 제주바다의 오염이 심하지는 않았고, 백화라는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근래 10여년 간 우리는 백화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대표이사는 “제주 연안에서 벗어나 깊은 바다로 가면 백화현상이 없고 풍성한 수중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며 “결국 육지에서 만들어진 농약과 비료, 축산물, 생활하수, 각종 오염물 등이 제주의 연안바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더 큰 문제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해녀들은 입을 모아 향후 있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를 걱정했다.

해녀 김계숙씨는 “기후변화와 오염으로 그렇지 않아도 바다가 죽어가는데,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며 “어찌어찌 10년은 더 해녀를 해볼 수 있나 했는데, 그것도 안될 것 같다. 오염수가 위험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 물을 먹으면서 물질을 하며 목숨까지 바쳐야 하나? 그렇게 된다면 해녀 일도 그만둬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송자씨도 “3대가 내려오면서 물질을 해왔고, 죽을 때까지 물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며 “오염수를 방류하게 되면 우리는 일을 하다 보면 물도 먹게 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우리 식으로 막을 수도 없고, 어디에 가서 호소할 수도 없다.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당장의 오염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해녀들은 그래도 바다를 살리기 위한 행동 역시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제가 물질을 하는 대정읍 동일리에는 오수펌프장이 두 곳인가 있었는데, 크게 비가 오면 오수가 넘치고, 한 번은 펌프장에서 무단으로 물을 방류하기도 했었다”며 “그런 것을 잡아내 신고하곤 했었는데, 신고가 반복되곤 하다보니 지금은 무단 방류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모두가 신경을 써준다면, 그럼 바다가 다시 살아질 것이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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