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의 고통을 겪은 후에도 억척스럽게 살아온 제주 여성들의 구술집 ‘4·3과 여성, 눈물이 나도 바당물질하며 살았어’가 발간됐다.
제주4.3연구소가 지난 2019년부터 펴내고 있는 <4.3과 여성 생활사> 총서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이번 제4편은 4.3의 참혹한 고통 속에서 부모와 형제 자매를 잃고 살아남은 여성들 가운데 물질을 하면서 거친 삶을 헤쳐온 제주해녀 8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난 4·3이라면 정말 지긋지긋하지. 집 다 불태와불고. 우리 아버지도, 또 꽃다운 청춘에 젊은 사람들 다 죽은 생각하면··· 그렇게 학교에 가고 싶었어. 할머니는 ‘물에 들라’ ‘물에 들라’만 했어.”
“다신 애기 데리고 물질 갈 생각이 안난. 애기도 고생 어멍도 고생. 아이고 징글징글해···”
삶과 죽음의 파도를 넘나든 이들 해녀들은 통곡할 겨를도 없이 열 살 무렵부터 바다에 들어야 했다. 이들은 바다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기도 했던 경험, 그리고 4·3에 희생당한 혈육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이 나면서도 바다에 들면서 살아온 자신들의 삶을 들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4·3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들에게 4·3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또한 슬픔과 기쁨, 한바탕의 웃음까지 터지게 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요소가 두루 섞인 삶을 통해 그 시절의 공동체, 거친 생활사와 제주 여성들 특유의 정신 영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구술에 참여한 이들은 70대부터 90대까지 홍순공, 이영자, 오희숙, 오계숙, 오기숙, 오홍자, 윤옥화, 박심준 씨 등 해녀들이 함께 했다.
4·3연구소 창립 30주년에 시작된 <4·3생활사총서>는 단순히 4·3의 진상 규명을 위한 기초자료가 아닌 4·3을 겪은 세대의 한 생애를 올곧게 기록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온전하게 한 생을 드러내는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가운데, 4·3을 관통한 여성들과 이후 삶의 이야기를 묶어내는 작업은 경험자들의 고령화 속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4·3으로 삶의 형태가 바뀌어버린 이들은 제주 바다를 건너 경상도, 전라도 바다까지 누비면서 오로지 물질로 동생들을 돌보고, 결혼해선 가족을 부양하고, 온몸으로 당당히 물살을 헤쳐 나갔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4·3의 참혹함을 경험한 그날 이후에도 살아남은 여성들은 삶을 견뎌내야 했고, 삶의 주체가 되어 이겨내야 했다”면서 “파도와 삶의 바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살아본 이들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번에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이번 네변째 시리즈를 펴내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4·3과 여성 생활사 총서> 시리즈는 제1편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 제2편 <4·3과 여성,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 제3편 <4·3과 여성, 덜 서러워야 눈물이 난다>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허영선 소장과 양성자, 허호준, 조정희 등 4·3연구진이 집필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