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한국과 닮은 우크라이나, 당신의 관심이 필요해요"
"한국과 닮은 우크라이나, 당신의 관심이 필요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3.0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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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크라이나 유학생 라스티우카 올레나
러시아 규탄, 우크라이나 평화 수호 위한 방법은? "당신의 관심"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저는 지금 제주에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이 상황을 알아주길 바라고, 공감해주길 소망합니다."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한 올레나 씨가 기자에게 말했다. 그가 전하는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여보자.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많이 닮았어요. 한국에는 친일파가 있어왔고, 우크라이나에는 친러시아파가 있어왔죠. 한국처럼 우크라이나에는 타국(러시아)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랫동안 있었고요. 주변의 강대국의 침략 위기에 노출되어왔고, 고통받아왔습니다. 이로 인해 나라를 수호하려는 민족성 또한 자연스럽게 커졌는데요. 위기 상황에 똘똘 뭉쳐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점 또한 양국이 유사합니다.”

제주대학교 학생회관에서 만난 그의 이름은 라스티우카 올레나(28). 올레나 씨는 한국에 온 지 6개월 된 유학생이다. 그는 1년 간 제주에서 한국어를 익힌 뒤, 2년 동안 부산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에 빠져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올레나. 그의 고향은 우크라이나 체르카시다.

체르카시는 우크라이나 중앙에 위치한 도시로, 제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내전 등으로 인한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은 서쪽 지역이고요. 위험한 곳은 러시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고향 체르카시는 중부 지역이라 아직까지는 비교적 괜찮은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안전하다 말하긴 어려워요. 가족에게 전해 들었는데, 7일 동안 공습 경보가 세 번 정도 울렸다고 하더라고요. 러시아 공군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보죠. 그때마다 주민들은 벙커에 숨어 대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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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 대피해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올레나 씨의 가족은 모두 체르카시에 산다. 현재까지 전화나 메신저 등을 통한 연락은 무리 없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럼에도 올레나 씨는 매일 걱정에 잠을 설친다.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이 우크라이나 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그 타겟이 체르카시가 될 수 있기에, 매일 아침 뉴스를 찾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지금 러시아 군대는 유치원, 병원, 민간인이 거주하는 지역까지 포격하고 있습니다. 그제(3월 1일)까지 민간인 300명 이상이 희생됐어요. 이중에는 어린이도 16명이나 있습니다. 그 수는 점점 늘어날 테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광장이 집중 포격을 받아 파괴됐고요. 8일째 저희 가족은 모두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월 24일 오전 4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명분 없는 침략이었다.

군사시설이 있는 도시 뿐만 아니라, 민간인이 거주하는 평범한 도시 또한 폭격의 대상이 됐다.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지원하는 웹페이지에 따르면, 시민들로 변장한 러시아 공작원들은 장난감과 체스판으로 위장한 지뢰를 우크라이나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일터로 나가기를 멈췄다. 병원 등 사회 기반시설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회가 마비된 상태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더 놀라운 사실은 러시아 TV에서 가짜뉴스를 내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 침공에 대해 환영한다거나,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방송하고 있어요. 사실이 아니죠. 푸틴은 러시아 방송에서 ‘이 작전(전쟁)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해방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방식의 미디어 통제 때문에 현실을 잘 모르는 러시아 사람들도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올레나 씨는 러시아 측 미디어를 주의해야 한다 말한다. 러시아 정부는 가능한 모든 정보를 필터링하고, 통제하려 한다고.

“우크라이나 군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가 있는데요. 러시아 군인 사상자 명단이 기록되는 곳입니다. 사상자 가족들이 찾아볼 수 있게끔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목적이 있죠.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접속이 불가능하게끔 러시아 정부가 막아 놓은 거죠.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의 접근 통제가 러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올레나 씨는 전세계가 이 같은 러시아의 횡포를 알고, 목소리를 내어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세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것을 멈춘다면, 우크라이나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러시아가 물러날 때까지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는 자국 수호를 위해 러시아와 맞서 싸우고 있다. 이번 침공으로 러시아군은 그들이 8년 동안 시리아에서 잃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인력을 잃었다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혀 좋을 것이 없는 상황.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문제는 푸틴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에 있는 정부청사를 떠나지 않고 지키며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북돋고 있는데요. 이점은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만, 더 많은 고통과 파괴가 있기 전에 어서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랍니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올레나 씨는 ‘친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느낀 점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러시아가 이런 식으로 무차별 폭격을 할 줄 몰랐고, 세계적으로도 지탄받는 상황에서 ‘친러’ 성향을 고수하긴 어려울 거라면서.

“러시아의 폭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오히려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입니다.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기에 친러 성향이 강한데, 러시아로부터 공격을 당하니 배신감도 들겠죠. 이로써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 수호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위기를 겪으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더 가까워졌고, 애틋해 졌다는 느낌입니다.”

마지막으로 키예프 씨는 한국 사람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전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면서.

“더 많은 정보가 한국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어 전쟁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고요. 의료나 식품 등의 지원이 있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또 외교적으로 한국 정부가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에 동참해서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우리를 도와주세요.”

최근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약 120억원 규모 인도적 차원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수출제재 또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동참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 상황과 지원 방법을 알고 싶다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1.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지원하는 공식 웹사이트 : 우크라이나 상황과 지원 방법 등 정보가 담겼다.
https://supportukrainenow.org/
(한국어 페이지: https://how-to-help-ukraine-now.super.site/c13a64ac498046bb9c2d02f3d498e4ce)

2. 러시아의 공습 철회를 위한 전세계인 대상 청원(서명)운동 웹페이지 : NATO에 우크라이나 영공을 폐쇄하도록 요청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청원 목표인 100만명 돌파)
https://www.openpetition.eu/petition/online/people-around-the-world-ask-nato-to-close-the-airspace-over-ukraine

3. 우크라이나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공식 기부 페이지
https://savelife.in.ua/en/donate/

 
우크라이나에 있는 슈퍼마켓 내부. 식료품이 새롭게 들어오지 못해 물량이 없어 가판대가 텅 비었다.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사진=라스티우카 올레나 제공)

*요청에 의해 올레나 씨의 사진은 게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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