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계획의 위상에 대해서도 성찰 필요 … “행정시 단위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12억5000만원의 용역비가 투입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 최종 용역결과 제출을 앞두고 관련 일정이 모두 미뤄졌다.
당초 일정은 6월 25일 최종보고회, 30일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 심의를 거쳐 7월 중 제주도의회 임시회에 동의안 제출 등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도의회 업무보고와 도민 공청회에서 비판이 쏟아지면서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도의회 임시회 회기 중 제출은 무산된 상태다. 제주도는 ‘도민 의견을 더 수렴하고 보완 기간을 거친 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8월에는 도의회 회기 일정이 없기 때문에 빨라야 9월경에 도의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디어제주>는 그동안 진행돼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과 진행 과정을 돌아보고 3차 종합계획 내용을 검토, 보완해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은 향후 10년간 제주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법정 최상위 계획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특별법에서는 국제자유도시와 종합계획에 대해 어떻게 기술돼 있을까.
우선 제주특별법 제1조에서는 제주특별법의 목적에 대해 기술돼 있다.
지난 2019년 10월 개정된 해당 조항을 보면 제주특별법에 대해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하여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적시해놓고 있다.
이어 ‘국제자유도시’의 정의를 다룬 제2조에서는 ‘이 법에서 “국제자유도시”란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특별법의 목적과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개념 정의를 해놓은 이 2개의 조항을 새삼스럽게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제주특별법의 목적을 규정해 놓고 있는 1조 문구만 보더라도 개정 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개정 전 1조 조항을 보면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었다.
문장의 앞 부분은 그대로지만, 문장 후반부를 보면 개정 전에 없었던 ‘환경자원의 관리’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 ‘도민의 복리 증진’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바뀐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도 ‘국제자유도시’라고 하면 특별법 제2조에 있는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 완화와 국제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부분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주특별법의 목적 조항이 달라진 부분에 주목한다면 제주 미래 발전전략의 근간이 되는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도 특별법 개정 취지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데, 정작 이번 3차 종합계획(안)에서는 이같은 특별법 개정의 취지가 반영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환경자원 관리,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 도민 복리 증진 등의 내용이 특별법의 목적에 규정된 만큼 이에 대한 전략과 방향이 제시돼야 하는데, 이같은 특별법 개정의 취지를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계획의 위상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타 시‧도의 경우 국가 단위의 국토종합계획에 따라 도 단위 종합계획을 세우고, 다시 이를 시‧군 단위 종합계획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제주의 경우 시‧군 종합계획이 없기 때문에 매번 도 단위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제시되기보다 구체적인 사업 구상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 갑)은 “도 단위 종합계획이 시‧군 종합계획으로 구체화돼야 하는데, 제주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다는 이유로 시‧군 단위 종합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 의원은 “행정시 단위 계획이라도 세워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인구 50만명이 넘는 제주시 위상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자체 계획을 세우든지 아니면 도 단위 종합계획에 녹여내거나 별도의 ‘행정시편’이 추가돼야 한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국토부도 도 단위 종합계획에 대해 “도 종합계획은 국토종합계획을 지역 차원에서 구체화한 계획으로, 관할 구역 내에서 수립되는 시‧군 종합계획의 기본이 된다”면서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국토종합계획보다 도 종합계획, 그리고 시‧군 종합계획이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은 전국 계획이 갖는 거시적 차원의 기본 내용을 이어받으면서 지역 실정을 반영해 지역 발전을 유도하는 계획이 돼야 한다”고 설명해놓고 있다.
도 종합계획이 시‧군 종합계획의 지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시‧군종합계획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