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풍경인데, 거기에 '폴리'를 얹히면 어떨까요”
“멋진 풍경인데, 거기에 '폴리'를 얹히면 어떨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2.16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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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축가와 함께 걷기] <1> 탐라지예건축 권정우

도시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대형구조물? 수많은 사람들? 높은 건축물이 많고, 인구가 많다고 도시에 힘이 붙을까? 그러진 않다. 도시의 힘이란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도시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 214일부터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공공건축가들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 공간 만들기라는 기획전이다. 기획전에 참여한 공공건축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공공성지도로 표현하고 있다. 공공건축가들은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원도심 일대, 제주 도내 곳곳에 널린 오일시장에 그들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미디어제주>는 기획전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건축가를 직접 만나서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공공성지도를 기획했고, 그들의 제안 내용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서귀포 천지동 일대 가로환경 구상제안 내놓아

풍경이 있는 오솔길 확대해 길과 길 소통제시

곳곳에 폴리를 세우고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왜 걸어야 할까. 도심에서 걷는 게 흔했으면 좋으련만, 걷기보다는 차량이라는 도구로 이동하는 게 더 흔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 ‘발’이라는 자신만의 도구를 지녔지만, 어느 순간부터 ‘차량’에게 그 지위를 넘겨주고 있다. 그런 문제점을 인식해서일까. 도심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숱하게 하고 있다. 그렇다. 도심은 걸을 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프랑스 화가인 에드가 드가(1834~1917)의 표현을 빌려 볼까.

“시내에 있으면 나쁘지 않아. 모든 걸 바라보게 되지. 작은 배, 큰 배, 물에서든 땅에서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사물과 사람의 움직임은 주의를 분산시키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하니….”

드가는 걷는 즐거움을 안다. 걸어서 돌아다님은 모든 걸 보게 만든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 보지 못했던 모든 게 눈에 들어온다. 걷기는 ‘인식 될 듯 말 듯한 한계선상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경계역적 시각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때문에 도심에서 걷기는 수많은 정보를 흡수하는 근간이다.

공공건축가 권정우 소장이 작업을 한 천지동 일대. 빨간 점이 그가 구상한 폴리이다. 미디어제주
공공건축가 권정우 소장이 작업을 한 천지동 일대. 빨간 점이 그가 구상한 폴리이다. ⓒ미디어제주

공공건축가들이 내건 기획전도 ‘걷기’에 쏠린다. 그들은 더구나 단순하게 걷는 게 아니라, ‘걷고 싶은 도시 공간’을 제안하고 있다. 서귀포시 천지동에 있는 오솔길에 꽂힌 공공건축가가 있다. 바로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의 권정우 소장이다. 그는 이번 기획전에 ‘풍경이 있는 오솔길-서귀포 천지동 일대 가로환경 구상’을 제시했다.

서귀포시 천지동은 ‘솜반내’로 불리는 연외천 바로 동쪽에 있다. 하천을 끼고 있고 뛰어난 자연환경을 지녔으나 도심의 쇠락을 막을 수는 없다. 여기서 ‘쇠락’에 포인트를 주지 말고, ‘뛰어난 자연환경’의 매력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그러나 그게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유는 제대로 걸어보지 못해서다. 권정우 건축가는 ‘풍경이 있는 오솔길’을 제대로 걷게 만들고, 기존 오솔길을 더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풍경이 있는 오솔길’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권정우 건축가는 오솔길을 너무 숨겨놓지 말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환생하는 안을 제시했다. 오솔길을 더 연장해서 제주올레길과 연결시키고, 더 늘린 오솔길에 ‘폴리’를 세우자고 제안한다.

폴리는 ‘건축가에게 어리석다고 여겨지는 값비싼 구조물의 통칭’으로 설명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아주 매력적인 건축 공간이다. 도심에 놓이는 폴리는 ‘거대한 상징물’보다는 ‘쉼터’의 역할이 강하기에, 오솔길에 폴리를 세운다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게다가 ‘풍경이 있는 오솔길’에서 바라보는 서귀포시는 너무 멋있다. 그런 포인트를 걸어 다닌다면 누구나 프랑스 화가인 에드가 드가의 표현 정도는 가능하다.

건축가 권정우가 제안한 ‘풍경이 있는 오솔길-서귀포 천지동 일대 가로환경 구상’을 그의 입을 통해 더 알아본다.

권정우 소장이 제안한 ‘풍경이 있는 오솔길-서귀포 천지동 일대 가로환경 구상’이다. 있는 길에 숨통을 터줄 것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권정우 소장이 제안한 ‘풍경이 있는 오솔길-서귀포 천지동 일대 가로환경 구상’이다. 있는 길에 숨통을 터줄 것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 ‘풍경이 있는 오솔길’에 대한 제안을 듣고 싶어요.

우선 이 일대 풍경이 너무 좋아요. 천지동 일대는 도시재생을 준비중인 곳이고, 지원센터도 만들어져 있어요. 오솔길이 있는데, 다양한 길이 만나지 않고 끊어져 있어요. 이들 길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을 해봤는데,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봤죠. 바로 폴리입니다. 폴리 7개를 구상해봤어요. 폴리는 광주광역시에서 주도적으로 많이 하고 있죠. 폴리라는 어떤 형태의 조형물이 서 있다면 사람들이 그걸 좇아서 가도록 해보려고요. 자연스럽게 길이 연결된다면 동네도 좀 더 개선이 되지 않을까요.
 

- 도심에서 길이라는 중요성은 뭐라고 보나요. 폴리를 제안한 것도 궁금하고요.

우리는 너무 모빌리티에 익숙해져 있어요. 자동차로만 다니는 그 이유를 분석해볼 필요도 있겠지만 우선은 걷기에 좋은 가로환경이 아닌 건 분명하죠. 도시의 가로환경이 걸어다닐 수 있는, 좋은 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여태까지는 그렇게 하질 못했죠. 커다란 건물을 만드는 ‘하드웨어 사업’을 해서 도시재생하는 방식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있는 것’을 잘 활용하자면서 폴리를 제안한 겁니다. 폴리를 만들면 거기서 도시락을 까먹는 장소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동아리 모임도 하고, 소통도 하고,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겠죠.


- 어쨌든 사람들이 걸어서 다녀야 그런 구상도 가능한 것 아닐까요.

좋은 환경, 좋은 장소가 있으니까 걸어서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솔직히 쉽진 않아요.


- 사람들 인식의 문제일 수 있는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모빌리티에 익숙해져서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사람들이 많이 요구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적응이 됐다는 건 대중교통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거든요. 제주도내 대중교통은 주요 간선도로만 다니지 구석구석 다니지 않잖아요.


- 오솔길을 연장하고, 폴리 7개를 만드는 제안을 행정에서 어느정 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나요.

폴리는 우선 돈을 적게 들여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오솔길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는 행정에서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천연보호구역이어서 구조물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지만, (행정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육지 사례를 보면 전망대도 멋있게 디자인을 하곤 해요.


- 마지막으로 공공건축가의 역할에 대해서 정리를 해주신다면.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여러 파트에서 합니다. 토목도 있고 조경도 있죠. 그런데 건축가는 그동안 소외됐어요. 도심의 점과 점을 제일 많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건축가들인데 말이죠. 지금까지는 도시를 어떤 식으로 만들지에 대한 세밀한 전략을 하질 못했어요. 공공건축가들이 만든 공공성지도는 건축가들의 도시에 대한 제안으로, 건축가들이 실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되겠죠. 제주에서도 공공건축가들이 지금처럼 이야기를 하고, 제안을 하는 기회가 생겼으니 잘 활용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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